스트레스에 취약하고 관리방법도 잘 몰라서 내내 뚱뚱했어요. 가정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늘 폭식하고 단음식을 먹으면서 푸는 바람에 대학 입학할 때 쯤엔 160cm 에 84kg 정도가 됐더라고요. 그러다가 잦은 폭식으로 위염이 심하게 걸려서 스물한살 크리스마스 이브날에 내과에서 위내시경을 받는데 뭔가 울컥하더라고요. 또래 친구들은 다들 스물하나다운 예쁜 크리스마스 보내는데 나는 속 다버려서는 이런 몰골로 웩웩 거리며 내시경검사라니. 제 자신에게 너무 미안했어요. 죽기전 단한번이라도 평균적인 몸이 되어봐야지. 맘 먹고 1달동안 15키로 그다음 3달동안 10키로 도합 25키로 정도 뺐어요. 다행히 초반에 위염이 심했던지라 먹기만 하면 너무 고통스러워서 토하던 때라 뭘 먹고싶다는 욕구는 들지않았어요. 바로 1일1식에 하루 1시간 트레드밀. 운동을 워낙 좋아하지않아서 그정도가 제딴에는 최선이었는데 한달가까이 되니까 15키로가 빠졌더라고요. 그 이후에는 사실 트레드밀도 30분정도만 했고 1일1식만 꾸준히 했어요. 근육운동은 아령만 들고 시늉만 하고... 가끔 하루이틀 원푸드하고.. 어렸을때라그런지 살쳐짐은 없었어요. 다만 스스로도 건강에는 나쁘다고 느꼈던게 머리숱이 조금 줄었고 가끔 저혈당으로 픽픽 쓰러졌어서 그 이후로는 원푸드는 안하고 1일1식에 배고프면 과일이나 두유 마시고 다이어트보조제 먹고 했던것같아요. 그러고 25키로 빼고서는 예전부터 꿈꾸던 뮤지컬 배우를 너무하고싶은거예요. 남들이 비웃을까봐 입밖으로 꺼내본적 없는 꿈..
그래서 한학기만 마치고 휴학하고 연기학원에 등록했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좀 섣불렀던게, 그렇게 살을 뺐어도 거기에 가니까 한참 더 빼야하더라고요. 연극을 올리는데 오디션을 봐서 감사하게도 주인공 역할을 받았어요. 그런데 따라붙는 조건이 있었어요. 공연 전까지 10키로 뺄 것. 개인적으로 그 당시 다이어트 슬럼프였는데... 결국 공연 당일까지 빼지 못하고 무대에 올랐어요. 관객 반응은 좋았지만 뒷풀이 자리에서 아무리 연기를 잘했어도 자기관리에 실패해서 이번 연극은 최악이었다고 혼났어요... 그 이후 뭔가 날 지탱하던 유일한 끈이 틱 하고 끊어진 것 같았고 입시 스트레스와 더불어 우울증이 찾아왔어요. 살을 빼면 네가 맡을 수 있는 역할이 무궁무진한데 왜 빼지 않느냐.. 너는 살찐게 네 목소리와 어울리지 않는다... 선생님한테 아무리 귀에 딱지가 앉게 들어도 소용없더라고요. 결국 꿈을 접고 고향으로 내려왔어요 도중에...아빠가 심장문제로 안좋아지셔서 서울에서 지낼 형편이 안되기도 했고요. 그 이후로 선생님들한테 연극이나 뮤지컬 오디션 보러오라는 연락이 와도 무섭더라고요. 경제적으로 넉넉한것도 아니고 외모 스트레스를 너무 받고 결국은 자살할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도 너무 하고 싶어서 3년동안 그쪽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어요. 그냥 학원에서 애들가르치고 워킹홀리데이 가고..
요요가 왔어도 70키로는 넘지않았었는데... 결국 꿈 하나 끊어내며 다시 83키로가 됐네요...누군가 바로 지금 저를 죽인다고 해도 겸허히 수긍할 수 있는데 제가 제 자신을 죽이는 일까지는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다시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절 무대에 설 수 없게 늘 괴롭히고 주저앉혔던 족쇄 같은 그까짓 48키로 되어보렵니다.
모두들 꼭 이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