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정장이 필요해서 77반이라는 정장을 샀는데 들어가지 않더라고요.
스스로가 비만인 건 알았지만 그동안은 다이어트에 전혀 흥미 없었는데 77반조차 입지 못하는 몸은 쇼크였습니다.
그 날 바로 방치된 체중계에 건전지 넣고 체중 재고 인생 2번째 최악의 몸무게에 2차 충격받았습니다.
이건 안 되겠다 싶더라고요. 처음으로 인생일대의 다이어트에 도전했습니다. 전 예신 때 임신 몇 개월이냐는 소리 들으면서도 꿋꿋이 다이어트 안 했는데 그래도 88을 입고 싶지는 않더라고요.
운동 싫어하고 먹는 거 진짜 좋아하는데 가끔은 취향을 도외시할 필요성을 느껴서 일단 운동 게임부터 지르고 밥의 양을 줄였습니다.
닌텐도스위치의 저스트댄스2020과 피트니스 복싱입니다. 전 운동 30분 할래 영어공부 3시간 할래 물어보면 영어공부 3시간 한다고 대답하는 인간이라 운동이 아닌 게임을 한다고 스스로를 세뇌할 필요가 있었습니다(저는 외국어 중에서는 영어를 제일 싫어합니다. 인류의 적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 하다 이왕 할 거면 칼로리 재가며 하는 게 좋겠다 싶어서 이 앱에 정착했습니다. 게임도 사고 요리 저울도 사고 인바디 체중계도 사고 하여튼 많이 지른 8월입니다. 다이어트가 뭔지.
직장인이어서 약속 잡히는 일이 많다보니 식단은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어서 칼로리만 1000-1200사이 맞추고 그래도 과식한 날은 2~3일정도 추가로 칼로리 제한했습니다. 저는 차라리 출근 안 하는 주말이 다이어트 하기 좋습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운동 별로 안 하다 아침 공복 운동이 체지방분해에 도움된다는 말에 아침 4시에 일어나 운동하는 거로 생활습관 조정하면서 운동량을 늘렸습니다. 요즘은 아침 공복 운동. 퇴근 후 공복운동. 점심 때 산책(가끔) 정도로 총 2~3시간 정도 유산소운동만 합니다. 무릎이 제 체중을 지탱하기에는 너무 연약해서 살 더 빠지면 무산소 시도할 생각입니다.
사실 아침 운동 로망있기는 했는데 이참에 습관형성하는 기회로 삼고 있습니다.
(저는 아침에 외국어 공부에 1시간 30분가량 투자하기 때문에 4시에는 깨야 인바디 하고 운동하고 공부하고 밥하고 출근할 수 있어요. 이렇게 쓰니 엄청 성실한 인간같네요.)
하여튼 오늘 처음으로 앞자리 6찍으면서 드디어 이 옷 입고 외출했습니다. 간만에 풀메하고 남편이랑 데이트 했네요.
아직도 바지는 살짝 끼긴 하는데 입었으니 된 거로.
치팅데이는 안 가졌습니다. 일단 회사에서 알아서 치팅밀을 시켜줍니다. 그리고 요리가 취미라 먹고 싶은 게 있으면 그냥 저칼로리로 만들어 먹었습니다. 칼로리 재긴 했지만 먹고 싶은 것 먹으니 큰 불만은 없더라고요.
며칠 씩 체중이 안 줄어도 크게 신경 안 썼습니다(아주 안 쓰는 건 무리였습니다).
외국어 공부는 발전은 커녕 퇴보하는 것 같은 자신을 보며 360일 자기 혐오에 시달리다 5일 정도 뿌듯해하는 자기학대의 절정 행위입니다. 그 짓을 몇 년을 했는데 고작 며칠 몸무게 변화없다고 절망하지 않고 폭식했다고 저 자신에게 실망 안 합니다. 저 자신에게 하루이틀 실망한 것도 아니고. 다이어트는 결과가 바로바로 나오는 만큼 오히려 매일 체중 재는 게 기대되더라고요. 하루에도 몇 번 씩 올라갑니다.
이제 무산소운동 무리없이 가능한 체중 만들어서 근육도 천천히 만들어가면서 최종 55찍는 게 목표입니다.
솔까말 하도 쪄서 확 빠진 감도 없긴 하지만 20대 초반 이후 처음 보는 6x에 자축하면서 주절주절 써봅니다.
다들 원하는 목표 꼭 이루세요.
전 2차 목표인 무릎 걱정 없이 무산소운동 가능한 체중 만들 즈음 올게요.
* 그리고 최근에 안 사실인데 그냥 저 옷이 한 치수 작게 나온 거라 사실은 66반 사이즈더라고요. 그걸 알았으면 다이어트 시작 안 했을 건데 이미 시작했으니 어쩔 수 없이 55Kg 찍고 평생 유지어터로 살기로 했습니다. 여자가 칼을 뽑았으면 지방이라도 썰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