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한때는 많이 먹고 운동을 하지 않으면 살이 찐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뚱뚱했던 내 친구는 많이 먹었으니까.
그러나 대학에 입학한 뒤, 그런 내 생각이 맞지 않을 수도 있음을 알게 됐다.
왜냐하면, 내 동기 중 한 명은 삐쩍 말랐음에도 불구하고 모임에서 마지막까지 숟가락을 놓지 않고 음식을 싹싹 긁어먹을 정도로 잘 먹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 친구는 아주 게을러서 몸을 움직이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이 아이가 좀 특이한 건가?' 잠시 생각했지만, 그 뒤로 나는 계속해서 비슷한 예외의 경우를 보게 되었다.
야식까지 챙겨 먹으며 많이 먹는데도 살이 안 쪄서 고민이라는 친구,
먹고 싶은 대로 다 먹고 운동도 안 하는데 남들이 부러워하는 날씬한 몸매를 가진 후배,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며, 일 년에 360일을 새 모이만큼 먹으며 식이조절을 했던 선배,
먹고 싶은 것을 참을 수 없으니 대신 운동을 하겠다며 운동중독으로 살았지만 살은 안 빠졌던 친구 등등.
그때 나는 몸무게와 식사량, 그리고 운동량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님을 알았다. 게다가 그 즈음 학교에서 배운 생리학, 생리 심리학 등의 과목은 내 추측이 단지 추측만은 아니었음을 뒷받침해주었다.
시상하부, 너는 뭐길래 나를 들었다 놨다 하니?
시상하부는 우리 몸의 여러 가지 호르몬 분비에 관여하며, 특히 식욕, 성욕, 수면욕과 함께 사람이 받는 모든 스트레스를 관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기능으로는 체온 조절,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 조절, 성장호르몬 분비 관장, 생식선 자극호르몬 분비 관장, 수면과 각성 조절, 식욕 조절, 정서와 행동조절 등이 있다.
그런데 이 시상하부는 스트레스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여 이런 모든 호르몬 분비와 몸의 조절에 영향을 주는데 이 말은 즉,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 모든 기능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체온증이나 저체온 현상, 식욕이 뚝 떨어지거나 증가하는 현상, 매우 마르거나 비만한 현상, 무기력하고 졸리거나 불면증이 지속되는 현상, 심리 문제 등등.
필자는 심리학 전공자이며 비만▪식이장애 치료자이므로, 정서와 행동 조절 그리고 섭식 조절에 관해 설명하겠다.
한 마디로 스트레스로 인해 시상하부에 이상이 생기면,
1. 정서가 불안해지고 행동을 조절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며,
2. 식욕이 지나치게 증가하거나 감소해서 폭식하거나 거식할 수 있고,
3. 신진대사에 이상이 생겨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거나, 적게 먹어도 살이 빠지지 않는 몸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유기적으로 계속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 지나친 식욕 증가로 과식과 폭식을 하게 되고 살이 잘 빠지지 않는 몸 상태가 되면, 스스로를 자책하고 우울해져서 또다시 스트레스를 잔뜩 받게 되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라
따라서 스트레스를 잘 해소하는 것은 비만과 식이장애는 물론 모든 질병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종종 참 황당한 방법들을 담은 기사를 보게 된다. '취미를 가져라, 여행을 떠나라, 운동해라, 수다를 떨어라' 등등.
이것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냐 하면 아주 아니라고는 말할 수 없다. 잠시 기분 전환을 하는 데 도움은 되니까. 그러나 이 같은 방법들은 근본적인 스트레스 해소와는 큰 상관이 없다.
잠시 기분이 좋아졌다가도 현실로 돌아오거나 비슷한 상황에 놓이면 또다시 우울해지고 답답한 마음이 드는 것을 경험해 보았다면 알겠지만 말이다.
다음 칼럼에서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비만과 식이장애를 치료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심리치료 방법을 소개하겠다.
※칼럼제공: 이지은 싸이코테라피스트 (다이어트/식이장애 심리치료 전문가)
http://cafe.naver.com/psychotherapydi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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