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싯적 젊은 처자들의 시선을 받던 떡 벌어진 가슴 근육은 어디로 갔을까?
활시위처럼 팽팽한 근육은 미끄러지듯 내려와 세월의 무게처럼 복부에 안착하였다.
뉴턴의 사과만 중력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다.
우리의 신체도 모두 처지고 있고, 중력의 도움을 안 받는 부위가 없다.
귀 큰 이가 장수하는 것이 아니라 오래 살았으니 그만큼 귓불도 늘어진 거다.
결국, 땅속으로 들어갈 운명을 예감하듯 키도 작아진다.
공원이나 산책로에 간혹 보이는 거꾸로 매달리는 운동 기구에 매달려 보자.
피가 머리로 쏠린 탓에 혈압이 상승하고 척추가 이완되지만, 오장육부는 쏟아져 내리지 않는다.
인체의 절묘함은 신비로움 그 자체인데, 장기 사이를 막아주는 장간막에 의하여 우리의 내부 장기는 굳건히 제 자리를 고수한다.
하지만, 인간을 만든 조물주는 장간막에 기름이 달라붙어 복부비만을 초래할 정도로 세상에 음식이 넘칠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최선을 다하여 많이 먹고 움직임을 최대한 자제한 결과다.
소식 다동 (적게 먹고 많이 운동하는 것)을 부르짖지만, 우리는 보란 듯이 다식 소동 (많이 먹고 적게 운동하는 것)의 생활을 즐긴다.
우리 몸의 장기를 섞이지 않게 구분해 주는 장간막에 중성 지방이 마치 그물에 얽힌 물고기처럼 얽히고설켜 붙어있는 것이 바로 똥배다.
육식을 하면 지방 및 아미노산의 대사를 위하여 담즙이 그 위에 뿌려지게 된다.
이때 간은 복잡한 과정을 통해 지방대사를 조절하고 넘치는 지방을 담즙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가 먹은 지방의 양과 질이 적당하고 섬유질이 어느 정도 확보된다고 가정해보자.
그 후에는 간에 의해 담즙의 형태로 소장에 도착한 지방이 장 운동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된다.
그러나, 비타민과 섬유질 등 필수 영양소의 결핍과 함께 장의 해독기능이 저하되어 있다면 어떻게 될까?
장에 운반된 지방과 독성물질은 다시 순환되어 장으로 되돌아온다.
이것이 바로 장과 간의 순환인데, 이 과정에서 간에 가장 가까운 장간막과 내장의 속과 표면에 지방이 침착되는데 이것이 바로 내장비만이다.
지방간 등으로 간의 기능이 저하되면 가장 중요한 지방연소 기관인 간이 제 역할을 못 함은 불 보듯 뻔하다.
간은 지방을 태우라고 있는 것이지, 지방의 저장고가 아니다.
술을 끊고 저지방 식이를 해서 간 속의 기름을 먼저 빼내지 않으면 절대 뱃살을 제거할 수 없다.
음식찌꺼기로 배수구가 막혀 물이 넘쳐 흐르는 싱크대를 생각해보자.
먼저 수도를 잠그고 막힌 배수구를 확보하면 자연스레 물은 빠질 것이다.
술과 기름진 음식을 즐기던 식습관을 개선하지 않고, 운동으로만 살을 뺄 생각을 하고 있다면, 어리석은 생각이다.
그것은 곧, 수도를 잠그지 않고 바닥에 흐르는 물을 한없이 걸레로 닦아내는 행위와 같다.
간에서 지방이 제거된다면 뱃살은 저절로 빠질 것이다.
여기서 필자는 독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
새해 벽두부터 술, 담배를 끊고 채식을 하며 운동을 하겠다는 여러 가지 결심을 한꺼번에 하지 말라는 것이다.
동시다발적인 결심의 성공확률은 제로이며 그 각오의 연착륙을 본 적이 없다.
술을 끊었다면 차라리 고기를 실컷 먹어 술의 공백을 메우듯, 하나를 내어주고 하나를 적극적으로 취하라.
우리의 습관은 길고 긴 세월에 기인한 것이며 어찌 되었건 우리가 사랑하던 것들이다.
그런 모든 것들은 한 번에 내려놓겠다는 계획이 우리의 각오를 실패로 만들어 왔다.
술과 업무에 혹사한 간의 기능이 회복되어 지방 대사를 충분히 조절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우리의 1차 목표이다.
술을 끊게 되면 맹수처럼 육식하던 식습관 또한 변화가 온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이것저것 다 끊으면 무얼 먹고 살란 말인가?’라는 불만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먹을 것이 없는 것이 아니다.
먹고 싶지 않은 거다.
※칼럼제공: 다이어트 명강사 박창희(hankookjo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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