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먹는 방송)’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이자, 어느덧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하지만 이것은 비만을 유발하고, 지속적으로 뇌를 자극해 음식중독을 유발할 수 있다.
먹방 영상을 계속 보게 되면, 뇌 시상하부가 자극돼 음식 사진이나 영상을 보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약물 중독이나 알코올 중독과 같은 상태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식욕 촉진 호르몬인 그렐린도 과다 분출된다. 그렐린에 반응하는 뇌 궁상핵 부위가 자극돼 계속 허기짐이 생긴다. 이 상태에서 음식을 먹으면 과식하게 되고 쉽게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아직까지는 의학적인 기준으로 채택된 것은 아니지만, 흔히 사용되는 체크리스트로써 세계보건기구(WHO)의 진단 기준이 있다.
지난 1년 동안 아래 항목 중 적어도 3 개 이상 해당될 경우 음식중독이라고 정의한다.
□ 음식을 먹을 때면 계획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을 남기지 않고 다 먹게 된다.
□ 더 이상 배고프지 않고 배가 부른 데도 음식을 계속해서 먹고 있다.
□ 가끔 음식 먹는 것을 줄여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할 때가 있다.
□ 하루 중 많은 시간을 과식으로 인해 축 처져있거나 피로감을 느끼면서 보낸다.
□ 내가 음식을 과다하게 혹은 빈번하게 섭취하느라 업무 시간, 가족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 중요한 약속이나 여가활동에 지장을 받으면서 음식을 먹은 적이 여러 번 있다.
□ 음식을 일부러 끊거나 줄였을 때 금단증상(불안, 짜증, 우울감, 두통)이 나타난다.
□ 불안, 짜증, 우울감 혹은 두통 같은 신체증상 때문에 음식을 찾아 먹은 적이 있다.
□ 특정 음식을 일부러 끊거나 줄였을 때 그 음식을 먹고 싶은 강렬한 욕구를 경험한 적이 있다.
국내에서 음식중독이 알려진 것은 수년 전에 불과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의하면, 폭식증 유병률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음식중독은 탄수화물 중독이라고 볼 수 있는데, 연구에 따르면 탄수화물을 먹고 나면 불쾌감이 줄어들고 음식에 대한 욕구가 줄어든다고 한다.
음식을 먹고 나서 활성화되는 뇌의 보상체계 부위가 마약복용 후 증상과 같기 때문에 중독이라고 부를 수 있다.
쿠키, 도넛, 과자 같은 정제 탄수화물 음식, 고용량의 소금이 들어간 짠 음식, 지방과 설탕이 많이 들어간 음식들은 뇌의 쾌락중추를 자극하는 감칠맛(palatability)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음식을 습관적으로 점차 더 많이 먹게 된다면 음식중독을 유발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진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술 담배에 대한 중독조차도 중독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는데 반해, 영국 등은 정부가 2017년부터 탄산음료에 설탕세, 또는 비만세를 부과키로 했다.
이미 헝가리 멕시코 프랑스 및 뉴욕 등 미국 일부 주가 탄산음료나 가공식품에 이미 세금을 물리고 있다. 식품 의약품 안전처도 이달 말까지 제1차 당류 저감 종합계획을 수립하기로 했지만, 설탕세 도입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실 우리나라 국민들의 하루 설탕 섭취량은 61.4g으로 100g에 육박하는 미국 멕시코 등에는 못 미치지만, 세계보건기구(WHO) 권장치(25g)는 훨씬 웃돌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담배에 붙는 막대한 세금을 감안할 때 설탕에도 설탕세를 붙이는 날이 멀지 않았다고 본다.
음식중독이 문제인 것은 다들 자신이 음식중독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음식중독은 나쁜 남자와 같아서 자신이 빠져들고 있는 줄도 모르고 헤어나기 어려워 결국 치명적인 피해를 입게 된다.
다이어트를 통해 체중을 어렵게 감량했는데 음식중독 성향이 있다면, 그 습관을 고치지 못한다면 체중은 다시 원상복구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또, 음식 그 자체뿐 아니라 어떤 방법으로 먹느냐에 따라서도 중독 성향이 만들어진다.
쥐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 중, 과식과 절식을 반복시키면 폭식과 함께 실제 신경세포의 변화가 나타났다.
사람에게 있어서도 체중감량에 대한 시도가 반복되는 사람에게 음식중독 증세가 더 흔하게 발견되기 때문에 다이어트를 평 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음식중독이 더 위험하다.
음식중독은 슬, 담배, 마약과 같은 중독성을 일으키지만, 그 위험성을 모르고 있으며, 손쉽게 음식을 구할 수 있기에 음식중독은 다이어트 성패에 가장 큰 변수이다.
※ 칼럼제공: 서초좋은의원 유은정 원장(정신과 전문의)
http://www.goodimageclini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