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와 채소 중 어느 것이 더 맛있을까?
필자부터 대답하자면 고기다.
청강자들에게 질문을 던지면 고기 쪽으로 손이 많이 올라간다.
고기반찬, 고깃국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선호가 높은 편인데, 채소는 어떨까?
부모가 권하니까 마지못해 몇 젓가락 집는 시늉만 하는 아이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성인들도 채소를 등한시하기는 마찬가지다.
대형할인매장에 가면 고기 소스보다는 채소와 관련된 소스들이 훨씬 많다.
고기는 숯불에 슬쩍 구어 왕소금만 찍어 먹어도 입에서 살살 녹지만 채소야 어디 그런가.
고기와 채소에 대한 인간의 선호는 채소 관련 소스가 훨씬 많다는 것만 보더라도 짐작이 가고 남는다.
살찌지 않으면서 고기를 실컷 먹을 수 있다는 황제 다이어트는 날씬해지고 싶은 욕망과 육식을 선호하는 인간의 욕구를 정확히 읽어낸 결과다.
임도 보고 뽕도 딸 수 있었지만, 문제는 그 뽕밭 주인에게 들켜서 망신을 당하고 오디값까지 톡톡히 물어내야 했다는 거다.
육식 위주의 다이어트는 탄수화물을 포함한 채소가 빈약한 식단을 의미한다.
채소가 부족한 식단은 온갖 문제를 일으킨다.
예를 들어 피부가 거칠어지고 탈모가 오며 갖가지 만성 질병을 일으키는 등 육류 위주의 식습관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악영향이 크다.
거기에 육류의 과도한 지방이 몸에 나쁜 LDL콜레스테롤의 수치를 높이며 혈액순환을 방해한다.
그래서, 뇌졸중과 심장발작의 원인이 된다는 공식 같은 얘기들이 줄줄 뒤를 잇는다.
그뿐이 아니라 청정연료인 탄수화물의 공급이 끊긴 우리 몸은 단백질이나 지방을 연소하기 시작한다.
개인차가 있지만 약 2주 정도가 지난 후 보통 베타 히드록시부티르산, 아세트초산, 아세톤 등의 케톤체가 발생하는 케토시스라는 증상이 온다.
이것은 지방 연소의 부산물인 산성 물질이 체내에 축적되는 현상을 말한다.
우리는 이 병을 케톤증이라고 부르는데 심해지면 뇌 기능 장애와 혼수상태를 유발할 수 있는 위험한 질병이다.
황제 다이어트의 창시자인 앳킨스는 만일 이상이 생기면 소변검사로 케톤 레벨을 테스트해 볼 수 있다고 했으니 의사가 무색할 지경이다.
이상이 있으면 비타민 제제나 얼마간의 채소를 곁들일 것을 당부하는 친절함도 잊지 않았다.
이 밖에도 황제 다이어트 앞에 엉터리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는 근거는 많다.
인간의 위는 대단한 소화력을 지녔고 열매, 씨앗, 애벌레, 뿌리 등 생존에 필요한 모든 음식물을 소화해 낸다.
소위 먹고살기 위해 눈에 띄는 것은 무엇이든 입으로 가져갔다는 얘기다.
앳킨스의 이론대로라면 인간은 항상 들소 고기를 먹을 수 있어야 했다.
그는 지방투성이의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권하고 있지만, 숯불 고기 파티는 연중 몇 차례에 불과했을 것이다.
육식의 긍정적인 면을 굳이 찾자면 고지방 고열량 식이요법이기 때문에 허기를 느끼지 않아 음식에 대한 집착이 줄어든다는 정도일 것이다.
일단 탄수화물을 섭취하지 않으면 우리 몸은 근육이나 지방에서 에너지를 얻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방이나 단백질의 대사과정에서 생긴 질소 노폐물을 독성이 없는 요산으로 전환하여 배출하는 과정에서 간과 신장에 무리를 줄 수밖에 없다.
이외에도 다량의 불포화지방 및 콜레스테롤을 섭취하게 되어 고지혈증, 동맥경화증 등 각종 심혈관계 질환이 발생할 수도 있다.
결국은 건강에 좋지 않은 악영향을 미친다.
인류는 항시 배를 채울 만큼의 고기를 확보할 수 없었기에 호랑이나 사자와는 달리 잡식의 형태로 주린 배를 채우며 진화해 왔다.
골고루 영양 잡힌 균형 있는 식사가 정답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인간이 탄수화물을 끊고 살아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정제하지 않은 갈색의 탄수화물을 적당량 섭취하고 역시 가공되지 않은 육류와 과일, 채소를 곁들이는 식사를 해보자.
그러면 우리는 날씬하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
117kg의 과체중을 견디지 못하고 심장질환으로 사망한 앳킨스는 과연 이 사실을 몰랐을까?
※칼럼제공: 다이어트 명강사 박창희(hankookjo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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