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우먼인 은영씨(가명)는 겉으로 보기에는 남부러울 것 없는 사람입니다.
전문직에 연봉도 높았고, 집안도 넉넉했습니다. 외모, 성격 또한 객관적으로 보기에 괜찮았습니다.어디 하나 꿀릴 것이 없었죠.
그런데, 은영씨에게는 말 못할 자신만의 사정이 있었습니다. 바로 끝나지 않는 살과의 전쟁이었습니다.
급기야 굶는 다이어트를 반복하다 폭식증이 온 것입니다.
“은영이는 뭘 먹어서 그렇게 살이 쪘니?”
이런 가족들과 친척들의 얘기가 듣기 싫고 부담스러웠다고 합니다.고등학교 때까지는 생각만 했지 다이어트를 실천할 수는 없었지요.
고3이 끝난 후부터, 은영씨의 지옥과 같은 다이어트는 시작됩니다.
20대 초반부터 먹지 않고 단기간에 10kg 정도 감량했는데, 요요 현상이 찾아와 다시 체중이 늘면 바로 색다른 다이어트 방법을 시도했습니다.
당연히 살 빠지는 한약, 다이어트 보조제도 먹었지요. 뺐다 쪘다를 반복하며 은영씨의 체중은 고정된 적이 없었습니다.
몸을 과도하게 굶기는 다이어트는 곧 폭식으로 이어졌습니다.
처음에는 일주일에 1~2번 나왔던 폭식이 이제는 일상생활을 거의 마비시키는 수준이 된 것입니다.
000 다이어트도 하고, 3박 4일로 다이어트 합숙소도 다녀왔지만, 이제 체중은 쉽게 빠지지 않습니다.
점점 자신감이 떨어진 은영씨는 안면 윤곽수술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외모와 체중이 달라지는 것과 식이장애 치료는 별개입니다.체중을 무리하게 빼는 것은 결국 요요 현상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러니 나중에는 다이어트를 도울 수 있는 보조 수단들을 사용하게 되는 것입니다.
식이장애 증상을 갖고 있는 많은 분들은 한 번씩 경험해보셨을 것입니다.
살 빠지는 한약, 다이어트 보조제 같은 것들 말입니다.
내가 지금보다 살이 빠지고 외모가 더 예뻐지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지요.
이 때부터는 뭔가 획기적으로 나의 몸과 얼굴이 달라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게 됩니다.
식이장애 내담자 분들은 저에게 많이 묻곤 합니다.
“한약을 2달만 먹으면 살이 빠진다는데 먹어도 될까요?”
“이번에 코를 좀 높이면, 제가 체중에 덜 집착할 거 같아요.”
제 대답은 그건 별개라고 말합니다. 한약을 먹는다고 해서, 성형을 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물론 이전보다는 조금 더 내가 예뻐지고 일시적으로 살이 빠져서 만족감은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심리적 만족감은 정말 아주 잠시 뿐이라는 것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나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들과 생각들이 몰려오기 때문입니다.
외적인 것이 달라졌다고 해서 나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마음까지 없어지지는 않지요.
또, 이런 보조식품들로 인해 부작용으로 폭식은 더 심해질 수도 있습니다.
다시 똑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는 자기 자신을 바라보며 오히려 더 괴로운 마음이 들 수도 있겠지요.
‘아, 나는 온갖 노력을 다 해도 좋아질 수가 없구나.’ 하는 나아지는 것에 대한 회의적인 마음들 말입니다.
나의 정체성을 다시 세워가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지금 은영씨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먼저 내가 왜 그토록 체중과 외적인 것에 집착하게 됐는지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그 집착이 정말 나를 위한 것인지 말입니다.
남에게 인정받기 위한 것이라면, 그것에 왜 나에게 중요하게 되었을까요?
두 번째로 나 스스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나는 부족한 사람이야’ 라는 왜곡된 믿음이 만일 없어진다면 그 자리에 무엇을 채우고 싶은지 말입니다.
‘40kg 초반을 유지하는 사람?’ ‘턱이 갸름한 사람?’ 과 같이 외적인 것으로만 그 동안 나를 생각해 왔다면 내적인 질문들을 나에게 던져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나는 부족하지만 괜찮은 사람이야.’ 라고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나는 스스로를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같은 것 말입니다.
왜곡된 믿음 대신 나 스스로를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고 싶은지 생각해 보는 것이지요.
세번째로 내 인생의 진짜 목표를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사람의 인생은 유한합니다. 아무리 오래 산다 해도 100세를 넘기기는 힘들지요.
그렇다면, 내 인생의 목표가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삶인가요?
저체중을 유지하고, 외모를 늘 가꾸는 것이 내가 죽을 때까지 이루고 싶은 목표인지 말입니다.
내가 죽는다면, 내 삶의 발자취가 남겨진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평생 다이어트에 족쇄를 차고 나 자신을 미워하는 것에 에너지를 쓰고 싶은지 말입니다.
보다 먼 미래를 한 번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이런 질문들에 답을 해가시다 보면 내가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진짜 정체성을 만나게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내 삶의 주인공으로 사시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 칼럼제공: 너는 꽃 식이장애전문상담센터/박지현 상담심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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