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거식 상태에 있던 환자들이 치료를 받으며 다시 식사하기를 시작할 때, 제일 많이 호소하는 것은 바로 체중에 대한 불안감과 강박입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체중에 대한 불안과 강박은 단순히 체중을 신경 쓴다는 정도가 아닌 하루에도 수십 번씩 체중을 재며 0.5kg이라도 달라졌을 때 드러내는 감정상태의 기복을 말합니다.
특히 다이어트로 체중감량을 해서 마른 몸으로 입었던 옷들을 다시 못 입게 됐을 때 마치 나 자신을 잃어버린 것처럼 극도의 불안감을 드러내는 것을 자주 봅니다.
'옷을 다시 사야 한다는 것 그 자체가 너무 수치스러워요. 마른 나 자신을 잃어버린 게 너무 슬퍼요. 나한테는 이제 아무것도 없어요.'
그럼 체중계의 숫자가 도대체 그분에게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저는 꼭 되물어보곤 하는데요.
공통적으로 자주 하시는 대답은 '말랐다는 것 외에는 나에게는 아무런 장점이 없다'라는 것입니다. '마르기라도 해야 그나마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을 수 있고 사랑받을 수 있다' 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체중이 0.5kg이라도 늘었을 때 극도의 불안감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사실 체중에 대한 이러한 집착의 뿌리는 훨씬 깊게 그 이전부터 나타난 현상의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많은 미디어 매체에서 여성의 마른 몸을 미의 기준으로 강조하고 '말라야만 환영받고 사랑받을 수 있다.' 라는 사회 문화적 기준이 체중에 대한 집착을 유발하는 것도 있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있는 그대로 존재 자체로 나 자신을 바라보지 못하는 것에 있다고 봅니다.
하인즈 코헛(Heinz Kohut)의 자기 심리학의 관점에서 보자면, 부모에게 인정받고 사랑받아야 건강하고 응집력 있는 자기로 구축될 수 있는데, 바로 이런 부분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사람은 잘못된 방식으로 그 결핍을 채우기 위해 노력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내가 마른 것을 유지해야만 하는 것도 그래서 체중에 대해 집착을 하는 것도 하인즈 코헛의 관점으로 보자면 결핍된 자기를 채워보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으로 볼 수 있습니다.
특별한 학대나 트라우마가 있지 않아도 어떠한 이유에서건 가족 안의 분위기 자체가 아이가 불안이나 걱정을 드러냈을 때 그 감정이 무시, 묵살, 축소됐다면 아이의 내적 경험은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아 아이의 '건강한 자기'는 구축될 수 없게 됩니다.
아름답고 예쁜 몸을 갖고 싶은 것은 사람의 기본적인 욕구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건강한 삶의 방식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만약 나 자신이 체중에 너무 과도하게 집착하고 있다거나 마른 것이 내 전부가 되어 지나친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면 한번 나의 내면을 점검해보시는 것이 도움되실 수 있습니다.
진정한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은 마른 것을 유지하는 데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나 자신을 찾아가는 것, 있는 그대로의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것, 언제 어디서든 내가 나로써 존재할 수 있을 때 진정한 자신감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을 여러분 자신으로 있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요인은 어떤 것인가요? 여러분에게 체중이라는 숫자는 어떤 것을 의미하나요?
※ 칼럼제공 : '마음과 마음 식이장애 클리닉' 박지현 상담심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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