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담자의 반응)
'다시 체중에 집착하고 있어요. 체중이 자꾸 올라가니까 아무것도 하기 싫고 의욕이 안 생겨요. 밥도 안 먹고 있어요. 하루에 사과 1개, 고구마 1개? 이런 체중집착이 결국 제 일상을 무너뜨린다는 것을 경험했는데도, 쉽게 고쳐지지 않네요'
(치료자의 생각)
'어떤 일이 있었던 거지? 분명 일주일 전만 해도 일상생활에서 안정감을 느끼며 좋아지고 있었던 00 씨인데. 한 주 만에 갑자기 체중과 음식 얘기만 늘어놓으며 빠져 나오기 힘든 중독의 덫으로 다시 들어가려고 하는 것일까? 이런 패턴으로 들어가게 되면 다시 폭식이 나오는 것은 시간 문제인데'
저는 00씨에게 어떤 감정을 회피하고 있는 것인지 그 전주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 자세히 질문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별일이 없었다는 00씨였지만 얘기를 듣다 보니, 정기적으로 있었던 친구들 모임에서 제외되는 사건이 있었던 것이었죠.
00씨의 핵심감정은 깊은 소외감이라 친구들 모임에서 제외되는 사건이 00씨가 그토록 피하고 싶고 두려워했던 소외감이라는 감정을 건드린 것입니다.
내면의 수치심, 슬픔, 외로움, 무기력함 등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될 때, 체중집착, 음식 강박, 폭식과 구토 등 식이장애 증상은 우리가 부정적 감정을 회피하고 느끼지 않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그렇지만 이 방법은 일시적일 뿐 폭식, 구토, 과도한 다이어트, 술 등과 같은 중독성 행동들은 우리가 가진 현실의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합니다.
이유가 없는 것 같은 폭식과 구토를 반복하며 삶은 더 비참해지고 힘들기만 할 뿐입니다.
혹시 다음과 같이 나 자신과의 계약을 맺고 있지는 않은지요?
『나, 000는 나의 느낌들을 느끼지 않기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 분명히 말해두지만, 감정이란 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것이다.
나의 느낌에 저항하는 이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하여 나는 기꺼이 제한된 삶을 살아가겠다. 나는 진정한 행복과 사랑과 건강을 포기하겠다.
나 000는 (과도한 다이어트, 폭식, 절식, 음주, 수면, 자해, 성행위, TV 시청 등)을 함으로써 나의 감정들을 최대한 회피할 것이다. 감정은 회피할수록 더 좋다.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끼는 일은 틀림없이 나를 파멸시키고 말 것이다.
그러므로 감정들이 존재하도록 내버려 두기보다는 차라리 내 삶의 대부분을 포기하겠다.』
내가 진정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는 바로 '감정'입니다.
그 동안 내가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숨거나, 무언가로 전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왔고 폭식과 같은 식이장애 증상을 통해 이런 것이 잠시 동안 가능했던 것뿐입니다.
아무리 고통스러운 감정이라도, 그것을 밀어내려고 하기보다는 내 삶의 일부로 인정해주고, 지금, 여기에 존재하며 나 자신과 함께 머무르려고 노력할 때 고통스러운 감정은 자연적으로 치유되어 적절한 순간에 지나갈 것입니다.
※ 칼럼제공: 마음과 마음 식이장애 클리닉 박지현 상담심리사
http://www.eatingdisor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