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한창 다이어트할 때는 조금만 먹고도, 하루에 운동도 2-3시간씩 거뜬하게 할 수 있었거든요.
게다가 마음먹고 공부하기 시작하면 피곤한 줄도 모르고 밤늦게까지 공부하고,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영어학원 다니고, 정말 열심히 살았었는데…
지금은 너무 무기력해요.
자꾸만 게을러지고, 운동도 하기 싫어지고 공부에 집중도 안 되고 폭식 때문에 살도 찌고…
정말 그때가 그리워요”
거식증에서 폭식증으로 옮겨 가서 치료받고 있는 분들의 공통적인 하소연입니다.
어떤 어머니는 체중이 올라 몸 상태가 좋아지는 것은 좋지만 딸이 전과는 달라졌다고 말하는 분도 계십니다.
“예전에는 운동을 너무 해서 걱정이었는데, 요즘 운동은커녕 집밖에도 안 나가네요.
게을러진 거 같아서 걱정이에요”라고 말입니다.
문제는 아드레날린입니다.
그녀가 다이어트를 시작했을 때, 그녀의 뇌는 위기상황이라고 파악합니다.
굶주림이야말로 모든 생물의 존재를 위협하는 두려움이기 때문입니다.
음식을 제한하고, 체중이 줄어갈수록 심각한 위기상황이라고 판단한 뇌는 아드레날린을 짜내기 시작하는 것이지요.
배고픔에 견뎌야 하고, 적게 먹어도 힘을 내서 살아 낼 수 있도록 말입니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어느 한도를 넘고 나면, 아드레날린은 고갈되고 피로와 무기력감이 몰려오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과정이지요.
조금 먹고도 멀쩡했던, 뇌가 아드레날린을 짜내며 마지막 몸부림을 쳤던 그때를 그리워하면 안 되는 것입니다.
우리의 몸과 뇌는 휴식과 게으름을 통해서 고갈되었던 아드레날린을 다시 만들어낼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렇기에 다이어트뿐만 아니라 모든 일상에서 너무나 극단적으로 과하게 했다가 지금은 그러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하나도 이상한 것이 아닙니다.
단지 충분한 쉼이 나에게 필요하다는 신호지요.
※ 칼럼제공: 마음과 마음 식이장애클리닉, 박지현 상담심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