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굶기'에서 비롯된 1일 2식이 또 한번 다이어트를 했다. 하루 한 끼 먹는 식습관으로다이어트는 물론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는 〈1일 1식〉 열풍이 바로 그것!과연 1일 1식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획기적인 디톡스 방법일까?
요즘 대형 서점의 베스트셀러 순위를 찬찬히 살펴보면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다이어트, 재테크, 연애, 외국어 공부를 돕는 ‘결심 서적’이 대세라는 것!
조선일보 북스팀이 인터넷 서점 ‘예스 24’의 최근 5년간 판매 동향 자료(12~1월 사이)를 분석한 결과 ‘결심 서적’의 판매 성장률은 15.5%로 나타났다.
특히 다이어트 관련 도서는 2008년에 비해 약 58% 성장해 시장의 확대를 이끈 효자 상품. 그중에서도 [1일 1식]은 최근 20~30대 여성들사이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베스트셀러다. 사실 운동보다 굶는 게 수월한 ‘귀차니스트’ 여성들에게 이보다 달콤한 유혹이 또 있을까?
그러나 ‘내 몸을 살리는 52일 공복 프로젝트’를 시작하기에 앞서 하루 한 끼 식사의 ‘진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먹성 좋은 사람은 한 끼만 굶어도 정신이 혼미해지고 손 하나 까딱하기 싫을 만큼 무기력증에 빠지니 말이다.먼저 [1일 1식]의 저자 나구모 요시노리 박사의 주장부터 들어보자.
그는 52일간불필요한 식탐을 버리면 체중 감량과 건강 회복이라는 두 가지 숙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먹는 양을 최소화할수록 생명력 유전자 ‘시르투인’이활성화된다는 것에서 착안한 다이어트 방법으로, 하루 한 끼를 먹되 균형 잡힌 식단으로 ‘제대로’ 먹는 식습관을 강조한다.
“52일간 저녁 한 끼만 먹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때에 따라 주 1~2회 음주(안주 없이 소주 1병 이상)하고 주말에는 평소와 다름없이 2~3식을 했는데도 살이 6kg이나 빠지고 요산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떨어졌어요.”
“친구들 사이에서 별명이 ‘장 트라볼타’일 정도로 배변 활동이 원활하지 않고 얼굴에 뾰루지가 자주 올라와 고민이었는데 1일 1식을 실천한 이후 이런 고민이 사라졌어요.” 인터넷과 SNS를 통해 쏟아지는 하루 한 끼 예찬론은 지금 당장 시도하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다.
요시노리박사가 추천하는 1일 1식 패턴은 다음과 같다. 기본적으로 아침, 점심에는 한 끼식사 대신 틈틈이 물을 마시거나 한입거리 과일로 배를 달래는 것이 포인트.
제대로 된 한 끼는 하루의 끝을 마무리하는 저녁식사로 할 것을 권하지만, 각자 생활 패턴에 맞춰 세 끼 중 한 끼를 선택하면 된다. 피부 세포가 28일 간격으로 소멸과 재생을 반복하듯 신체 세포는 52일 간격으로 교체되는 만큼, 약 7주간 꾸준히 실행하면 디톡스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문득 국내 전문가들은 1일 1식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해졌다. 그들은 하나같이‘다이어터’라면 한번쯤 시도해봤을 덴마크 다이어트나 레몬 디톡스에 비해 특정 식품(자몽, 삶은 달걀, 고춧가루 등)만 먹는 방식이 아닌, 원하는 음식을 그대로 먹을수 있다는 점을 높이 샀다.
반면 극단적인 끼니 제한에 따른 보상심리가 작용해 음식에 대한 갈망, 즉 식탐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음을 지적한다.
무엇보다 책을 제대로 읽지 않고 인터넷상에 떠도는 수박 겉핥기식 정보에 현혹되면 ‘내 몸을살리자’는 요시노리 박사 주장의 본질이 퇴색되는 일은 시간문제라는 것. 성신여자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이승민 교수는 “배꼽시계를 무시하고 ‘쌩으로’ 굶으면 기초대사량이 낮아져 덜 먹어도 살이 찌고 찐 살은 좀처럼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김양현 조교수는 탄수화물 부족 현상을 염려했다.
다이어트 할 때 밥이나 빵 등 탄수화물을 일절 입에 대지 않는 여성들이 많은데, 하루 한 끼 식단에 머리와 심장을 움직이는 힘의 원천인 탄수화물 섭취량마저부족하면 탄수화물 대신 지방과 단백질을 대체 에너지원으로 ‘당겨 쓰는’ 악순환이반복되며, 이로 인해 당뇨병성 케톤산 혈증과 근력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
결국 하루 한 끼 식사일수록 대충 먹고 때워서는 절대 안 된다. 하루 한 번뿐이기에더 소중한 식사를 인스턴트나 정크푸드가 아닌 완전한 식단(생선, 곡물, 채소가 골고루 들어간)을 제안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요시노리 박사에 따르면 1일 1식으로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연령대는 ‘배둘레헴’으로 고민하는 30대 직장 남성과 폐경 후 급격하게 살이 찐 50~60대 중년 여성. 성장기 청소년이나 임산부는절대 피해야 한다.
또한 공복 상태에서 녹차, 홍차, 커피 음용은 피할 것. 뱃속이 비어 있는 상태에서 독성 강한 카페인이 들어가면 구토나 설사, 현기증이 나타날 수있으므로 카페인을 함유하지 않은 보리차나 우엉차로 대체하는 것이 현명하다.
하루 한 끼로 건강을 되찾아보자는 ‘1일 1식’ 프로젝트는 칼로리 과잉 시대를 사는현대인을 위한 ‘충격 요법’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해볼 만하다.
다이어트의 성공 여부는 요요 없이 얼마나 잘 유지하느냐에 달린 것처럼, 1일 1식 이후 디톡스가이뤄진 몸 상태를 오래 지속하고 싶다면 52일간의 노력이 빛날 수 있도록 후반 레이스에 집중하길 바란다.
하루 한 끼라는 숫자의 틀에서 벗어나 ‘인체의 신비’라 불러 마땅한 배꼽시계에 귀 기울여 ‘진짜’ 배고플 때 먹고 싶은 음식(완전식품 위주의착한 식단이면 금상첨화)을 기분 좋게 20분 이상 꼭꼭 씹어 먹기, 밤 10시부터 새벽 2시 사이(요시노리 박사에 따르면 ‘골든 타임’)에 잠들기.
디저트와 술은 질 좋은것으로 조금씩 먹기, 틈나는 대로 모델처럼 가뿐히, 척척 걷는 습관을 들이면 불필요한 군살은 빠지고 건강은 저절로 따라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