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본 식성
가리는 음식이 거의 없다. 안먹는 것은 있지만 못 먹는 것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지인들은 물론이고, 가족 친지들 중에서도 독보적일 정도이다. 성인이 되어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서부터 더 많은 종류의 음식을 접할 수 있었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는 가격대가 있고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지역음식, 계절음식까지 섭렵했다.
예를 들면..
모든 해산물 요리(생선류. 갑각류. 해조류. 해삼 등등) 모든 육회류. 특수부위 고기. 고래고기. 홍어요리. 생선식혜. 과메기. 청국장. 낫또. 선지국. 추어탕. 장어탕. 곱창 막창 대창 등의 창자류. 고수. 취두부. 은행 등.
(보신탕이 얼마나 맛있는 음식인지 잘 알고 있지만.. 살아있는 개.. 를 너무 좋아해서 7살 이후로 먹지 않는다)
여행을 하면서 새로운 음식들을 접하기도 했다. 누군가 좋아하는 음식을 물어보면 대답하기가 너무 어렵다. 너무 많으니까. 궁금하지만 아직 못 먹어본 음식들이 많은데, 새로운 맛에 대한 거부감이나 두려움이 없어서 언제든지 기회가 된다면 맛보고 싶다.
* 가리는 음식
탄산음료 : 다이어트 이전에도 잘 마시지 않았다. 탄산음료가 같이 먹는 음식의 맛을 흐리는 것이 가장 싫다. 마신 후에 더 갈증나는 느낌 또한 싫다. 느끼한 음식을 먹을 때 한두모금 먹는다. 탄산수는 시원한 느낌때문에 가끔 즐기는 편이다.
봉지 과자류 : 다이어트 이전에도 잘 먹지 않았다. 커피와 곁들여 먹을 수 있는 쿠키류를 좋아한다.
우유 : 흰우유를 아주 좋아한다. 딸기맛 초코맛 바나나맛 등의 우유를 잘 먹지 않는다. 있으면 먹지만, 그냥 흰우유와 함께 진짜 딸기나 바나나를 먹거나 초콜릿을 먹는 게 훨씬 좋다. 아마도 나한테는 맛도 중요하지만 씹어서 삼키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과일주스 : 탄산음료와 비슷한 이유로 잘 먹지 않는다. 오렌지주스보다 오렌지를 먹는 것이 훨씬 더 행복하다.
곤약류 : 명절 탕국에나 넣어 먹던 재료이지만, 한창 감량할 때에는 포만감을 위해 몇번 이용했다. 단독으로 먹은 적은 없고, 당시에 섭취칼로리 조절을 하려다보니 마트에서 저렴한 곤약을 사다가 떡볶이나 면, 볶는 음식에 추가해서 음식양을 늘렸다. 감량 이후에는 일부러 챙겨 먹은 적이 없다. 영양가가 거의 없고 가격이 아주 저렴한 식재료인데, 곤약을 이용한 다이어트 식품들이 비싼 가격에 팔리는 것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 다시 감량할 일이 생기더라도 곤약은 식단에서 제외할 것이다.
죽이나 스프, 쉐이크류 : 싫어하진 않지만 굳이 사먹거나 챙겨먹지 않는다. 있으면 먹는 정도. 씹을 것 없이 후루룩 먹어야 하는 음식은 다이어트와 관계없이 즐기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필요한 경우가 아닌 이상, 식재료를 잘 갈아먹지 않는다.
* 최근 자주 먹은 식단
뮤즐리 : 우유나 두유에 건과일이 약간 섞인 뮤즐리를 넣고 견과류와 바나나를 추가해서 먹는다. 블루베리 등 냉동과일이 있으면 추가한다. 내 입맛에는 바나나가 제일 맛있다. 먹는 시간에 따라 프로틴이나 귀리가루, 또는 볶은 통귀리를 더 추가한다. 카카오닙스를 넣어먹기도 한다. 여기에 굽거나 삶은 계란도 꼭 같이 먹는다. 뮤즐리를 불려먹지 않는다. 맛있고 씹히는 것도 많고 간편하면서도 아주 든든하다.
약 400~500kcal.
빵 : 식사로 먹는 빵은 담백한 것으로 고른다. 굳이 통밀 제품을 고르지 않는다. 평소에 빵을 자주 즐기는 편이 아니었는데 최근에 담백한 빵에 꽂혀서 베이글(1개), 식빵(2쪽), 모닝빵(3개), 바게트(4쪽)를 자주 사먹었다. 빵 한종류를 골라서 괄호안의 양만큼을 1회분으로, 달지 않고 짜지 않은 담백한 크림치즈 30~40g 정도를 발라 먹었다. 가끔 단 것이 생각나면 크림치즈 양을 줄이고 땅콩버터나 과일쨈을 조금 추가한다. 여기에 따뜻한 커피나 우유 한잔, 사과, 굽거나 삶은 계란을 같이 먹는다. 슬라이스 치즈를 이용할 때도 있다.
약 500~600kcal.
라면 : 건강에 좋은 메뉴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간편하고 맛있어서 포기가 안된다..ㅜㅜ 라면을 꽤 자주 먹는 편이다. 다이어트 전에도 많이 먹었는데, 그때는 만두나 가래떡을 추가하거나 국물에 밥을 말아 먹기도 했다. 다이어트 이후에는 라면에 저런 재료를 더해서 먹진 않는다. 양파, 대파, 버섯, 호박, 양배추 등의 야채를 두가지 정도 반드시 추가한다. 계란, 두부, 캔참치 등을 곁들여 먹는다. 닭육수 베이스의 라면에는 닭고기를 넣어서 끓이기도 한다. 건더기 위주로 먹고 국물은 남긴다.
약 700~800kcal.
밥 : 어릴 때부터 잡곡밥을 즐겨 먹었다. 집에서는 흰쌀밥을 먹은 적이 거의 없다. 지금은 예전보다 더 다양한 잡곡을 섞어 먹는다. 집밥이든 식당밥이든 국이나 찌개는 건더기 위주로 먹고 밑반찬은 가리지 않는다. 육류, 콩류, 생선류 등 단백질 포함 반찬을 하나라도 꼭 더해서 먹도록 한다.
약 600~700kcal.
과일 : 최근에 사과, 귤, 단감을 거의 매일 먹고 있다. 계절따라 과일을 너무 좋아해서 계속 먹다보니 식단일기에 하루 당류 섭취량이 100g을 자꾸 넘어가지만 단순당이 아니라서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단, 다이어트 이전에는 제한없이 먹다가 다이어트 이후에는 양조절을 한다. 하루 사과 1개, 귤 2개 정도. 바나나도 즐겨 먹는다.
과일류 매일 약 200~300kcal.
견과류 : 최근 자주 먹은 견과류는 아몬드, 브라질너트, 사차인치, 땅콩 정도. 견과류라 하기에는 애매하지만 볶은 서리태도 자주 먹는다.
견과류 매일 약 100kcal.
커피 : 하루 1~2잔 양조절 한다. 아메리카노를 제일 많이 마시고, 가끔 라떼를 마신다. 한여름을 제외하고 아이스는 잘 마시지 않는다. 달지 않은 따뜻한 커피에 달거나 고소한 쿠키 또는 케잌류를 곁들여 먹는 것을 제일 좋아한다.
커피와 디저트 매일 약 100~300kcal
(카페 방문시 300kcal 이상)
어묵탕 : 평소에 자주 먹던 메뉴는 아니지만 추운 날씨에 따뜻한 국물 생각이 나서 최근에 많이 먹었다. 간은 짜지 않게 한다.
* 외식 메뉴
가리는 음식이 없다보니, 대부분 함께 식사하는 사람들의 식성에 따르는 편이다. 선택권이 있을 때에는 해산물 또는 육류를 먹거나, 1인분씩 각자의 음식이 나오는 식당에 가려고 하는 편이다.
한달에 2번 정도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는 식당에 간다. 생일이나 이벤트가 많은 달에는 매주 가기도 한다. 뷔페나 샐러드바에 가거나, 피자 떡볶이 고기류 등 주메뉴가 무한리필되는 식당에 가서 실컷 먹는다. 외식메뉴는 사진을 찍어서 대략의 양을 식단일기에 기록한다. 다이어트 전에도 후에도 워낙 먹는 걸 즐기다보니, 같이 가는 지인들보다 많이, 맛있게 먹는 편이다.
* 식단과 운동에 대한 생각
많이 쓰지 않는 기관은 그 기능이 떨어지고 퇴화하는 법이다. 많은 다이어터들이 기초대사량이나 소화대사량을 무시하고, 절식하며 과도한 운동에 힘들어하는 것이 안타깝다. 심지어 그렇게 건강하지 못하게 감량한 후, 유지기로 넘어가도 섭취량을 정상적인 수준까지 늘리지도 못하고 결국 병적인 강박으로 몸과 마음의 건강을 해치거나 요요를 겪는 경우가 너무 많다.
다이어트는 단순히 섭취량을 줄이고 활동량을 늘려서 무게만 줄이는 작업이 아니다. 신체의 대사능력을 정상화하고 그 기능을 높이는 작업이라 생각하면 훨씬 쉽다. 오랫동안 달리지 않은 자동차, 오랫동안 작동되지 않은 기계 장비는 녹이 슬고 고장나기 쉽다. 종종 다신에 있는 글들을 읽다보면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지만) 많은 사람들이 몸을 힘들여가며 고장내고 있는 것 같았다..ㅜㅜ
우선은 녹을 닦고 고장난 부품을 수리한 다음, 좋은 원료를 넣어 과부하가 생기지 않을만큼 작동시키며, 주기적으로 닦고 점검해서 제 기능과 제 수명을 다 하도록 오래오래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정상화된 신체를 더 높은 레벨로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방법이 운동이다.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에도 한계가 있는 것처럼 업그레이드에도 한계가 있다. 자신의 한계 이상으로 업그레이드를 하려다보면 또 기본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일반도로 주행용 경차에 경주용 자동차 엔진을 장착하지 않는 것과 같다. 어떠한 경우에도 욕심은 금물이다. 과한 것은 부족한 것보다 못하다.
우리의 몸은 예민하고 복잡한 기계와 같다. 한쪽에 너무 치우치면 전체의 균형이 무너진다. 아껴쓰고 잘 돌봐야 한다. 그와 함께 마음의 건강까지도 잘 챙겨야 한다. 눈에 보이는 것은 물론, 보이지 않는 것까지 조화롭게 균형이 맞아야 하며, 그 상태를 잘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다이어트의 성공은 타인이 판단해주는 것이 아니다. 진짜 다이어트의 성공여부는 내 신체가 그 수명을 다했을 때 알 수 있다. 한편으로.. 다이어트는 성공이나 실패로 결과를 판가름할 수 있는 목표 그 자체가 아니라, 삶을 조금 더 건강하게, 행복하게 살아가는데에 필요한 여러가지 방법 또는 수단 중 하나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 사족이지만.. 매년 해가 바뀔 때쯤이면 새해에 목표하는 계획들을 자세하게 메모하곤 했었다. 올해는 별다른 새해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작년 한해동안 아쉽고 후회되는 일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씩 더 나아질 여지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기로 했다.
약국에서 파는 비염약 4알과 진통제 2알로 작년 한해를 보냈다. 병원을 단골식당처럼 방문했던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학창시절부터 매 환절기마다 앓았던 감기 몸살도 한번 걸리지 않았다. 물론 늘 지금과 같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나는 계속 나이를 먹고, 건강은 언제든 잃을 수 있다. 다만 할 수 있는 노력을 하면 된다.
가족과 지인들이 건강 문제로 고생할 때 제일 마음이 힘들었다. 안타깝고 걱정되는 마음에 잔소리도 해보고 화도 냈지만 내 마음같지 않았다. 나 자신도 그렇지만, 부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올 한해 아프거나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