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컬럼비아대 연구진 실험결과
아침 먹지않은 집단이 체중 줄어
매일 아침 8시30분, 4주간 오트밀을 꾸준히 먹은 집단과 프로스티드 콘플레이크를 먹은 집단, 아무것도 먹지 않은 집단이 있다. 이들 가운데 체중이 줄어든 쪽은 누구였을까?
다이어트를 해본 사람이라면 의심할 여지 없이 오트밀을 먹은 집단을 택할 것이다. 오트밀은 대표적 다이어트 식품으로 각광 받고 있으며, “살을 빼려면 아침을 먹어야 한다”는 건 다이어트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 정부가 발행하는 ‘미국인들을 위한 식단 지침’에서도 “아침을 먹지 않는 것은 과체중과 연관이 있다”며 아침 식사를 먹으라고 권고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워싱턴 포스트>는 10일 일부 영양학자들이 신앙처럼 여기는 이 명제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짚었다. 과학적 확신이 아닌 ‘과학적 추론’에 기댄 결과라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미국 컬럼비아대학 연구진은 위 실험에서 유일하게 체중이 줄어든 집단은 아침을 거른 쪽이었다는 결과를 내놨다. 연구진은 지난해 발표한 논문에서 “과체중인 경우, 4주간 매일 아침을 거른 게 체중 감량으로 이어졌다”고 결론지었다. 이외에도 미국 정부의 권고와는 달리 아침을 거르면 되레 살이 빠지거나 어떤 변화도 없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아침을 거르면 살이 찐다’는 명제는 어떻게 미국 정부의 식단 지침에까지 올랐을까? 당시 식단 지침 자문위원회는 관련 연구 자료들을 모아 검토했다. 핵심적 근거로 활용됐던 연구는 뉴욕시병원 연구진이 남성 보건 전문가 2만명의 기록을 10년간 추적한 것이었다. 2007년 <비만> 저널에 발표된 이 연구는 ‘아침을 먹는 쪽이 먹지 않는 쪽에 비해 상당한 체중 증가를 경험할 가능성이 13% 낮다’는 결과를 내놨다.
<워싱턴 포스트>는 자문위가 이 연구와 “관찰 연구”들을 인용한 게 문제였다고 전했다. 관찰 연구는 무작위로 뽑혀 제한적인 환경에 노출하는 ‘전통적 실험’과 달리 단순히 관찰 대상이 된다. 영양 섭취 관련 관찰 연구는 일반적으로 전통적 실험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들고 쉽지만, “혼란 변수”로 인해 연구 결과가 뒤바뀔 수 있는 맹점이 있다. 통계학자 스탠리 영은 의료분야에서 이뤄지는 관찰 연구 결과의 90% 이상이 실험을 되풀이 했을 때 같은 결론을 내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모든 관찰 연구는 도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2010년 식단 지침 발표 당시 위원회가 아침 식사 관련해 제시한 ‘전통적 실험 방식’의 연구 결과는 “아침과 체중 증가와 관련한 직접적 관련성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앨리바마주립대학의 데이비드 앨리슨 교수가 최근 아침과 비만의 관련성을 추적한 실험에서도 아침을 거르는 것이 체중 증가로 이어진다는 명확한 근거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가 이달 <비만> 저널에 발표할 연구 역시 아침 식사를 한 쪽과 하지 않은 쪽의 체중 변화는 없었다.
5년마다 발표되는 미국인들을 위한 새 식단 지침은 올 하반기에 나올 예정이다. 하지만 도전받고 있는 ‘아침 식사 권고’ 항목이 포함될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자문위는 지난 2월 미국뿐 아니라 40여년간 세계인에게 영향을 미쳤던 ‘식품을 통한 콜레스테롤 수치 증가 경고’를 올해 식단 지침에서 삭제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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