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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정말 뻔뻔한 사람같다 의지도 부족하고 핑계도 많다
다이어트를 하기 전부터 그런 사람이었던 것 같다
한 가지 일을 진득하게 할 수 없었고 당연히 다이어트도 입으로 결심만 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러던 내가 갑자기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꽤나 오랫동안 했다
하나의 목표를 설정하고 꾸준히 달리게 된 일은 정말 손에 꼽을 만할 정도였는데... 그런 사람이 4개월째 꾸준히 운동하고 꾸즌히 식단을 조절했다
덕분에 75kg였던 내 몸무게는 57kg가 되었고, 남들을 놀래키는 재미를 알게 되었다 하루하루 달리지는 내 모습을 사랑하게되고 가벼운 몸에 중독되어갔다

그리고 어느 한 순간, 갑자기 재밌던 다이어트가 숙제처럼 느껴졌고, 그 숙제를 딱 놓아버리던 날이 있었다
지난 달 28일, 이틀간 열심히 먹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 동안 먹지 못했던 모든 음식을 다 먹고 싶어서 열심히 폭식했다
나는 원래 식탐이 많은 대식가라서 그 때 아침으로 순댓국, 점심으로 빵 5개, 저녁으로 치킨을 먹었다 근데 신기하게도 위가 줄었는지 소화하기가 힘들었다 그 마저도 재밌었다

그렇게 이틀을 놀다가 다시 다이어트식으로 돌아가려고 하루를 견뎠다 분명 5일동안의 먹부림여행이 끝나고 나서는 쉽게 다이어트식으로 돌아갈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그 하루가 너무 힘들었고 결국 그 다음날도 폭식했다 그 날부터 지금까지, 아마도 폭식 또는 과식하지 않은 날은 없을 것이다
오늘까지하면 대략 보름정도다 15일간 꾸준히 폭식 또는 과식한 결과, 57kg였던 몸무게는 64kg가 되었고, 아마도 내일은 65kg가 되어있을 지도 모른다 (오늘도 어마무시한 양을 먹었으니까)
정말 이상했다 그보다 더 많은 것을 먹었던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는 쉽게 다이어트를 이어갈 수 있었는데, 왜 지금은 아니지?
어째서 먹는 것을 조절할 수 없고, 먹는 것에 내 감정을 이입하게되고, 폭식을 끊을 수 없을까?

다들 내가 너무 빡쎄게 달렸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다이어트를 하는 동안 힘들지 않았다
설혹 내 몸은 힘들었다고 하더라도, 나는 전혀 힘들다고 느끼지 않았다 다이어트식이라고 하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야채와 과일을 챙겨 먹었고 점심마다 내 나름대로의 요리로 만족했는데...

게다가 다들 그 동안의 내가 너무 독했다고들 한다 정말 이해할 수 없다 내가 독하다면 여기 어플 속에 있는 사람들은 너무 독해서 주변을 녹여버렸을 것이다
어떻게 매일 운동하냐고, 그냥 하루 일과처럼 했다 밥 먹는 것이 일상인 것처럼
어떻게 매일 다이어트식으로 먹냐고, 매일 먹지도 않았다 이틀에 한 번은 밥을 먹었다 게다가 다이어트를 하지 않는 동생이 부러워 할 정도로 맛있게 먹었다

어디서부터 틀어진걸까? 나를 지켜본 주변 사람들의 말에는 공감이 가지 않는다 그들은 나를 너무 빡쎄고 독한 사람으로 생각한다
나는 의지도 없고 너무 관대하며, 지금도 이렇게 폭식증으로 고생하고 단기간에 7kg가 쪄버리는 무시무시한 요요현상에 하덕이고 있는데 ㅋㅋㅋㅋㅋ

초반에도 아빠는 내 폭식에 나를 안타까워했다 새벽녘에 고구마를 입 안에 꾸역꾸역 밀어 넣는 나에게, 이무 소리 없이 꺼져있던 부엌 불을 켜주고 방으로 들어가셨다
그런데 그 모습이 보름동안 계속되니까 질리셨나보다
이제 살이 좀 빠지고 운동도 다녀서 봐줄 만 하다고 생각했던 딸래미가 점점 살이 오르고 한 번 식사가 시작되면 끝이 날 줄 모르니...

아빠가 그만 먹으라고 소리를 질렀고 나는 싫다고 소리를 질렀다 아빠가 뭐가 문제냐며 내 앞에서 침 튀겨가며 소리를 질렀고 나는 나도 잘 모르겠다며 울면서 소리를 질렀다

뭐가 문제냐고? 병이 아니냐고? 왜 적당히 먹을 줄 모르냐고?
내가 그걸 알았으면, 내가 이렇게 먹고 있었을까?
내가 그 답을 알았더라면... 나는 다시 다이어트를 시작할 수 있었겠지 아빠

내가 먹는데 아빠한테 뭐 피해가냐고 물으니까
꼴 보기 싫다고 하셨다 그 때 먹고 있던 빵을 자연스럽게 놓게 되었다
아빠가 보기에는, 자기 식욕 하나 조절하지 못하는 내가 보기 싫구나 나도 그런 내가 보고 싶지 않은데...
아빠가 그렇게 말해버리면, 나는 얼마나 내 자신을 견딜 수가 없겠어

방에 들어와서 '그래, 아빠가 원하는 대로, 걍 예전처럼 적게 먹고 빡쎄게 운동하자'라고 생각했다 나도 그 때의 내가 지금보다는 더 행복했다고 생각하니까
오늘은 이미 먹었으니 내일부터 시작하면 될거야
그 생각에 눈에 보이는 나쁜 간식들을 다 먹어 해치웠다
내일부터는 빡쎄게 해야하니까, 이런 간식들은 집에 있으면 안되니까, 그 생각에 또 다시 폭식을 했다
물론 아빠가 나를 볼 수 없는 곳에서 조용히 먹었다 약간 비참했지만...

그리고 눈이 팅팅 부어오를 정도로 울다가 지금 이 글을 쓴다

지금의 나는 어디쯤 와있을까?
목표는 있는데 방향을 못 잡겠고,
지도는 들고있는데 걷는 방법을 모르겠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할까?
난장판이 된 내 방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으려면 뭐부터 정리해야할까
애초에 나는 내 방을 정리할 의지가 있을까?

눈이 불어난 몸만큼 무겁다
눈물이 자꾸 나온다 전생에 수도꼭지였나 ㅋ.ㅋ

잠이라도 자고 싶은데 뱃속이 가득 차있어서 불가능하다
지겹다 진짜 지금 느껴지는 모든 것이 지겹지만
그 중에서도 나 자신이 제일 그렇다
나는 너무 끈기가 부족하고 여전히 입만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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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신
  • 다이어터찌나
  • 02.13 05:15
  • 비밀 댓글 입니다.
지존
  • 김상추
  • 02.13 00:02
  • 비밀 댓글 입니다.
다신
  • 다이어터찌나
  • 02.12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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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신
  • 다이어터찌나
  • 02.12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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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신
  • 다이어터찌나
  • 02.12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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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
  • 빵떡은 내친구
  • 02.12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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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신
  • 에이치엠HM
  • 02.12 19:39
  • 비밀 댓글 입니다.
정석
  • 구꾸꾸
  • 02.12 19:22
  • 비밀 댓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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