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한 뇌, 정크푸드를 먹으라고 명령한다.
평소 거들떠도 안 보던 패스트푸드가 갑자기 ‘당기는’ 경험이 있는가. 특히 체력이 바닥났거나 피곤이 누적된 때 그런 느낌이 강해지지 않았나. 만사가 귀찮으니 인스턴트 음식으로 대충 허기나 해결하자는 심리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인간은 체력이 떨어지면 ‘살아야겠다’는 본능 때문에 영양가 많은 음식을 찾을 법 한데 우리 몸은 왜 반대로 움직이는 것일까. 이에 대한 설득력 있는 해석이 있다.
콜롬비아 대학의 수면역학전문가 제임스 갱위쉬는 인간의 진화와 연결해 설명한다. 우리 조상들은 여름이 오면 자신의 체력을 다해 최대한 많이 활동하고 잠을 덜 잤다고 한다. 해가 긴 이유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겨울에 대비해 음식을 충분히 먹어두고 지방질을 보충해 놓아야 한다는 본능 때문이다.
이런 본능이 아직도 남아 인간들은 잠이 부족해지면 살을 찌우려는 쪽으로 행동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오지도 않을’ 겨울을 기다린답시고 고열량, 고지방 음식으로 뱃살을 두둑이 만들어놓으라고 ‘뇌’가 괜한 명령을 내리는 셈이다.
수면부족 보상심리로 당분을 찾는다.
현대인의 뇌가 정말 그렇게 움직이는가 알아보려는 연구가 최근 발표됐다. 미국 콜롬비아 대학과 성루크-루즈벨트병원 연구팀은 25명의 남녀 자원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 쪽은 5일 간 4시간 이내로 수면시간을 제한하고, 한 쪽은 9시간 자도록 했다.
그 다음 양 쪽에서 음식 그림들을 보여주고 영상장치를 통해 뇌 속 변화를 관찰했다. 결과를 보니 수면부족 그룹은 통밀이나 과일, 채소와 같은 건강식보다는 캔디류나 피자 등 당분이 많은 음식에 적극 반응했다. 구체적으로 뇌의 어떤 부분이 반응하는지 살펴보니 중독이나 쾌락을 찾는 것과 관련된 ‘보상센터’였다.
이렇듯 수면부족이 비만과 연결될 수 있다는 가설은 이전에도 많이 보고됐다. 잠이 부족한 사람이 더 많이 먹는 경향이 있으며 특히 달고 짠 음식에 강한 욕구를 드러낸다는 식이다.
최근 발표된 또 다른 연구에서도 24시간 내내 잠을 자지 않은 그룹은 정상 그룹보다 열량이 많은 음식을 골랐다. 연구진은 “잠이 부족한 상태에서 뇌는 건강식이 좋은 선택이라는 확신을 갖기보다는 ‘맛’에 집중하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너무 많이 자는 것도 좋지 않아
우리 몸의 이런 반응은 어린이도 마찬가지다. 잠이 부족한 어린이가 비만이 될 위험이 높다는 것은 여러 연구를 통해 잘 증명된 사실이다. 수면 부족은 음식과 비만뿐 아니라 인지기능이나 학습능력, 우울증 심지어는 심혈관계 질환과 사망 위험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반면 너무 많이 자는 것도 같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수면시간과 건강과의 관계는 일종의 ‘U’자 형태를 그린다. 가장 적당한 수면이 가장 건강한 결과를 내지만 수면시간이 길어질수록 건강 지표는 나빠진다.
결론적으로 건강한 체중을 유지하고픈 욕구는 있으나 정크푸드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면 자신의 수면시간이나 질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8시간 자는 것보다 ‘잘’ 자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는 개인마다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는 ‘적당한 수면시간’을 어떻게 정하느냐다. 통상적으로는 성인의 평균 권장 수면시간은 8~9시간으로 알려져 있지만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면 5~6시간도 괜찮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개인별 경험과 느낌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지만 ‘수면의 질’ 문제는 조금 다르다. 보통 8시간 이상 잤는데도 낮 동안 졸림증과 피로가 계속된다면 수면무호흡증이나 불면증 등 수면장애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런 문제는 수면시간을 늘이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으며 반드시 교정해야 신체, 정신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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