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하기 전에 병원에서 넘 심심해서 폰질 엄청 했었죠. 우연히 밴드 글 보다 무료 공연 있길래 댓글 달았는데 된 거 있죠? 뮤직드라마 당신만이. 뮤지컬인데 평을 보니 가족들이 다함께 보기 좋아요.부터 6번을 봤다는 사람까지 있길래 게다가 무려 3만원짜리 티켓임. 총 4장이니 12만원인 셈. 고민 좀 하다가 이런 문화생활을 한 게 직장생활 할 때 빼고는 없었더라구요. 저녁 8시 공연이라 남편 퇴근하자마자 애들 데리고 걸어서 지하철역까지 가고 종로5가에서 내려서 또 한참을 걸어 간신히 공연시작 2분전에 도착!! 부부의 삶에 관한 내용을 담은 뮤직드라마였어요. 조승우를 살짝 닮은 남자 배우와 말이 거의 랩수준인 여주인공, 이쁘장하게 생긴 젊은 여배우등등 다 연기도 잘하고 노래도 잘하더만요. 간만에 실컷 웃으며 재미있게 잘 보고 왔어요. 문제는 애들을 미리 밥을 먹였어야했는데 딸곰은 초콜릿과 치즈케이크 빵 하나, 아들은 공갈빵 호떡 하나랑 유산균 음료 하나만 먹고 저랑 남편도 공갈빵 호떡 하나씩만 먹은 채 출발했죠. 가면서 김밥이라도 사려고 했는데 길에 안 보이대요. 공연 끝난 후는 120분짜리 공연인지라 10시가 넘어버리니 집에 오니 11시가 넘은 상황. 결국 딸곰은 양치질도 못하고 그대로 뻗어서 잠들고 아들은 짜증을 내더라구요.ㅠㅠ 먹였으면 좀 나았을 것을...
9월12일 일기
00:19
전날 밤 강행군(?)으로 피곤하긴 했어도 좋은 공연 잘 보고 푹 잤어요. 아침에 병원생활의 영향으로 새벽형 인간으로 탈바꿈함. 6시 반쯤 눈이 떠졌어요. 분명히 친정을 가면 일을 할 게 뻔한데 안 가자니 며느리가 늦게 와서 엄마 혼자 일 하고 있는 게 눈에 선한데 신경쓰이더라구요. 남편한테 처음엔 나 그냥 쉴거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조용히 어머니 혼자 힘드시겠다 하대요. 에효... 결국 어슬렁어슬렁 빈속은 속이 쓰리니 어제 낮에 사둔 양배추 슬라이스에 샐러드소스 대충 넣고 조금 먹고 출발~!! 가는 길에 꽃이랑 잎이 넘 예뻐서 마침 바람이 불길래 동영상으로 찍었어요. 엄마집에 도착하니 역시나 할일이 천지빼까리. 평소에도 직장을 다니시고 밤 늦게까지 일하시는데 요근래 계속 무릎 관절이 안 좋으셔서 치료중이십니다. 며느리가 빵집 오전 알바를 다니는데 꽂이전 하나 만들어온다고 했대요. 병원 있을 때 톡을 했는데 올케가 출근 전에 재료 준비만 해놓고 나가면 남동생이랑 어린 세 딸들이 다같이 한다네요. 암튼, 친정 도착해보니 엄마는 송편 속에 넣은 녹두를 빻고 계셨어요. 녹두빈대떡 할 녹두도 이미 갈아놓고.. 답답해서 뺏어들고 녹두빻기부터 시작~~ 엄마집을 보니 원래 울 엄니가 한 깔끔. 청결하셔요. 힘드셨던지 왠일로 싱크대 주변이 물때가 보이대요. 싱크대 상판부터 시작해서 박박 닦기 시작했죠. 가스레인지 청소며 창틀 먼지까지 다 닦고 송편도 만들었어요. 아들내미랑 딸곰 불러서 다같이 했죠. 녹두전 빈대떡이랑 동태전은 남편담당. 결국 며느리님은 오후 네시가 되어서야 등장하시고.. 울 딸곰이 뭐라했게요? 송편 만들면서 엄마!! 외숙모랑 외삼촌은 다 차린 밥상에 숟가락 얻으러 오는거네? 크~!! 정곡을 찌르는 명언!! 다함께 맞다며 깔깔대며 웃었죠. 왔는데 오자마자 배고프다며 밥상차리기 바빴죠. 엄마는 갈비를 굽기 시작. 얼핏 만들어온걸 보니 꽂이전이 반찬통 두개 되려나? 빵만 잔뜩 사오고... 엄만 그 와중에 꽁꽁 언 갈비를 급히 굽는다고 마음만 급하심. 제가 해동하고 구워야 빠르다며 또 뺏어서 전자렌지에 한덩어리씩 해동하고 엄마는 굽고 그 와중억 종가집 큰 오빠(나이 많으심) 와 그 아들내외와 손자까지 등장. 상을 정신없이 차리고 일 엄청나게 했어요. 송편 만들때 애들이 설탕이랑 깨를 좀 흘려서 사방팔방이 발에 밟힘. 난 못 견딤. 바로 손걸레질 시작. 에효효. 어째 시댁에서보다 일을 두배는 더 한 듯... 다들 먹이고 전 중간중간 배고파서 브로콜리 데쳐놓은 거 주워먹고 빈대떡 잘라서 조금 먹고 일은 엄청 하고 넘 힘들대요. 결국 애들 있는 안방으로 피신했는데 덥대요. 창문 열고 서있다가 힘들어서 앉았는데 식은땀이 줄줄...또 어지럽기 시작. 그대로 누워 뻗었죠. 엄마가 보시고는 너 집에 가라... 남편이 상황 보고는 차 가지러 가고 대충 짐 챙겨서 나왔죠. 남동생이 그래도 걱정은 되는지 울 애들한테 엄마 부축 좀 하라고... 부실하게 먹고 노가다는 빡쎄게 하고 환자가 결국 또 아프네요. 살이 통통하게 오른 며느리를 보며 울 엄마는 뭘 또 배가 쏙 들어갔다며 살이 빠졌대? 그놈의 오전알바 뛰면서 지들은 캠핑가고 외국여행도 자주 다니는데... 난 매번 올케 생일날 케이크 쿠폰을 보내는데 지는 가끔 보내고... 앞으론 안하려구요. 넘 잘해줬더니 아닌 거 같아요. 시댁 갔다가 친정오면 남동생네는 늘 없어요. 엄마가 명절날 아침만 먹이고 바로 친정으로 보내거든요. 같이 모여 밥먹을때도 딸만 셋인데 애들이랑 잘 놀고 잘 먹어요. 목소리가 애들보다 더 커요. 과자도 애들보다 더 잘 먹어요. 착하긴 한데...쫌 그러네요. ㅠㅠ. 가족 흉 보는 거 아닌데 피곤하고 지쳐서 넋두리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