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소아비만으로 시작해 지금은 초고도비만입니다.
제가 뚱뚱하다고 자각한건 24년 전 초등학생때 짝꿍이 "쟤 뚱뚱해서 같이 앉기 싫어요!" 라고 했을때 였어요.
처음 먹는걸로 구박받은게 초5때.
아빠가 그만좀 먹으라고 밥그릇을 빼앗아 싱크대에 부어버렸고... 초6때 담임은 제가 뚱뚱하다고 아침마다 운동장 나가서 뛰게하고 괴롭혔어요.
만으로 9년을 넘게 함께하는 남자친구의 지인이 그랬대요...
니가 왜 걔랑 사귀냐고 너무 뚱뚱하고 자기관리도 못하는거같다고...매일 술담배커피에 절여진 사람이 저를보고 자기관리를 운운하는게 너무 어이가 없었죠...
밖에 나가기 싫고 사람 만나기도 싫고 30대가 되고 나니까
그런건 익숙하다면 익숙해지더라구요.
그렇게 익숙하게 부지런히 증량해나가다 107kg
재작년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107kg에서 90kg까지 감량하다가 일도 바쁘고 지치다보니 자연스럽게 내려놓았고 체중계를 멀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작년에 108kg달성하고 또다시 98kg까지 빼다가
얼마 안가서 포기했어요.
대망의 올해...115kg 기록하고 또다시 다이어트를 시도하진 않았어요.
그저 어떡하지? 이래도 되나? 하고 또 바쁘게 살아갔습니다.
만...부정출혈이 멈추지 않더라고요...
대수롭지 않여기다가 기록하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출혈만 두달이 넘어가니까 정말 싫어하던 부인과를 안갈수가 없었어요.
고도비만 분들은 아시겠지만 살찐사람 병원가면 병증 상관없이 제가 돈주고 찌운 살들을 만병의 근원이라고 하잖아요.
그게 15년 이상 지속되면 병원도 싫고 병원이 싫은 나도 싫고 진짜 아파 쓰러질 지경 아니고서야 잘 안찾게 되더라구요.
여차저차 눈 꾹 감고 부인과가서 검사받아본 결과 난소에 물혹 말고는 큰 이상소견이 없다고 해서 정말 안도했습니다.
그러고 나니까 불안요소를 안고 살아가는 스스로가 미련하고 한심했어요...
이렇게 평생 아플때 병원가기도 꺼려하며 살건지...
지금 맛있는거 배민에 시켜먹고 유병장수 하고싶은지...
결단을 내려야했어요.
그래서 저는 지치지 않게 천천히 다시 다이어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자꾸 지쳐 포기하고 계속 은둔하고 외면하는건 그만하고싶어서요.
주변에 여기저기 떠벌리고 도움 구해봤자 제 성과 검사하는 감독관만 생기고 스트레스 받을게 뻔해서 은밀히 하고있답니다.
근데 사람이 고민도 생기고 성취도 생기는데 말할 사람이 없으니 여기 가끔 일기라도 쓰고 가고 싶어요.
원래 다른 간단한 어플을 쓰고있었는데 거기에 별다른 기능도 없고 칼로리계산도 복잡해서 오늘 다신을 깔게 되었어요.
꼭 포기하지 않고 다음 일기로 찾아올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