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이 차려진 식탁에 앉아 그 음식들이 어떻게 내게 왔는지, 어떤 모양으로 어떤 냄새를 풍기고 있는지, 나는 어떤 마음인지를 바라보며 우리는 마인드풀 이팅(mindful eating)의 첫 번째 단계를 거쳤다.
이제 숟가락을 들 차례이다.
“마인드풀 이팅: 마음챙김 섭식”
-음식이 입에 들어갈 때 혀가 느끼는 차가움, 뜨거움, 부드러움, 딱딱함, 거침, 매끄러움 등을 주시하고, 그 감각에 따른 자신의 마음을 관찰한다.
-저작을 하는 동안 좌우 어느 쪽 치아로 씹고 있는지 마음 챙김한다. 다른 쪽에서 씹고 싶다면, 그 의도를 알아차린다.
음식물이 치아와 만나는 느낌, 음식의 맛, 입속의 부위와 부딪히는 느낌, 혀의 움직임, 침의 분비상태, 저작을 하는 동안 음식을 빨리 넘기고 싶은 마음, 인두로 넘어가려는 느낌, 그리고, 그것을 억제하려는 또 하나의 마음을 마음챙김한다.
-저작하는 동안 변화하는 음식의 맛과 그 맛에 반응하는 마음을 알아차린다. 음식물을 삼킬 때, 목젖을 타고 넘어가는 느낌, 위에 닿았을 때의 느낌을 알아차린다.
마인드풀 이팅의 먹으면서 단계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먹을 때는 먹기만”하는 것이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tv나 스마트폰을 보며 식사하는 것을 너무 당연시 여기고 있다.
혼자 먹을 때 뿐 아니라, 친구나 가족과 함께 먹을 때도 자연스레 넷플릭스를 켠다. 나도 마찬가지다.
밥 먹을 때 밥만 먹는 것은 어쩐지 시시하달까.
처음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밥을 먹는 것이 마치 시간낭비처럼 느껴졌다.
후에 알게 되었지만, 먹는다는 자극과 본다는 자극이 합쳐진 더 큰 자극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우리는 시각적으로 무언가를 보지 못할 때는 노래나 팟캐스트 등을 틀어 놓음으로써 자신이 고요 속에 머무르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는다.
이것은 어느새 하나의 습관이 되어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필요하지 않은 정보의 홍수 속에 내던져져 있게 된다.
보는 행위와 먹는 행위를 분리하게 되면, 생각보다 더 큰 반향이 일어난다.
누구나 한 번쯤 재미있는 영화를 보기 위해 그에 맞는 팝콘, 아이스크림, 와인 등을 준비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식사가 끝났어도 보고 있던 미디어가 재생 중이라면, 또 다른 음식을 이어 먹은 적이 있을 것이다.
식사 중에는 느끼지 못했는데, 먹고 나서 지나치게 배부른 것도 경험해보았을 것이다. 모두 자극을 위한 섭취였기 때문이다.
우리의 일상 식사는 자극을 위해서가 아니라 필요에 의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보기 위해 먹는 일이 없어짐으로써, 식사 외에 불필요한 간식의 섭취가 줄어들고, 만족이라는 감각이 깨어난다.
먹는 중에도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다른 곳으로 눈 돌릴 데가 없어진 우리는 음식에 집중할 기회도 얻을 수 있다.
습관적인 과식을 하는 사람이라면, 음식을 작게 뜨는 연습을 하는 것도 좋다. 한 입에 음식을 많이 넣을수록, 더 빨리 삼키게 된다.
우걱우걱 입안 가득 차게 먹는 기쁨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 더 우아해져 보자.
음식을 작게 떠서, 오래 씹으며, 입안에서 어떤 맛이, 어떤 감각이 느껴지는지 살펴본다면, 또 다른 세상을 만나게 될 것이다.
마인드풀 이팅에는 정형화된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무슨 일이든 많은 규칙을 엄격하게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면, 지속하기 어렵다.
무언가를 먹는 행위는 못해도 하루에 두 번, 많으면 세 번 이상이다.
그러니, 나만의 방법으로 마인드풀 이팅을 가깝게 느껴보는 것이 ‘언젠가 제대로’ 시작할 거라고 미루는 것보다 훨씬 도움이 된다.
오늘 고달픈 하루였다면, 습관적으로 들었던 TV리모컨을 내려놓고, 고용하고 충만한 저녁식사로 자신을 채워보자. 지금 우리는 느린 충전이 필요하다.
참고: 통합 심신치유학-마음챙김 섭식
※칼럼제공:최여진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