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년 만에 친한 후배를 만났다.
우리는 비슷한 시기에 결혼과 출산을 하면서, 자연스레 연락이 끊겼고, 그나마 인스타 덕분에 서로의 생사여부 정도만 확인하며 지내왔다.
이런 저런 안부를 물은 뒤에, 후배가 말했다.
'선배 저 복직 전에 살을 빼고 싶은데, 선배랑 가까운 사이다 보니 이런 걸 물어보지 못하겠더라고요'
'00야, 너 자주 먹니?'
'네, 우리 00에게는 다양한 재료로 이것저것 골고루 해주지만, 정작 저를 위한 식사를 만들어서 챙겨 먹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사 먹거나 대충 먹어야, 그리고, 자주 먹게 되더라고요'
나 자신을 위해서 쓰는 시간과 에너지가 부족하다는 것이 엄마들의 현실이다.
육아 하면서 내 음식을 잘 챙겨서 먹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육아 후 살이 찌는 경우는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지만, 여기에는 다양한 이유기 나오기 하지만, 모든 이유를 하나로 모아보면 딱 한가지다.
도저히 '덜 먹기가 힘든 상황'이라는 거다. 우리의 상황은 ' 더 먹을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물론 중요한 다른 원인도 있기는 하다. 몇 가지를 짚고 넘어가자면,
첫째는 나잇살인데, 35살이 넘어가면 근육량이 10년마다 1kg씩 줄어든다. 근육량이 줄어드니 지방이 붙기 쉬운 체질이 된다.
호르몬 분비가 줄어들면서 남자는 뱃살이, 여자들은 배와 허벅지로 지방이 몰린다.
체중은 비슷해도 전에 입던 바지가 타이트한 느낌은 이런 이유다.
둘째는 가사 노동의 함정, 가사 노동은 활동량을 높여줄 수는 있지만, 가사노동은 말 그대로 노동이다.
운동을 하면 신체 단련이 되지만, 노동은 많이 열심히 하면 몸이 망가진다.
다시 덜 먹기 힘든 상황이라는 것으로 돌아가서,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우리는 음식 앞에서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
요리를 하든 반찬가게 반찬을 그릇에 담든, 배달 음식을 아이 식판에 덜어주든,
맛을 안 볼 수도 없다, 간이 맞는지, 재료가 신선한지
한 두 번 간을 보다 보면, 이상하게 음식이 자꾸 당긴다. 잠재웠던 식욕이 다시 타오르는 느낌, 여러 번 받는다.
혼자 살 때는 단백질, 탄수화물 비율을 따져가며 식단처럼 챙겨 먹고, 외식을 할 때는 온전히 '나를 위한 메뉴'를 시킨다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하는 외식은 '너를 위한 메뉴'가 일 순위를 고르게 된다.
남편과의 오붓한 시간에는 음식이 빠지기는 어렵고 엄마들 모임에서는 까다로워 보일까 싶어서 대충 대다수의 의견에 따르거나 모두가 좋아할 만한 '내 몸을 망가뜨리는 음식'을 고르기도 한다.
배워본 적이 없으니, 당연한 거 아닌가요.
물론 이렇게 덜 먹기 힘든 상황이지만, 자신에게 맞게 세팅만 잘해간다면, 충분히 덜 먹는 것을 유지해 가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그렇게 여전히 날씬하게 살아가는 엄마들도 있으니까. 이들이라고 쉬웠겠나. 다만 하다 보니 쉬워진걸테니.
우리가 언제 배워본 적이 있나? 덜 먹는 것을 유지하는 방법에 대해서 말이다.
여기저기 모은 정보만 해도 '살 빼는 방법'에 대한 지식은 박사급으로 알고 있지만, 핵심은 결국 덜 먹어야 하는 건데, 그걸 어떻게 유지 하느냐의 방법이 관건이다.
하지만, 이것에 대해 우린 배워본 적도 시도해본적도 없다.
자연스레 음식에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수도 없이 노출된 엄마들이 자주 먹고, 야식으로 나를 위하는 시간을 만들어보고, 대충 먹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 아닐까.
생각을 바꿔보자. '아 난 왜 자주 먹을까? 진짜 의지박약이다'
☞ 가족을 위해 이렇게 시도 때도 없이 음식 앞에 서있으니, 자주 먹을 수 밖에 없잖아?
'산후 다이어트로 살 좀 뺐는데, 다시 요요가 왔다. 젠장'
☞ 아니 요요 한 번 없이 어찌 살을 뺀다는 거야? 요요가 왔다면 가능성이지. 지속가능한 방법을 찾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란 말이다.
'나 왜 이렇게 많이 먹냐?'
☞ 다이어트 방법은 빠삭하게 알고 있는데, 조금 덜 먹는 방법은 우리가 배워본 적 없잖아. 아직 해본 적이 없으니까 당연히 양이 줄어들 기회도 없는 거잖아.
핵심을 공략해야 하는데, 이는 나도 모르게 조금씩 이라는 자세로 임할 필요가 있다
급하게가 아니라 덜이다.
전의 끼니보다 덜. 어제보다 덜에 중점을 두자.
※칼럼제공: <다이어트에 진심입니다>, <이지애다> 출간작가, 이지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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