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이장애로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왜 나는 이 병을 놓을 수 없는 걸까?
남들은 내가 말랐다고 하는데도 왜 나는 살을 더 빼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나는 왜 음식과 살에 대한 생각들로 인해 이렇게 힘들어해야만 하는 걸까?
식이장애 내담자들은 자신들의 몸에 대해 왜곡된 이미지를 갖고 있을 뿐 아니라 행복에 대해서도 매우 왜곡된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게 식이장애 내담자들은 내가 더 마르기만 한다면 행복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마치 저체중이 내 인생에 있어서 모든 것을 행복하게 해주는 만병통치약이 되는 것처럼 말이지요.
내가 원하는 체중만 될 수 있다면, 현재의 모든 문제들이 다 해결될 수 있다고 믿는 것처럼 보여집니다.
특히 체중과 대인관계를 함께 연결 지어, 살이 찌면 친구들이나 자신이 몸담고 있는 사회적 활동에서 소외 될 수 있다는 막연한 공포감과 큰 불안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내담자들은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 더 말라야 한다고 생각하고, 점점 더 식사에 대해 엄격해지고 제한적으로 변해가는 것입니다.
증상이 더 심한 분들은 먹는 것 자체에도 죄책감을 느끼기 때문에 소량의 음식을 먹어도 그 즉시 운동을 한다거나, 토하는 것으로 제거행동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식사에 엄격해 질수록 뇌는 불안정해져서 개인의 감정적 인내 단계들은 극도로 낮아지게 됩니다.예를 들어 집에 내가 평소 꺼려하던 음식이 저녁 메뉴로 나왔다거나, 스케줄이 다른 사람에 의해서 바뀌는 것, 그리고 운동할 시간이 갑자기 부족해지는 것 등등의 아주 작은 변화들에도 쉽게 좌절을 경험합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뇌의 불안정함은 '내가 마르기만 한다면 모든 것들이 더 좋아질거야' 라는 헛된 믿음을 나 자신과 그리고 타인에게 더 강요하고 적용하게 되는 취약한 상태로 만들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자꾸만 자기 자신을 힘들게 하는 식이장애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는 것일까요? 이것에 대한 답은 크게 2가지로 나눠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1. 식이장애는 개인의 삶의 역사와 함께 오랜 시간 덮여져 있는 문제들의 증상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치료를 통해 음식으로부터 나의 왜곡된 생각과 감정을 분리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사실 먹는 것에 집중하며 나의 불편한 감정을 느끼지 않으려 하는 하나의 방어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더 강박적으로 내가 식이장애에 매달리게 되는 것일 수 있습니다.
2. 오늘날 우리 사회는 우리에게 '마른 것에 속하라고' 얘기합니다. 부모님들도 이런 사회의 분위기 속에서 자녀들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은근히 표현하실 수 있습니다.
'내가 행복해지면, 내가 더 나은 사람과 결혼을 하려면, 더 나은 직장을 가지려면, 광고에 나오는 모델들처럼 옷을 입을 수 있어야 해'그런데 인구의 2퍼센트보다 더 적은 사람이 잘 먹음에도 불구하고, 자연적으로 모델과 같이 말랐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음식을 제한하고, 마른 것에 집중하다 보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어떤 꿈을 갖고 있는지 놓치고 있는 부분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생각하고 정말 배워나가야 할 부분은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 어떻게 말라야 하는지가 아니라
내가 정말 어떤 사람인지를 배워야 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힘드시겠지만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음식과 나의 문제를 분리할 수 있는 힘이 생기실 수 있게 됩니다.
※칼럼제공: 마음과 마음 식이장애 클리닉 박지현 상담심리사
http://www.eatingdisorder.co.kr
게시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