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량을 먹으면 살이 찔 거라는 생각에 늘 1인분을 다 먹지 못하고 반을 남긴 다든지 또는 기름지고 단 음식은 살찔 거라는 생각에 거의 먹지 않고 계시나요?
이렇게 되면 어김없이 나를 누르고 있던 본능이 걷잡을 수 없는 식욕과 함께 폭식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보통 폭식을 할 때는 그동안 참았던 음식들을 한껏 먹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먹고 싶었던 음식을 마음껏 먹게 되어 느끼는 기쁜 감정도 있지만, 먹으면 안 되는 음식들을 너무 많이 먹기 때문에 살 찔 거라 불안감과 하지 말아야 할 행동들을 했다는 죄책감도 느끼기 쉽습니다.
그럴 때 바로 나오게 되는 것이 제거 행동입니다.
제거 행동으로는 구토, 강박적인 운동, 하제 사용, 다이어트 약 복용, 구토 유발제 복용 등이 있으며, 체중 증가에 대한 불안을 줄이고 자신에 대한 죄책감을 덜어내는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아무리 머리로는 이런 행동들이 살이 빠지는 것과 연관이 없다는 것을 알아도 구토 같은 행동을 하고 나면, 내가 먹었던 음식물이 밖으로 나오는 것을 보게 되고 배도 바로 편해지기 때문에 섭취한 칼로리가 거의 흡수되지 않는다고 착각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거행동은 불안감 감소, 안정감, 유쾌하고 결백한 느낌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이 연관되어 제대로 먹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강렬한 자극에 계속 나를 노출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조금 더 길게 제거행동을 보자면, 오히려 자신의 체형과 체중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을 더 증폭시킨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제거 행동 후에는 우울, 죄책감, 무가치함 그리고 조절력 상실과 같은 느낌이 오랜 시간 지속되기 때문에, 나를 우울감에 빠지게 하고,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을 떨어뜨리게 합니다. 그러면 다시 무너진 자존감을 회복시키기 위해 의미없는 숫자나 체중에 집착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제거 행동은 짧은 시간 안에 폭식한 것에 대해 불편감을 감소시켜 주는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나의 자존감을 더 떨어뜨려 우울한 감정을 유발하고, 폭식을 계속 조장하는 악순환의 패턴을 만들게 됩니다.
그래서 폭식을 하더라도 될 수 있으면 제거행동의 횟수를 줄여나가는 것이 좋습니다.
한 번에 아예 끊는 것은 어려울 수 있지만 참는 시간을 5분, 10분씩 늘려간다거나 다른 대체행동을 시도하면서 순간적으로 올라오는 살찔 것 같다는 생각을 견뎌보세요.
당장에는 괴로울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내가 잘 참아냈다는 뿌듯함도 느끼고, 제거행동을 하지 않아도 그리 늘지 않는 체중을 확인하게 되면서 체중과 음식에 대해 강박적인 부분도 조금은 느슨해지는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 칼럼제공: 마음과 마음 식이장애 클리닉 박지현 상담심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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