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담자: '선생님 내일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서 식사를 해야 하는데 너무 걱정이 돼요'
치료자: '어떤 부분이 걱정 되시는데요?'
내담자: '친구 생일이라 뷔페를 가거든요. 근데 저는 아직 뷔페는 무서워요. 분명히 조절하지 못하고 많이 먹게 될 것 같아서요. 그렇다고 거기 가지 말고 다른데 가자고 하자니 눈치가 보여서요.다른 친구들은 다 좋아하는데 저만 거기 가는 게 싫다고 가지 말자고 하기가 좀 그렇잖아요'
치료자: '그래도 한 번 의견은 내볼 수 있지 않을까요?'
내담자: '그런 말은 잘 못 하겠어요. 저를 까다롭다고 뒤에서 욕할 거 같기도 하고 또 도둑이 제 발 절인다고 할까요? 제가 먹는 게 불편하니 더 찔리니까 말이 안 나오네요.'
치료자: '그럼 뷔페가 아니라면 다른 메뉴들은 사람들과 식사하는 건 어떠신가요? 주로 혼자 드시는 것 같아서요.'
내담자: '불편하죠. 직장 동료들이나 친구들과 같이 있을 때에는 폭식을 그 자리에서 하지는 않지만 먹는 게 편안하지 않아 곧바로 화장실에 가서 구토를 해요. 혹시나 내가 폭식증이 있다는 것을 들킬까봐 평상시 먹기 힘든 메뉴도 거절하지 못하겠고 그 자리에서 그냥 참고 먹는 편이거든요. 먹는 양도 평소 생각한 것보다 더 먹을 때도 있어서 꼭 그러고 나면 망했다는 생각으로 집에 돌아가는 길에 빵을 왕창 사서 먹고 토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 그래서 사람들과 같이 식사 하는 게 너무 불편해요. 근데 뷔페는 더 심하죠'
나의 식행동과 대인관계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주로 혼자일 때 아니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폭식을 하게 되시나요? 식행동과 나의 대인 관계를 잘 돌아보면 사람들과 있을 때 어떤 요소들이 식사를 편하게 할 수 없도록 만들었는지 알게 되실 겁니다.
앞의 사례에서처럼 내가 갖고 있는 폭식증을 사람들이 알게 되는 것이 두려워 아무렇지도 않게 먹으려고 하는 노력이 나 자신을 폭식과 구토로 연결시킬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돈까스는 불편한데 내가 싫다고 하면 상대방이 싫어하겠지?'
'너무 빨리 먹네. 나 혼자 늦게까지 먹고 있으면 눈치 보이니 먹긴 먹어야 하는데 힘들다'
'절대 배부르게 먹으면 안 돼. 조심하자! 상대방이 눈치 채지 못하게 조금씩 먹자'
'뚱뚱한 내가 1인분을 다 먹으면 그러니까 네가 살이 찐다고 하겠지?'
'잘 먹는데 살 안 찌는 여자로 보여야 매력적이니까. 잘 먹는 모습을 보이자'
'어차피 남자친구와 있을 때에는 많이 먹게 될 수밖에 없으니까 점심은 굶자'
이렇게 혼자 있었을 때에는 불편해서 절대 안 먹는 음식도 거절하지 못해서 같이 먹는 사람의 식사 속도가 빨라서 쫓아가다 보니 평소보다 더 많이 먹게 됐다거나 내가 정한 양보다 더 많이 먹으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뚱뚱한 내가 많이 먹기까지 하면 나를 욕할까봐, 잘 먹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어차피 많이 먹을 거니까 기타 등등.
이 밖에도 가족, 친구, 연인, 동료 등등 내 주변의 모든 인간관계로 인해 생기는 폭식의 이유는 개인마다 그 각자의 사연이 다양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공통적인 것은 바로 타인과 먹었을 때 내가 다른 사람의 눈치를 많이 본다는 것이겠죠.
눈치를 보니 당연히 식사가 불편할 수 밖에 없고, 그러니 함께 있을 때에는 폭식하지는 않았더라도 만나고 돌아서는 길이나 집에서 폭식 구토가 발생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보통은 폭식증이 생겨 대인관계에서 이런 눈치를 많이 봤다고 보기보다는 훨씬 그 이전부터 '다른 사람이 날 어떻게 생각할까?' 라는 물음에 내 자신을 가둬놓고 지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폭식 문제가 있기 전부터 지금까지 나의 대인관계 패턴은 어떠했나요? 사람들에게 무조건 맞춰주며 눈치를 많이 보는 편은 아니었나요?
이런 물음들을 나 자신에게 해보며, 현재 맞서서 해결해야 할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생각해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칼럼제공: 마음과 마음 식이장애 클리닉 박지현 상담심리사
http://www.eatingdisor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