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9시 15분이후로
현재까지 아무것도 안 먹음.
단식 19시간째
지금 배고픔 정도는 제로, 컨디션 최상.
하루종일 일하고 물만 마셨으나 어지럽거나 두통이 있거나 그런 증상 전무.
저녁 1식을 하면서 늘 느끼는 거지만 그 전의 나는 너무 많이 먹은 것 같다.
예전에 둘째가라면 서러운 대식가에 군것질 전문, 먹을 것 엄청 좋아하던 내가
1식을 하게 될 줄이야.
처음에 엄청 반대하던 신랑도 이제는 따라하려고 한다.
매일 1식하는 건 아니다.
나는 그저 내 기분대로 한다.
1식 하다가도 점심때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나오거나
먹고 싶어지면 나는 언제든 1식을 그만 둔다.
나는 먹는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니까.
반대로 한동안 원없이 먹어서 몸이 무겁거나
음식이 질려서 아무것도 먹기 싫어질 때 1식을 하는데
속이 비어 있을 때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단식 시간에 내가 주로 하는 건 배고픈가에 대한 고찰이다.
단식 시간에 느끼는 느낌, 감정들이
단순한 음식에 대한 욕구인가, 아님 진짜 배고픔인가
그걸 잘 파악하는 게 1식의 성공요건인 것 같다.
예전엔 배고플까봐 지레 겁 먹어서 허기 달랠려고 물도 미친듯이 먹었는데
이제는 물을 그렇게 먹지 않아도 허기짐을 느끼지 않는다.
심지어 단식 시간에 누군가 옆에서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어도
냄새 좋다 하면서 그냥 바라볼 수 있는 경지에까지 이르렀다.
일본여행에서 산 시계를 분명 손목에 딱 맞게 줄을 줄였는데
불과 2주만에 시계가 손목에서 왔다갔다 한다.
일본 크루즈여행에서 찐 살은 운동 하나도 없이 다 뺐고
그 전보다 더 빠졌다.
44사이즈 슬림 블라우스가 남아 돈다.
참 기분이 좋다.
체중은 그닥 큰 차이는 없는데
점점 몸이 예쁘게 말라간다는 착각이 든다.
암튼 나는 매일 가벼워지고 있다.
다시 2식, 3식을 해도 괜찮다.
언제든 다시 뺄 수 있으므로.
그저 시간이 가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되니 이보다 더 편할 수는 없지 않은가.
오늘은 회사 회식
송이 버섯과 소갈비살이 나를 기다린다.
앞으로 2시간 후 21시간 단식이 끝나면 기쁘게 먹어야지.
비웠으니 또 채워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