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메디컬 칼럼니스트 유수연입니다.
지난 칼럼에 이어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이요법의 원리를 이용한 일상 속의 식사 전략(실천편)들을 전해드릴까 합니다. 식사 전략을 소개해드리기에 앞서 먼저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는데요.
저탄수화물 고지방(LCHF) 식이요법은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이는 대신 지방 섭취의 ‘비율’이 높아진 것이지, 지방 ‘섭취량’ 자체를 무작정 늘리는 식사법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그리고 이전 칼럼들을 통해 알려드린 우리 몸의 에너지 소비 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오늘 알려드리는 식사 전략들을 여러분의 다이어트 식단에 적절하게 적용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참고칼럼*
- 체지방 잘타는 체질로 바꾸는 방법 1탄 ☞ https://goo.gl/BTWZEh
-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이요법, 지혜롭게 적용하기 1편 ☞ https://goo.gl/llj3Bx
개인적으로는 저탄수 고지방식이요법보다는 '당질 제한식', '케톤식'이라는 표현을 사용해서 소개를 하고자 합니다.
저탄수화물 고지방식이요법이라 하면, 자칫 탄수화물을 먹지 않는 대신 지방은 무조건 많이 먹는 식사요법이라고 이해하시는 분들이 있어 정확히 해둘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요.
당질제한식의 기본은 지방을 많이 섭취하는 식사법이 아니라 식후 고혈당을 피하는 식사법입니다. 식사 후 혈당에 관여하는 것은 당질(탄수화물 식품)인데요. 때문에 당질 제한식은 혈당 조절에 이상이 있는 당뇨인들에게는 이미 널리 알려진 식사요법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식사법이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되고, 기타 질병의 치료나 예방에도 상당히 도움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 이유는 과도한 탄수화물 섭취와 그로 인한 식후 고혈당 상태가 우리 몸에 상당한 무리가 되기 때문입니다. 식후 고혈당이 자주 반복되면 당뇨병이나 고혈압은 물론 심근경색이나 뇌경색 같은 합병증 발병률이 상승합니다. 또한 세포 노화의 원인인 세포의 당화는 세포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원인이 됩니다.
때문에 혈당 관리에 어려움이 있는 당뇨인들은 비당뇨인들에 비해 심혈관 질환, 치매, 암에 훨씬 더 취약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당뇨를 '오래 사는 병' 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는 당뇨 환자식으로 혈당관리만 잘 한다면 오히려 당질을 많이 먹은 정상인들보다도 늙지 않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데에서 나온 말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탄수화물을 먹지 않거나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탄수화물 섭취가 무조건 체지방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그 양이 많지 않거나 소화가 천천히 이루어질 때에는 고혈당이나 포도당 스파이크를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인체에 크게 무리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평소 천천히 소화되는 탄수화물을 섭취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하는 것인데요. 단순 당질(설탕, 과자, 빵, 떡 등) 이라 해도 소량 섭취한다거나 평소 움직임이 많다면, 당질을 에너지로 바로 사용할 기회가 많아 고혈당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톤식이나 당질은 제한하는 식이요법은 다양한 질병 치유에 효과가 있으며, 고도 비만의 체중감량이나 요요가 적은 빠른 다이어트에 비교적 효과를 보이는 편이라 저는 이를 적절히 식단에 포함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칼로리 제한 다이어트나 저지방 다이어트보다는 저탄수화물 다이어트가 체중 감량 속도나 효과 면에서는 뛰어난 것이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다이어트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먹고 싶은 것을 전부다 먹고 운동도 전혀 하지 않고서, 체중 감량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만약 다이어트를 결심했다면 당연히 적당한 자기 절제와 힘든 운동도 참고 해내는 인내심도 필요합니다.
그런데 사람의 심리라는 것이 어차피 힘들어야 한다면, 힘든 시간이 긴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효과가 나타날수록 의욕이 생기며, 포기하지 않고 다이어트를 지속할 수 있기 때문에 비교적 운동을 하지 않고도 체지방 감량 효과가 크게 나타나는 당질 제한식은 시간 관계상 운동이 어려운 직장인들, 혹은 초고도 비만인들, 혈당 조절에 문제가 있는 당뇨, 내당능장애, 당뇨 전 단계의 분들에게는 추천할만한 전략입니다.
(다만 현재 근육증가를 목표로 운동량을 많이 늘리는 분들이라면, 운동 에너지로 쓰일 탄수화물 섭취가 필요합니다. 운동 전 적당량의 탄수화물 섭취는 운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며 근육 성장에도 도움을 줘 적당히 섭취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당질을 제한한다고 해서 꼭 고기, 버터만을 먹는 식사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다음의 식재료 목록을 식단에 적절히 추가하면, 고혈당을 피하고, 인슐린을 분비시키지 않는 식단을 구성할 수 있습니다.
채소나 버섯, 해조류를 적절히 곁들이면 맛, 식감을 살리고 다량의 식이섬유를 섭취하여 다이어트시 나타날 수 있는 변비도 예방할 수 있습니다.
* 채소, 콩류 : 채소류는 비교적 당질이 적어 부담 없이 먹기 좋음. 두부, 연두부, 낫토, 양배추, 배추, 시금치, 청경채, 양상추, 완두콩, 오크라, 대파, 무, 콩나물, 숙주, 토마토, 가지, 오이, 양파, 곤약 등
* 버섯류 : 대부분의 버섯류 ok. 팽이버섯, 표고버섯, 송이버섯, 새송이 버섯, 느타리 버섯, 목이 버섯, 만가닥 버섯 등
* 해조류 : 조미김, 톳, 자른 미역, 우무, 미역귀 등
* 유제품 : 코티지치즈, 까망베르치즈, 크림치즈, 프로세스치즈, 생크림
* 육류 : 대부분의 육류에는 당질이 거의 없음.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 어패류 : 대부분의 어류에는 당질이 거의 없음. 어류, 연어, 굴, 오징어, 조개류 등
* 알류 : 달걀
* 과일류 : 아보카도, 레몬과즙, 키위, 딸기(△), 사과(△) (BUT 바나나, 망고, 파인애플 등은 다수 당질 함유)
* 견과류 : 호두, 참깨, 잣, 아몬드(△), 캐슈(△), 땅콩(△)
그리고 당질 제한식은 크게 3단계 레벨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1) 미니 당질 제한식 : 세끼 중 한 끼(보통은 저녁)만 당질을 제한한다
2) 기본형 당질 제한식 : 하루 세끼 중 한끼는 탄수화물 식품군을 먹고, 나머지 두 끼는 당질을 제한한다
- 칼로리 제한식에 비해 당뇨인들의 혈당 관리, 다이어트 효과가 뛰어나다
- '슈퍼 당질 제한식'보다는 지속하기가 쉽다
3) 슈퍼 당질 제한식 : 세끼에서 전부 밥, 빵, 면 등 탄수화물 식품군을 제한한다
- 세 가지 타입의 당질 제한식 중 당뇨병, 다이어트에 가장 효과가 크다
현재 체중감량이 절실하다면 슈퍼 당질 제한식을 적용해 볼 수도 있지만, 기본형 당질 제한식만으로도 많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슈퍼 당질 제한식의 경우 사람에 따라 어려움 없이 장기간 지속이 가능한 사람들이 있지만, 보통은 장기간 지속이 쉽지 않습니다.
보통은 아침,저녁에 당질 섭취를 줄이는 방식을 많이 선택합니다. 학생이나 직장인들의 경우 외부에서 사람들과 식사를 해야 할 일이 많아 점심에는 당질 제한식을 실천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거듭 강조하는 것은 탄수화물도 지방도 그 자체가 비만의 원인은 아닙니다. 다만 탄수화물에 편중된, 과도한 탄수화물의 섭취는 다이어트를 떠나 건강에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다이어트에 왕도는 없지만, 최근 몇 년간 유행했던 과일 주스, 스무디, 과일을 많이 먹는 다이어트 등은 체중 감량의 결과를 떠나 다량의 인슐린을 분비시키고 췌장을 고생시킬 수 있어 가장 염려스러운 다이어트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한 잔 정도의 주스나 스무디, 혹은 적당량의 과일 섭취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만, 이러한 식이요법을 장기간 지속하면 문제가 됩니다.
체중의 증감을 떠나 과일이나 탄수화물을 지나치게 많이 먹는 식사는 섭취한 수많은 당질을 처리하기 위해 췌장은 쉬지 못하고 인슐린을 분비 하고, 고혈당으로 인한 혈관 손상과 세포 노화가 자주 발생하는 췌장을 혹사, 혈관&세포 손상 식사 요법입니다.
지금 당장은 달콤한 맛과 자연식품이라는 그럴듯한 꼬리표가 면죄부 역할을 하지만, 그러한 식사를 지속하면 몇 년 후, 혹은 나이가 들어서는 심혈관 질환 등으로 고생할 확률은 훨씬 더 증가합니다. 자연식품이라는 탈을 쓰고 있지만, 과일은 허기를 면할 정도로만 즐기고 과다섭취는 피하는 게 좋습니다.
다이어트에 유행이 있고 식사요법에도 트렌드가 있지만, 변하지 않는 진리가 있다면 무엇이든 과유불급이라는 것입니다. 아무리 몸에 좋다는 것도 지나치면 내 몸의 균형을 깨뜨려 나에게는 독이 됩니다.
다음 칼럼에서는 포만감과 만족도는 높이되, 인슐린 분비와 체중은 덜어주는 식사 메뉴들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늘 비슷한 다이어트 식단에 질리고 지친 분들이라면 적절히 자신의 식단에 활용해서 맛있고 즐거운 다이어트를 지속하시길 바랍니다.
※칼럼제공 : 메디컬 칼럼니스트 유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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