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감량을 하려고 식사조절을 할 때 흔히 경험하게 되는 현상들이 있습니다.
다이어트 정체기, 잦은 폭식, 가짜 배고픔, 먹었는데도 기운 없는 현상, 저혈압, 어지럼증, 탈모, 피부 트러블, 피부 건조, 불면증, 소화불량 등등…
저에게 건강 상담을 요청하셨던 분들이 호소했던 증상들을 적어보았습니다. 이러한 증상들은 다이어트를 하시는 분들이나 바쁜 직장인, 육아를 하시는 여성분들에게서 종종 나타납니다.
상담요청을 해온 분들의 대다수가 자신은 건강한 식단을 지켰다고 생각하셨습니다. 본인은 건강식이라고 믿고 있는 식단을 지키며, 열심히 운동도 해서 근육질의 몸을 갖게 된 것 같은데 정작 건강상에 문제가 생기니 고민이 많아진 거죠.
건강한 식단도 지키고 운동까지 했는데 도대체 왜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걸까요? 도대체 뭐가 문제였을까요? 다이어트 도중 찾아오는 폭식이나 과식은 단순히 심리적인 요인 때문일까요?
사실은 이 모든 것이 인체의 염분 - 수분 평형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오늘은 인체의 7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 몸의 '체액'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다음 3가지 식습관과 자신의 식습관을 비교해보세요.
1. 의도적으로 물을 많이 마시기 위해 애쓴다
2. 싱겁게 먹으려고 노력한다
3. 칼륨이 많은 음식(과일, 채소, 주스)을 많이 먹는다
위의 3가지는 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위해 실천하는 것들입니다. 그러나 사실은 아주 위험한 식습관이기도 합니다. 이 3가지가 왜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걸까요?
먼저 우리 몸이 물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소금을 필요로 합니다. 우리가 마시는 물은 보통 소장에서 흡수되는데 이 때 필요한 것이 소금입니다.
우리 몸의 체액은 단순히 맹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혈액을 비롯해 눈물, 콧물, 땀의 맛을 보면 짭짤한 소금물입니다. 특히나 우리 몸에서 영양소를 운반하는 혈액의 혈장 또한 0.9% 농도의 소금물입니다.
아플 때 병원에 가면 놓아주는 링겔주사 역시도 이 혈장 농도와 동일한 소금물입니다. 물에 0.9% 염도의 소금물과 때에 따라 약간의 포도당과 비타민, 미네랄이 섞여있는 수액 등을 처방하는 것이지요.
언제부터인가 많은 언론 매체에서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이 좋다고들 이야기합니다.
실제로 우리는 호흡, 대화, 배설, 땀 등을 통해 끊임없이 수분을 잃고 있으며, 세포 공장이 일을 하고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서도 물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물 말고도 필요한 것이 바로 나트륨입니다.
한국 음식이 짜다고는 하지만, 다이어트를 위해 식사량을 줄이게 되면 염분의 총 섭취량도 줄어들게 됩니다. 게다가 물을 많이 마신다거나 과일과 채소도 많이 먹는 식습관을 갖고 있다면 자신이 현재 염분 고갈 상태가 아닌지, 나트륨-칼륨-수분의 균형이 깨지지는 않았는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평소 염분 섭취가 부족했다거나 염분 배설량이 많아졌을 때, 세포의 나트륨 - 칼륨 균형이 무너지게 되면 우리 몸은 마신 물을 흡수할 수도, 제대로 이용할 수도 없게 됩니다.
그런데 만약 체내에 염분이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물을 많이 마시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 몸은 항상성의 원리에 따라 체액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하지만, 이를 무시하고 계속해서 물이나 과일 등을 먹는다면 체액 농도가 지나치게 낮아지면서 저나트륨 혈증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초기에는 약간의 두통이나 미식거림, 어지러움이 느껴질 수 있고 심하게는 뇌가 붓고 사망에 이르기도 합니다.
언론에서는 하루 2L 정도의 물을 마시는 것이 몸에 좋다고 하지만, 2L의 수분을 섭취하기 위해서는 체액 농도 0.9%를 유지하기 위한 염분도 필요합니다. 쉬운 예를 들자면 짜게 먹고 나면 식후에 자연스럽게 갈증 신호가 나타나고 우리 몸이 체액 농도를 맞추기 위해 우리는 물을 마시게 됩니다.
그런데 반대로 염분 섭취를 제한하거나 체내 염분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물을 쉽게 삼킬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많은 양의 물을 마셔도 그것이 몸에 흡수나 이용되지 못하고 오히려 인체가 치명적인 불균형 상태에 이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물을 많이 마신다거나, 과일이나 채소를 많이 먹게 되면 우리 몸의 체액 농도는 평균 이하로 내려가 위험한 상태에 처할 수 있습니다.
0.9% 이하로 염도가 떨어지게 되면 나트륨-칼륨 펌프에 의한 세포 안팎의 전위차가 발생해, 에너지 대사에도 문제가 생겨 몸에 기력이 없게 되고, 심장의 펌프질이 약해질 뿐만 아니라 인체는 에너지를 최대한 절약하기 위해 체온을 낮추는 등 위험 상태로 돌입하게 된답니다.
* 이 칼럼은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칼럼제공: 메디컬 칼럼니스트 유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