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브런치를 먹기 위해 오랜만에 아웃백에 들렸다. 샐러드와 스테이크 세트를 주문했다.
드디어 음식이 나왔다.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우린 잠시 대화를 미루고 육체의 갈급함을 해결하기로 했다.
요즘 식이요법을 하고 있어서 자극적인 음식을 먹지 않고 있었는데, 스테이크에 뿌려진 양념을 맛보고는 싱겁고 담백한 맛에 길들어진 혀끝이 요동쳤다. 인간의 본능이 되살아난 것이다.
지방 조직에 숨어 있던 '렙틴'이라는 호르몬이 뇌의 포만 중추를 무력화시켰다. 나는 잠시 이성을 잃고 지금까지 잘해온 절제력을 무장 해제하고 마가린에 버무려진 찐 고구마를 탐닉해 버렸다.
시간이 지나 본능이 잠잠해지고 다시 이성이 되살아나는 순간. 나는 절규했다. 먹은 음식을 입으로 끌어 올리고 싶은 몸부림에 사로잡혔다.
다행히 운동이라는 대응책이 있기에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들어온 칼로리를 도로 운동으로 내보내리라'.
그런데 지나치게 운동으로만 칼로리를 조절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
몸은 가역성의 원리(운동효과는 운동을 지속하면 증가, 운동을 중지하면 감소)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가령 부상을 당해 운동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면 지금까지 먹고(in put) 운동(out put)하는 시스템에 차질이 생겨 엄청나게 체중이 늘게 된다.
비근한 예로 심한 운동을 한 선수일수록 은퇴하면 하나같이 체중이 많이 증가한다. 태권도 선수를 했던 선배도 은퇴 후 체중이 많이 나가서 관절통에 시달리고 있다.
며칠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였던 안정환의 몸을 보니, 선수 시절 테리우스라는 별명에 준하는 몸매는 온데간데없고 얼굴과 배에 살이 붙어 풍만한 아저씨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안정환 선수 또한 예전만큼의 운동량이 받쳐주지 못하고 먹는 것은 평상시대로 먹고 있기 때문에 칼로리가 체내에 쌓여서 체중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평생해야 할 것이 운동 이지만, 지나친 운동량은 몸의 체중점(set point)을 높여 현재의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양의 운동을 해야만 한다.
언젠가 수영선수 박태환의 하루 먹는 칼로리를 소개한 바 있기에 전공자의 눈으로 섬세하게 바라봤다.
그런데 너무도 놀랐다. 하루에 2만 칼로리를 먹는다. 참고로 리듬체조 선수인 손연재는 하루 먹는 양이 800 칼로리이다.
박태환의 몸매는 누가 봐도 근육질의 탄탄한 몸이다.
하루에 2만 칼로리를 먹지만, 그만큼 2만 칼로리에 버금가는 운동을 하기 때문에 몸 속의 3대 영양소인 탄수화물과 단백질 그리고 지방이 순서대로 연료로 쓰이면서 멋진 근육을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말이 2만 칼로리지 일반인들이 하루에 그만한 운동량을 소화해낸다면, 탈진상태로 쓰러지고 말 것이다.
다이어트의 핵심은 칼로리이다. 들어온 열량과 나가는 열량이 같아도 문제가 된다.박태환 선수처럼 운동과 식이를 조절할 수 있는 여력이 된다면, 문제없겠지만 운동이든 먹는거든 과유불급은 금물이다.
칼로리와의 전쟁은 그 어떤 전투보다 치열하고 길다. 평균 80년이다.
※칼럼제공: 피트니스 큐레이터, 김성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