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을 하게 되면, 조심해야 할 것들이 무척 많아집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임신 기간은 허리띠를 풀고 고무줄 바지를 입게 되면서 그동안 식욕을 눌러왔던 '식욕 조절 컨트롤 타워'가 합당한 이유로 휴업을 하게 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우선, 임신 초기부터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입덧이라는 게 찾아옵니다. 입덧은 임산부의 과반수 이상에서 발생하는 데 개인차가 매우 큽니다.
거의 음식을 먹지 못하고 계속해서 구토를 해서 위험한 상황에 이르는 경우까지 있는가 하면, 이것저것 먹고 싶은 게 많아지는 '먹는 입덧'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어떤 입덧이든 간에 임산부의 의지가 아닙니다.
특히 임신 초기(임신 14주말까지)에는 안정을 요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잘 먹어야 합니다.임신 3개월이 지나 입덧이 없어지는 그 이후에도 아이 건강을 위해 '잘 먹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잘 챙겨먹는 것이 '식욕 조절 컨트롤 타워'를 완전히 꺼버리고 무조건 먹고 싶은 것을 많이 먹으라는 것은 아닙니다.특히 태어날 뱃속의 아이를 위해서는요.
그렇다면,뱃속의 아이를 위해서 얼마나 더 먹어야 할까요?
임신시의 영양 섭취는 초기에서 말기까지 모든 임신 기간을 통틀어서 하루에 원래 먹던 칼로리보다 300kcal만 더 추가해 먹으면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300kcal는 어느 정도 일까요?밥으로 따지자면 300kcal는 대략 공깃밥 1공기에 해당됩니다. 반찬 없이 말이죠.우유 300ml와 귤 2개 정도면, 약 300kcal가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원래 먹던 양에서 간식 한 번 정도 추가해 먹는다고 생각하시면 충분합니다.
특히 엄마의 조직재생을 비롯하여 태아와 태반을 만드는 데 필요한 단백질의 경우 임신 후반기 6개월간 하루 평균 5~6g 정도만 더 드시면 됩니다. (단백질 5g은 계란 흰자 1개 먹었을 때의 양에 해당)
그리하여 임신 8~20주 사이에는 매주 약 0.32kg, 임신 20주에서 임신 말기까지는 매주 0.45kg정도 체중이 증가해, BMI가 정상이었던 임산부의 경우 최종적으로 11~16kg 정도 체중 증가가 정상입니다.
임신 중에 체중이 지나치게 늘면, 당연히 임산부에게도 좋지 않습니다. 임신 중독증에 걸릴 위험성 및 임신성 당뇨가 생길 가능성도 늘어나고, 허리나 무릎, 발목 관절에도 무리가 갈 수 있습니다.
산후에 다시 원래 체중으로 돌아가는 데도 애를 먹습니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임신 기간 동안 지나치게 체중이 늘면, 뱃속의 아이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입니다.
임신 중에 지나치게 체중이 불어난 경우, 그리고 임신성 당뇨가 생겼거나 인슐린 민감성이 떨어졌던 경우에 그 임산부가 낳은 자녀는 자라면서 소아비만이나 과체중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들이 있습니다.
소아비만은 성인기의 비만으로 이어지기 매우 쉽습니다. 적게는 30%, 많게는 60%의 소아비만이 성인기의 비만이나 과체중으로 진행된다고 보니까요.
내가 임신 중에 너무 잘 먹어서 혹은 단 음식들이나 탄수화물을 과도하게 먹은 이유로 내 아이가 평생 동안 다이어트를 해야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태아는 임신 2개월말쯤이면, 혀에 맛을 느끼는 감각세포인 미뢰가 형성되고, 임신 11주경부터는 삼키는 운동을 통해 당분 흡수를 할 수 있게 되는 데 4개월 경이 되면, 양수를 삼켜서 수분을 섭취할 수 있을 정도의 완벽한 위장 기능을 갖게 됩니다.
배아에서부터 태아에게 공급되는 모든 영양소는 임산부의 식사에 의존하게 되는데, 특히 삼키는 운동으로 양수의 맛에 적응하기도 합니다.
결국 엄마가 임신 중에 먹었던 음식은 뱃속에서부터 기억해, 배 밖으로 나와서도 그 음식을 더 안전하게 느끼고 거부감도 덜 느끼게 됩니다.
따라서 임신 중에 건강한 음식을 골고루 먹은 엄마의 아이는 태어나서도 건강한 음식에 쉽게 가까워지며,반대로, 임신 중에 건강하지 않은 입맛에 맞춰 음식을 먹었다면, 그 아이는 태어나서도 자꾸 그런 음식들을 찾거나 엄마와 야채 반찬을 두고 씨름할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건강한 아이를 낳기 위해, 그리고 그 아이가 태어난 후에도 건강한 식습관을 갖고, 적절한 체중관리를 하게 하려면 임신 중에 무작정 많이 먹기보다는 ‘현명하게 잘 먹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임신 전의 체중과 체성분, 식습관을 기록해두고 임신 중의 체중 증가 양을 주기적으로 체크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내가 어떤 음식을 얼마나 먹고 있는지도 식사일기를 쓰며 계속 기록해나가면, 혹시나 부족한 영양소는 없는 지까지도 체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임신 기간 중에는 너무 맵고 자극적인 음식들이나 기름지고 단 음식은 삼가고, 맛이 담담하면서도 영양가 높은 음식을 섭취하되 과식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칼럼제공: 한의사 신수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