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와 식욕조절에 너무 집중하다 보면, 배고픔을 느끼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배고픔을 느끼고, 식욕을 느끼는 것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현상입니다.
배고픔을 느끼지 못하면, 적절한 타이밍에 에너지 섭취를 하지 못할 테니까요.
다만, 배고픔 신호가 왔을 때, 이것이 진짜 배고픔인지 아니면 가짜 배고픔인지를 잘 판단하셔야 해요.
그리고,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건강하게 체중을 유지할 수 있을지, 아니면 살찌는 습관이 형성될 지가 결정됩니다.
도넛을 입에 넣고 씹어서 삼키면, 식도를 거쳐서 위장에 도달하기까지 단 7초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음식을 씹는 과정에서부터 잘게 부수고, 침의 아밀라아제로 다당류를 분해하는 소화과정이 시작됩니다.
식도는 음식물이 지나가는 통로일 뿐, 별다른 소화기능은 없습니다.
그래서, 입에서 소화시키는 과정이 짧을수록, 즉 음식을 급하게 먹을수록 소화되기 어려운 상태로, 위장 속으로 더 빨리 들어가기 때문에, 더부룩함을 만들게 됩니다.
위장으로 음식이 들어가면, 위장 내 주름 벽에서 위액이 분비되어, 음식물을 소화시키기 시작합니다.
약 1.5리터 정도 크기의 위장이 꿈틀거리면서 안에 있는 음식물을 위액과 함께 꾹꾹 눌리고, 비틀어 죽과 같은 형태로 만들죠.
이렇게 위장에서 소화시키는 과정은 짧게 2시간에서 길면, 6시간까지 걸리기도 합니다.
음식물이 위장에서 소장으로 내려가면 또 다시 마저 소화되고, 영양분이 흡수되는 과정까지 거치게 됩니다.
약 7ml길이의 소장을 통과하는 데 7시간,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장에서 수분까지 다 빨아들이는데 장장 10시간의 긴 여정이 남아있죠.
그렇지만, 음식물이 일단 위장에서 소장으로 내려가고 나면, 위장이 비어지는 ‘공복’ 상태가 되면서,이 때부터 위장은 다음 음식물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신호를 뇌로 보내게 됩니다.
보통, 식사 후 2시간 정도가 지나면, 뇌가 그 신호를 받게 된답니다.
그런데, 우리 몸은 반드시 에너지가 부족할 때에만 배고픔 신호를 보내는 것이 아닙니다.
여분의 에너지를 비축하기 위해서 기회만 된다면 배고픔 신호를 보냅니다.
그래서, 밥을 먹고 난 뒤 2시간쯤 되었을 때, 다시 식욕이 느껴지는 것은 정상적인 현상이지만, 이것이 꼭 음식물을 섭취하라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죠.
지금, 우리는 언제든 손만 뻗으면 음식이 있는 세상에 살고 있지만, 사실 인류가 이렇게 풍요롭게, 음식을 보관하고, 손쉽게 음식을 구하게 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답니다.
그래서, 우리 몸은 에너지가 부족해지는 위급 상황에 대비할 수 있게 잘 발달되어 있습니다.
배부름보다는 배고픔을 더 느끼고, 허기짐에 예민하게 반응해서 음식섭취할 기회가 왔을 때, 쉽게 지나치지 못하게 만들죠.
치킨 광고를 보고, 그냥 지나치기 힘든 것처럼요.
모틸린이란 호르몬은 공복일 때 1시간 반에서 2시간 간격으로, 위장이 꼬르륵 소리를 내게 만들어 우리가 배고픔을 느끼게 합니다.
그렐린이라는 호르몬도 식욕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으로 공복상태일 때, 분비되어 뇌가 배고픔을 인지하게 만들죠.
그런데, 이런 신호들에 모두 충실하게 반응하고 행동으로 옮기다 보면, 어느 새 비만이 되어 버릴 수 밖에 없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신호들이 오더라도 사냥을 하거나 채집을 하면서, 식사하기까지 한참 동안의 시간이 걸렸던 반면에, 지금은 배고픔 신호를 느끼는 것에서 손을 뻗어 간식거리와 같은 음식물을 섭취하는 데 이르는 시간이 단 3초밖에 걸리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건강을 지키고 비만이 되지 않으려면 배고픔이 느껴질 때마다 본능적으로 행동하기보다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거랍니다.
※칼럼제공: 신수림 한의원, 신수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