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괜찮아서 퍼옵니다^_^*
4,5번은 정말 핵공감 하네요
======================================
질문을 받거나 인터넷 검색을 하다보면 [분명 할 만큼 하는데 살이 안 빠져요!] 라는 글을 자주 접할 수 있습니다. 특히 사람들이 다이어트에 집중하는 이 무렵엔 더더욱 그렇지요. 그런데 엄밀히 말해 [이유없이 안 빠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식욕중추가 기능을 못 하는 것 같은 극히 희귀한 돌연변이 정도가 있다면 모르지만요. 정말 물만 먹어도 살찐다는 분이 계신다면 지구 온난화와 식량난 해결을 위해 앞으로는 부디 물만 먹고 사셨으면 합니다. ㅎㅎㅎ
오늘은 이렇게 절대 살이 안 빠진다는 분들의 사례를 뜯어보려 합니다.
1. 열량을 열량이라 부르지 못하고.....
안타깝지만 솔직히 주변에서 가장 흔히 보는 케이스입니다. 본인이 미처 알지 못한 채로 (혹은 잘못된 믿음으로) 고열량을 먹는 것이죠.
- 밥은 힘들게 줄여먹으면서 간식으로 그보다 결국 더 먹는다.
EX. 저녁 안 먹는 대신 밤에 허기져 과자, 빵, 군것질
- 음료, 요구르트, 주스 등은 열량이 없는 줄 알고 겁없이 먹는다.
EX. 30분 열심히 걷기운동한 후 파워에이드 500ml를 벌컥벌컥....
=> 수고하셨습니다. 30분 소모한 것 완벽히 보충(?)하셨군요.
- 과일, 단호박, 고구마 등등은 살이 안 찌는 줄로 알고 마구 먹는다.
EX. 밥은 한 톨도 안 먹는다. 대신 끼니마다 주먹만한 고구마를 2,3개씩 먹거나 과일을 배터지게 먹는다. 어디 가서 '난 밥도 안 먹는데 왜 안 빠지나 몰라.'라고 주장한다.
- 저열량 식품이라는 말에 부담없이 먹는다. 결국 열량도 더 먹는다.
EX. Low Fat크림치즈는 맛이 약하다. 그래서 2배 바른다. 그래도 저지방이라는 데 만족한다.
- 밥은 적게 먹는다. 하지만 고열량 반찬은 많이 먹는다.
EX. 밥은 반공기, 반찬은 감자채, XX볶음, 햄, 소시지 등등 배부르게....
- 식품의 열량표를 잘못 본다.
EX. 열량표의 1회분을 포장된 것 전부로 본다. (옆의 다이* 열량표가 과자 4개, 한 봉지의 1/6 분량이라는 것 확인하신 분???
(다 먹으면 1,500kcal라는 극악의 열량)
- 먹으면 살빠지는 식품(?)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귀가 혹한다.
EX. 단언컨대 그런 건 없다. 단 [그걸 먹는 포만감으로 다른 걸 덜 먹을 수 있다]를 뉴스에선 늘 그런 식으로 표현한다. 문제는 현실에선 다른 거 다 먹고, 그것까지 더 먹는다.
기타등등.....
자신이 정말로 아무리 애써도 살이 안 빠지는 게 궁금하시면 입에 들어가는 것 중에 공기하고 맹물만 빼고 식사일지를 모두 써 보십시오. 100명 중 99명은 그 안에 이유가 있을 겁니다.
* 여기서 단위는 반드시 g이어여 합니다. 중간크기 1개(?), 밥1공기(?), 아몬드 한 줌(?)....이런 식은 절대 안 됩니다. 인터넷에서 열량 검색하는 분들이 잘 빠지는 실수입니다. 크기와 분량을 보는 관점이 굉장히 주관적이고, 한 줌도 손 크기와 쥐는 법에 따라 제멋대로기 때문에 똑같이 주먹만하다(?)고 해도 실 중량은 2배, 3배도 납니다. 식사 관리하는 분의 주방에서 저울은 숟가락만큼 필수품입니다.
그래도 정말 물만 먹어 살이 찌신다면 님은 TV출연만으로 떼돈을 벌 수 있는 행운아입니다!!!
2. 식사조절 없이 뺄 수 없나요?
지금 섭취+소비가 완벽한 균형 상태라면 식사량 [유지]하고 운동하는 것만으로 뺄 수는 있습니다. (물론 속도는 매우 느립니다.) 하지만 실제 우리는 많이 움직이면 그만큼 먹으려는 반응을 보이게 됩니다. 그래서 따로 의식적으로 제어를 하지 않는다면 더 먹는 게 당연합니다.
그러니 식사는 '본능이 부르는대로' 양껏 먹으면서 운동만 한다고 살이 빠지지는 않습니다. 때로는 운동이 식욕을 자극해 더 찌기도 합니다. 다시 적지만, 운동 자체가 소모하는 열량은 식사조절로 줄이는 열량에 비하면 정말로 미미합니다.
식사조절이라는 건 꼭 양을 줄인다는 것만을 뜻하는 건 아닙니다. 식사의 질을 조절하는 것도, 때로는 식사량을 늘리는 것도, 운동을 하면서도 식사량을 이전 그대로 유지하는 것도 모두 식사조절의 하나입니다.
단언컨대, 식사조절에 신경 안 쓰면 살빼기는 포기하세요. 내 몸을 바꾸는 게 그리 만만해 보입니까?
3. 생물학적인 한계
요즘 사회가 요구하는 몸짱의 한계가 점점 극단으로 흘러가다보니 요즘은 이 케이스도 생각 외로 많아졌습니다. 애당초 유전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내 몸의 지방량 한계치에 다다른 경우이지요. 대부분 남성분들의 경우 8~12%, 여성의 경우 18~22% 사이가 1차적인 한계치입니다.
물론 선천적인 조건에 따라 이보다 낮은 수치까지 비교적 쉽게 빼는 분들도 있습니다. 여성분들 중에도 체지방 15% 정도까지 딱히 장벽 없이 빼는 분도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남자로 태어났다면 멸치로 고민하셨을 분들이죠. ^^;; 하지만 이런 희귀한 경우를 빼면 대개 이 단계에서 벽을 만납니다.
더 혹독하게 하면 되지 않겠냐고 생각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많은 경우 이 이하로 빼려 할 경우 몸에선 비상상황으로 인식하고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게 됩니다.
여성의 경우 배란 및 생리중단, 갑상선 기능 저하, 골밀도 저하 등을 통해 소모 에너지를 최소화하는 비상상태가 됩니다. 즉 임신, 출산처럼 '당장 급하지 않은'일을 포기하고 당장 죽지 않을 정도로만 몸 상태를 바꿔버리는 거죠. 6.25전쟁 당시, 지리산의 여성 빨치산 중 절반 이상이 생리가 없는 불임 상태였다고 하는데, 그 중 상당수는 영구적으로 임신을 못 했다고 하죠.
남성의 경우도 이런 경우 추위를 심하게 타고, 운동능력이 심각하게 떨어지고, 예민해지고 화를 쉽게 내거나 하는 등으로 사회생활에 지장을 겪기도 합니다.
이 정도로 몸이 반응한다면, 더 이상의 감량은 내 몸을 갉아먹는다고 보시면 됩니다. 젊을 때는 젊은 기운으로 그럭저럭 버틴다지만 나이가 든 후에 그 문제가 누적되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젊은 분들께선 잘 이해가 안 되시겠지만.....30대 후반~40대가 넘어가면 젊은 때 혹사한 내 몸은 분명 무언가로 돌아옵니다.
* 이런 생물학적인 벽이 (단기간만 보다면) 극복이 아주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실제 보디빌더 같은 선수들도 그렇게 하니까요. 다만 그 상태를 장기간 유지하기는 거의 불가능하고, 대부분의 사회인들에게는 그 과정에서 감수해야 할 일상의 손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아예 잊는게 낫다는 것이지요.
4. 유전자 탓?
워낙에 분자생물학이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다보니 비만도 유전적인 것에서 원인을 찾으려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실제 비만에 영향을 끼치는 여러 유전자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적지만,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영향을 미치는' 수십, 수백 가지 유전적 요소입니다. 어떤 것은 식욕에, 어떤 것은 지방세포에, 어떤 것은 흑색지방량에, 어떤 것은 대사호르몬 제어에......따지자면 끝도 없습니다. 아마 저나, 여러분이나 [비만 유전자]라고 말할 수 있는 것들 중 몇은 분명 갖고있을 겁니다. 현대의 비만 유전자는 과거 음식이 귀했던 시기에는 축복받은 생존 유전자였기 때문이죠. 비만 유전자가 심하게 결핍된 조상은 과거 어느 시기든 죽어서 대가 끊겼을 테니까요.
현실에서의 유전 법칙은 고등학교 때 배운 것처럼 단일 유전자 하나로 완두콩의 주름이 있고 없고 하는 멘델 식의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실제로는 수많은 요소가 동시에 상호작용으로 영향을 미칠 뿐 단일한 유전자 하나가 [넌 이제 비만이다.]라고 땅땅 선고를 내리는 게 아니라는 말이죠. 그저 누구는 상대적으로 유리하고, 누구는 약간 불리하고 정도의 차이입니다.
프레드윌리 증후군 같은 극히 일부의 희귀병을 제외하면 대부분 인간의 학습과 환경, 의지로 변할 수 있는 문제라는 거죠. 그러니 유전자 탓은 일단 옆으로 치워두시기 바랍니다.
실제 많은 분들이 [부모님과 형제들이 살찐걸 보니 집안 내력....]를 이유로 붙이곤 합니다. 네, 맞습니다. 집안 내력입니다. 가족은 식습관, 생활습관도 대체로 같고, 습관도 대물림되니까요. 물론 위의 3번에서 적은 것 같은 유전적인 요인도 어느 정도 있겠지만 일반인 범주의 현실에선 그 외의 영향이 대부분입니다. 남자분들은 아시겠지만, 군대가 그 사실을 고스란히 보여주죠. 군기 바싹 든 신병 무렵 뚱뚱한 분들은 빠지고, 마른 분들은 살찝니다.
유전자니 뭐니 다 집어치고, 똑같이 먹고 똑같이 움직이면 결국은 몸도 거의 같아집니다.
5. 대사저하
이 케이스는 3번과도 연결되는 문제인데, 남성들보다는 상대적으로 여성분들께 흔합니다. 특히 과도한 저열량 다이어트, 폭식과 단식을 오가며 장기간 지속한 분들께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장기간 저열량 섭취를 지속하다보면 몸이 적은 열량으로도 살 수 있도록 아예 그 상황에 적응을 해 버린 것이죠. 갑상선 호르몬 같은 대사호르몬도 정상적으로 분비가 안 되고, 근육 내의 미토콘드리아도 거의 꺼져 기능을 중단했고, 심박수와 체온도 낮아지고.....기타등등.....최소한의 생명유지를 빼고 모조리 다 꺼버린 상태입니다. 심지어 1천kcal 이하를 먹는대도 살이 안 빠지죠.
이런 분들이 말랐냐 하면 꼭 그런 것도 아닙니다. 고도비만인 분들 중에도 이런 분들이 있습니다. 과거 기근 시대로 돌아간다면 극악의 생존력(?)을 지니셨을 축복받은 분입니다. (쿨럭;;)
정말로 본인이 열량도 낮게 먹고, 운동도 하는데도 체중이 몇 달간 요지부동이라면 병원부터 가 보시기 바랍니다.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의 시작점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