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식욕을 정말 잘 견디는 편이었다.
짖궂은 내 친구들이 억지로 입을 벌려, 집어넣는 초콜릿을 뱉어낼 정도로 저열량 식단을 지키려는 의지가 강했고, 단 하루도 운동을 거른 적이 없었다.
기념일, 명절, 여행 스케줄이 잡히면, 평소 2배의 운동을 강행하는 철저함으로 몸무게를 유지했다.
뿐만, 아니라 해가 바뀔 때마다, 보다 더 높은 강도의 운동으로 종목을 바꿨고, 아르바이트 번 돈은 전부 다이어트 보조 식품, 한약, 양약, 약, 침, 시술에 썼다.
이토록 철저한 식단, 운동에도 정작 원하는 부위(팔뚝, 겨드랑이, 허벅지 안쪽)의 살은 빠지지 않았다.
그 이유를 이제는 너무나도 잘 안다.
나는 빠질 수 없는 조건을 유지하고 있었다. 아니, 점점 더 잘 찌고, 안 빠지는 몸을 스스로 만들고 있었다.
“부위가 어디든, 살이 빠지지 않는다는 자체가 ‘그 음식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신호인데, 꾸준히 챙겨 먹다 보면, 빠질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으니, 빠질 리 없었다”
겪고 나서야 알았다. 미스터리는 살이 안 빠지는 게 아니라 안 빠지는 데 빠지는 음식이라 우기는 것이라는 것을.
살은 몸에 필요한 영양소의 부족, 불필요한 영양소의 과잉 섭취가 원인이 되어 찐다.
경유차에 휘발유를 넣으면, 주행 불가, 배기 가스 발생, 각종 고장과 수명 단축의 원인이 되지 않는가.
이처럼, 몸에 필요한 영양소만이 에너지로 전환되어 사용되고, 불필요한 영양소는 사용되지 못해, 으깨진 음식물 찌꺼기 형태로, 소화기관에 고여있게 된다.
그것이 부패하여, 복부 팽만, 방귀가 삐질삐질 새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이는 몸 안을 청정하게 유지하고자 하는 면역 기관에 의해 밀어내지는 현상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밀어내지는 용량은 한정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증상 발현 즉 도로 밀어내지는 음식의 섭취를 줄이지 않고 계속해서, 꾸준히 지속적으로 섭취한다면, 찌꺼기의 양은 점점 늘어난다.
그렇게, 고임은 쌓임이 되고, 쌓임은 막힘을 만든다.
“막힘=차단=고립”
막힘은 혈액, 산소, 영양분의 공급을 차단하고, 고립된 곳을 만든다. 그리고 고립된 그곳에 살이 붙는다.
왜일까?이동이 제한된 곳, 공급이 끊어진 곳은 차가워진다. 차지면 굳어지고, 굳어지면 기능을 상실하지 않는가.그래서, 살이라는 덩어리가 붙게 된다.
수도관이 얼었을 때, 헌옷이나 이불을 칭칭 감아 녹여야 다시금 물이 흐르듯이, 다시금 혈액, 산소, 영양분의 공급을 닿게 하기 위한 지혜롭고 훌륭한 몸의 작용인 것이다.
살이 찌는 이유를 한마디로 설명하면, 기능 상실, 즉 노화를 늦추기 위한 몸의 작용이다.
기능 상실, 노화의 원인은 앞서 말한 대로 증상을 주는 음식의 꾸준한 섭취 때문이다.
분명히 포만감 있는 음식인데 먹어도 포만감이 들지 않고, 분명히 근육량 늘리는 음식이라 했는데, 계속해서 근손실되고, 분명이 체지방 분해된다고 했는데, 운동해야 겨우 유지된다면, 그 음식이 살을 찌우고 증상을 악화시키는 주범인 셈이다.
먹어서 좋아야 좋은 음식이고, 먹어서 빠져야 빠지는 음식이다.
다이어트는 그 음식을 먹어보고 알아내는 과정이 다이어트이고, 건강 관리이다.
살과 병은 음식을 바꾸라는 신호다. 이것을, 늘 머리 속에 새기도록 하자.
※ 칼럼제공: 브런치, 도민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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