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뭘 먹어야 이놈의 살이 빠질까?뭘 먹어야 근 손실을 겪지 않으면서, 체지방만 걷어질까? 그런 몸이 되어볼 순 있으려나?
다이어트를 이어갈수록 희망은 점점 사라지고, 의심만 늘어갔다.
나는 극한의 답이라도 좋으니, 명확한 한마디가 듣고 싶었다.
‘다이어트에 도움 되는’ 정도의 넓은 범위 말고, ‘무조건 빠지는’ 이라는 명쾌한 수식이 붙은 음식들.
국내가 아닌 해외의 첩첩산중 절벽에 단 한 뿌리 밖에 없다 하더라도 상어 떼가 출몰하는 바다 속에 있다 하더라도 있기만 하다면, 목숨 걸고 찾아갈 요랑이었다.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 다이어트에 이런 몸 뚱아리로 사느니 죽는 게 낫다는 생각이 점점 깊어지고 있을 무렵이기에.
그런데, 그런 건 없었다. 단언컨대, 세상에 살 빠지는 음식, 살찌는 음식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 경계를 완전히 무시한 식단으로 나도 모르는 사이 감량을 경험하고 나니 모든 게 명확하게 보여졌다.
오히려, 다이어트를 위해 의도적으로 챙겨 먹던 그 음식들 때문에 살이 빠지지 않고, 비만 인구가 줄지 않는 것이었다.
“살 안 찐다는, 지방 합성을 저지한다는, 노폐물 배출이 용이하다는, 이뇨 작용을 돕는다는 음식들은 임상 결과일 뿐이다”
임상에 참여한 수많은 사람들과 수많은 연구진들이 피와 땀으로 일궈낸 값진 결과이지만, 결정적으로 내가 참여한 것은 아니지 않는가.
전 세계인이 아닌 참가자 내 평균 이상의 확률이 근거가 된 이야기일 뿐이다.이렇게 맹목적인 신뢰가 바탕이 된 섭취가 다이어트 실패를 가져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뭘 먹어야 빠진다는 건데?'하고 인상 쓰고 계신 분들도 많을 거라 예상된다.
살 빠지는 음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사람이 달라서 살 빠지는 음식도 다 다르다는 것이다.
'한다는 말이 겨우?' 라며 실망할 반응을 예상하며, 그 마음을 진정시킬 이야기를 뒤에 준비했다.
어떻게 이야기해야 반문으로 돌아오지 않을지 정말 오랜 시간을 들여 고민했고, 그렇게 내가 찾은 해답은 되려 질문하는 것이다.
다음 문제를 읽고 서술해주세요.
“Q. 좋다는 음식과 좋은 음식의 차이는 무엇인가?'
꼭 한 번 스스로 생각하고 정리해보았으면 한다.
나는 이렇게 써보았다. 좋다는 음식은 남의 한정된 이야기고, 좋은 음식은 나의 한정된 이야기다.시점이 분명히 다르다.
그러나, 우리는 좋아지기도 전부터 심지어 좋지 않은데도 서슴없이 좋은 음식이라 말한다.
오류는 여기에서 발생한다. 좋지도 않으면서 좋은 음식이라 말하는 것은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다.
좋은 음식과 좋다는 음식의 의미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구분해서 사용하면 다이어트의 결말이 달라진다. 과정 또한 달라진다.
음식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면서 체계가 잡히고, 구체적인 계획과 순서가 생긴다.
이를 테면, 가장 먼저 좋다는 음식을 먹어볼 것이고, 그 음식에 따른 몸의 반응을 확인할 것이고, 이어 섭취를 이어갈지 중단할지 결정할 것이며, 실패로 좌절하기보다는 새로운 시도를 시작하게 될 것이다.
동기부여는 거기서 이루어진다. 또 하나는 다이어트, 건강관리가 더 이상 추상적이지 않게 느껴질 것이다.
정말로 궁금해 해야 할 것은 ‘뭘 먹어야 하느냐’가 아니다.
내가 먹은 것들 중 뭐가 효과 있었지? 뭘 먹을 때 포만감이 오래갔고, 피로가 가셨고, 황금변을 봤지? 하고, 과거가 된 사실에서 그 음식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질문의 어미만 조금 바꿔보도록 하자.
※ 칼럼제공: 브런치, 도민정 작가
https://brunch.co.kr/@3d098168ffc5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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