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평소에는 폭식하지 않다가 남자친구만 사귀면, 폭식이 심해지는 타입이었습니다.
나를 사랑해주고 지지해주는 이성을 만나면 마음이 안정되어서 폭식이 줄어들 줄 알았지만 ,사실은 정반대였던 것이지요.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일까요?
A는 남자친구와 가까워질수록 불안을 심하게 느끼는 불안정 애착 유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애착이란 어릴 때 가장 가까운 대상(부모)과 맺은 정서적 관계를 말합니다.
어릴 때 부모와 어떤 관계 패턴을 맺었느냐에 따라 후에 다른 대인관계까지 많은 영향을 끼친다고 보는 것이 바로 애착 이론입니다.
부모와 안정적 애착 관계를 맺은 사람은 커서도 친구들과 안정적인 관계를 맺고, 학업 성적 역시 우수하다는 연구결과가 있지요.
특히, 이성과의 관계에서도 상대방이 나에게 보여주는 부정적인 반응에도 자신의 존재를 위협할만한 큰 흔들림이 없습니다.
'전화가 늦게 와도, 아 지금 바쁜가 보다.' 라고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지 않지요.
또, 나에게 무례하게 대하는 남자에게는 단호하게 그것이 안 된다고 말하고, 안될 때는 관계를 먼저 끊는 단호함도 갖고 있을 수 있겠지요.
갈등이 생기더라도 그것에 대한 감정을 정확히 전달하고, 자신의 요구 사항을 화내지 않고 말하는 것도 안정적 애착 유형의 특징입니다.
그렇지만, 최초 부모와의 관계에서 애착 관계가 불안정했다면, 바로 A씨처럼 특히 이성 관계 안에서 심한 불안을 느낄 수 있습니다.
불안정 애착 중에 불안형은 부모와의 관계에서 들쑥날쑥한 정서적 관계를 맺어왔을 가능성이 큽니다.
어떨 때는 아이에게 관심과 사랑을 잘 주는 것 같다가도, 또 어떨 때는 지나치게 방임하거나 무신경한 태도를 보인 것이지요.
A의 부모는 A에게 잘 대해줄 때도 있었지만 그건 아주 잠시뿐이었습니다.
A에게 관심이 필요할 때에는 무신경한 반응이나, 화를 내는 일도 잦았던 것이지요.
실제로 부모에게 떼를 써 본 적이 없던 A씨는 연애만 하면, 이성에게 화를 내는 자기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관계는 파국으로 끝날 때가 많았던 것입니다.
관계 초에는 안정적으로 가는 것 같았지만, A씨 깊은 내면에는 '난 사랑받지 못하는 존재야' 라는 믿음이 깔려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의 작은 행동 하나에도 부정적으로 해석한 것이 A씨의 화를 자극했던 것입니다.
'연락 횟수가 줄어든 거 보니 이제 내가 싫증 났나?'
'내가 이렇게까지 티를 냈는데 저렇게 무관심할 수 있나?'
'왜 내가 1순위가 아닌 거지? 내가 저 사람에게 그 정도의 가치밖에 안 되는 사람인가?'
'사랑한다는 표현을 안 하는 걸 보니 이제 나랑 헤어지려고 하나?'
기타 등등 상대방의 행동, 표정, 말투에 굉장히 민감하고 그것을 부정적인 신호로 해석하는 것이지요.
A씨처럼 불안형은 상대방은 굉장히 괜찮고 좋은 사람이지만, 자신은 하찮고 상대보다 늘 못한 존재로 바라봅니다.
그러니, 상대방이 그런 자신을 버리고 떠날까봐 늘 전전긍긍 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불안이 극도로 올라갈 때면 A씨는 일도, 공부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A씨의 몸은 몹시 격양된 상태로 안정적인 편안함을 느낄 수 없는 것이지요.
그럴 때 폭식을 하게 되고, 폭식은 그런 A씨의 격양된 몸 상태를 일시적으로 진정시켜주는 도구였습니다.
A씨는 부모와 그랬듯이 남자친구와도 불안정한 관계 패턴을 맺고 있었던 것입니다.
'나는 하찮은 존재야.'
'나는 언제든지 버림받을 수 있어.'
'헤어지면 난 계속 혼자야.'
'난 아무에게도 사랑 받을 수 없어.'라고 스스로를 믿으면서 말입니다.
A씨의 폭식은 애착 문제를 다루지 않고서는 해결될 수 없는 것이겠지요.
관계에 대한 불안으로 인한 폭식은 참 많은 분들에게서 나타납니다.
내가 어떤 지점에서 계속 자극을 받는지?
자기 자신을 왜 가치하락 시키면서 상대방을 우위에 놓는지?
관계에서 주도권을 갖는 게 왜 힘든지?
이런 내면의 탐색과 바라봄, 돌봄의 과정이 A씨의 폭식문제를 해결하기 데 필요한 것들입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칼럼제공: 너는 꽃 식이장애전문상담센터/박지현 상담심리사https://blog.naver.com/flower_origin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