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담자: 내가 살이 쪘다는 느낌 때문에 너무 괴롭습니다. 내가 허용한 양 이상으로 식사를 하거나 먹지 말아야 할 음식 예를 들면 과자 한 개를 먹어도 살찐 느낌이 들어서 배를 만져보곤 해요. 그럼 그날 하루는 길거리에 다니는 마른 여자들과 나를 비교하며 심한 우울감과 자책감에 빠져들곤 하는 것 같아요.
치료자: 체중은 그대로인데요? 자꾸 살이 쪘다는 생각이 드시나요?
내담자: 체중계의 숫자는 중요하지 않아요. 그런 느낌이 있어요. 살이 쪘다는 느낌이 들면, 정말 제 몸이 너무 비대하게 느껴져서 그날 하루는 잘 안 먹게 되는 것 같아요.
상담하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단어가 '살찐 느낌(feeling fat)'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많은 분들이 살찐 느낌에 대해 거북함과 괴로움을 호소하십니다.
그래서 체중계에 하루에도 수십 번씩 오르락내리락 거리기를 반복하고 심지어 체중이 그대로인 것을 확인했음에도. 계속 '살찐 느낌'에 연연하며 자기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으로까지 확장시켜 결국에는 폭식으로 그 감정을 해소하는 경우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살찐 느낌'은 내가 가진 실제 체형과 체중에 상관없이 시도때도 없이 올라오는 생각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내가 생각한 양보다 밥을 좀 더 많이 먹었다고 생각이 들 때, 외출하기 위해 옷을 입고 거울을 볼 때 등등 느끼는 상황은 개인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한 가지 공통적인 것은 실제 체중과는 상관없이 일어나는 느낌이라는 것입니다.
실제 체중과 살찐 느낌은 같지 않다는 것이 바로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여러 가지 상황들 안에서 '내가 살이 찐 것 같다' 라는 생각은 체형과 체중에 대해 더 집착하게 하고, 결국에는 절식하거나 폭식하게 만들어 결과적으로는 다이어트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이렇게 객관적인 체중에 상관없이 '살찐 느낌'은 하루에도 수십 번 왔다 갔다거리며 내 안에서 요동치게 되는데, 잘 들여다보면 그때 그때의 상황에서 나의 부정적인 감정이나 감각을 전부 살찐 느낌으로 동일하게 표현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명백하게 '살'이라는 것이 감정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살찐 느낌'이라는 감정의 단어로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것도 생각해봐야 할 부분입니다.
한 예로 출근길 지하도를 건널 때 유난히도 강하게 '살찐 느낌'이 들었다는 내담자와 얘기를 나눴습니다. 그 내담자는 더운 날씨에 자신의 몸을 더 의식했던 분이었고, 더운 날씨가 그분에게는 살찐 느낌을 고조시켰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그녀에게 있어서 '살찐 느낌'이라는 것은 실제로 살이 찐 상태가 된 것이라기보다는 '너무 덥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죠.
이처럼 우리는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 상태를 모두 살찐 느낌으로 뭉쳐서 표현하기 때문에, 내 몸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불안감을 키우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런 감정의 예는 지루함, 우울함, 허함, 언짢음 등등이 있을 수 있겠죠. 감각으로는 배부름, 더부룩함, 덥거나 땀이 나는 것 등이 있습니다.
그래서 '살찐 느낌' 밑에 깔린 숨은 감정들을 명확히 하고 또 어떤 특정한 상황에서 내가 이런 감정과 감각들이 느껴지는지 그걸 찾아내는 것이 내 몸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살찐 느낌'이 아니라 그 감각을 부정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나 자신을 인지하는 과정을 거쳤을 때, 비로소 '살찐 느낌'이라는 왜곡된 생각에서 벗어나 건강한 다이어트를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실 것 입니다.
※칼럼제공:마음과마음 식이장애클리닉 박지현 상담심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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