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링 효과: 사회적 영향은 음식 선택과 식사량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모델링 효과는 자신도 모르게 본보기 행동을 따라하게 된다는 심리학 용어이다. 1970년대부터 이런 모델링 효과가 음식 선택에서도 일어난다는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약 70여 개의 관련 논문이 출간 되었고, 수많은 논문의 연구 결과를 종합해본 결과 '음식 선택과 음식 섭취량에는 모델링 효과가 존재한다'라는 것이 입증되었다.
즉, 우리는 무엇을 먹고 얼마나 먹을지 결정하는 데 있어, 무의식적으로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받는다.
흥미로운 것은 극심한 배고픔과 식욕에 시달릴 때를 제외하고는 식사 행동을 결정짓는 것은 생리학적 요인이 아닌 사회적 요인이라는 것이다.
성별이나 연령에 따른 차이는?
성별이나 연령에 따라 음식을 선택하며, 양을 결정하는데 사회적 영향을 받을 정도의 큰 차이가 있지는 않다. 보통 여성이 남성에 비해 음식을 선택하는 데 있어, 주변 사람들을 많이 의식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여성들은 대체로 '날씬해지고 싶은 욕망' 혹은 '이상적인 몸'에 대한 관념을 가지고 있고, 날씬하고 아름다운 몸매를 만드는 것을 중요한 성공 요소로 여긴다.
날씬한 몸에 대한 강박이나 집착이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심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여성들은 유명 연예인의 다이어트 성공담을 찾아 읽고, 이들이 추천하는 식품을 구매하고, 식이요법을 따라하는 등 다이어트 트렌드에도 민감하다.
그러나, 남녀노소 모두 무엇을 얼마나 먹을지에 대해 주변사람들의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어떤 사람에게 가장 큰 영향을 받을까?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본인이 더 친해지고 싶고,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에게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여성들은 본인과 함께 식사하는 대상을 기쁘게 하고 싶고 그들과 잘 어울리고 싶을 때, 그들이 더 먹기를 원하면 배가 부르더라도 기꺼이 더 먹곤 한다.
처음으로 남자친구 부모님과 인사하는 자리에서 무리해서라도 잘 먹는 모습을 보이고 싶어하는 여성의 모습을 그 예시로 들 수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식사하는 자리가 어색하거나 불편 할 때에도 영향을 많이 받는다. 예를 들어 상사와 함께 식사하는 자리라면, 메뉴 선택에서도 자유롭지 못하고, 식사 속도도 맞추게 되는 것이 그 예다.
또 한가지는 사람들은 본인과 비슷한 체격의 사람에게 더 큰 영향을 받는다.
마른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비만한 사람들이 뭘 먹든 얼마나 먹든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비만한 사람들은 마른 사람들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그러나 본인과 비슷한 체격의 사람들끼리는 음식을 선택하고, 얼마나 먹을지에 대해 큰 영향을 받는다.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이 많이 먹으면, 따라서 많이 먹게 되고 적게 먹으면, 따라서 적게 먹게 된다.
불량식품과 채식?
직장 내에서 서랍에 간식을 사두고 꺼내먹는 모습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주로 초콜릿이나 사탕 등 고칼로리, 고지방 간식들이다. 한 사람이 간식을 먹기 시작하면, 곧 주변에서도 간식을 따라 먹게 된다. 그러나 직장 내에 매일 당근을 싸오는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당근을 싸와 먹는 직장 문화가 자리잡기는 힘들 것이다.
주변 사람들이 고칼로리 간식을 즐겨먹을 경우, 사람들은 쉽게 영향을 받고 따라하게 되지만 당근이나 피망같은 채소는 쉽게 영향을 주지 못한다.
사회적 관념: 나와 친한 사람이 뚱뚱하다는 건 내가 살찐 것에 큰 위안이 된다?
2007년 유명 저널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비만의 네트워크 효과에 대한 논문이 발표되었다. 논문에 따르면, 비만이 마치 전염병처럼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으로 퍼진다'고 한다.
논문에서는 비만이 확산되는 이유는 정상이나 보통으로 간주되는 체격이 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즉, 주변사람들 특히 본인과 가까운 사람들이 비만하면, 비만한 체격을 보통 체격으로 인식하게 된다고 한다.
논문에서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그 반대의 현상도 일어난다.
가까운 사람들이 마른 체격일 경우, 본인을 상대적으로 뚱뚱하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념의 변화는 무의식적으로 식사나 생활습관에 영향을 줘, 결과적으로는 같은 사회 집단에 속한 사람들끼리 비슷한 체격을 유지하게 만든다.
혼자보다 같이하는 게 어떨까?
식이조절하느라 저녁을 반 공기만 먹어 배고픔에 허덕이고 있을 때, 친한 친구가 야식으로 치맥을 제안한다면? 점심식사후 식곤증에 시달리고 있을 때, 동료가 초콜릿을 건넨다면? 거절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다이어트를 할 때 가장 힘든 일 중 하나는 주변의 유혹을 뿌리치는 것이다.
음식을 먹는 것은 영양분을 섭취하고 생명을 유지하는 의미를 넘어, 사람들과 소통하고 추억을 만들고 관계를 맺는 사회적인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특히 연말은 잦은 외식으로 살이 찌기 쉬운 시기이다.
다이어트를 혼자하지 말고, 주변 사람들이나 친한 친구들과 같이 해보는게 어떨까?
자신과 비슷한 체격의 비슷한 생활습관을 갖는 사람들끼리 함께 다이어트를 하는 것이다. 함께 샐러드를 먹고, 후식으로는 따뜻한 허브티나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것이다. 혹은 도시락을 싸다니는 것도 좋다.
주변에 함께 다이어트를 할 사람이 없다면, 다이어트 어플을 적극 이용하는 것도 추천한다. 다이어트를 하는 다른 사람들이 무얼 먹고, 어떤 운동을 하는지를 보며 동기부여를 시킬 수도 있고,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례를 보며 무의식적으로 자극을 받고 따라할 수 있다.
연말, 여러분의 다이어트를 응원합니다. 새해에는 더 가벼워져서 만나요!
<참고문헌>
Cruwys, Tegan, Kirsten E. Bevelander, and Roel C.j. Hermans. 'Social Modeling of Eating: A Review of When and Why Social Influence Affects Food Intake and Choice.' Appetite 86 (2015): 3-18. Web
Boer, Janet H.w. Van Den, and Monica Mars. 'Modeling of Eating Style and Its Effect on Intake.' Appetite 86 (2015): 25-30. Web
Stockman, J.a. 'The Spread of Obesity in a Large Social Network over 32 Years.'Yearbook of Pediatrics 2009 (2009): 464-66. Web
※ 칼럼제공: 서울대학교 식의학유전체 연구실, 이준
http://brunch.co.kr/magazine/ljune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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