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무엇을 얼마만큼 먹는지를 스스로 선택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음식의 심리학>의 저자 멜라니 뮐은 “우리가 레스토랑에서 특정 메뉴를 고르고, 음식을 사 먹는 데에는 심리적, 사회적 요소와 큰 관계가 있다”라고 얘기합니다.
우리가 어떤 환경에 놓였는지에 따라 먹는 양이 얼마든지 줄거나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죠.
코넬대학교의 음식과 브랜드 연구소에서는 사람들이 빈 접시를 포만감의 신호로 여기는지에 따라 먹는 양이 얼만큼 차이가 있는지를 알아보고자 했습니다.
실험 참가자들에게는 똑같은 접시에 담긴 토마토 수프를 제공했습니다.
그 중 조작된 접시에는 호스와 펌프를 이용해서, 토마토 수프를 계속해서 채워 넣었고, 참가자들은 이를 알지 못한 채로 배가 부를 때까지 수프를 먹었죠.
그러자, 빈 접시를 자신이 배가 부르다는 신호라고 여기던 사람들은 접시가 조작되지 않았던 옆 사람들보다 평균 73%를 더 먹었다고 합니다.
비슷한 이유로, 사람들과 어울려 시끌벅적한 자리에서 먹거나 텔레비전을 보면서 먹으면 여러분이 인식하지 못한 채로 더 많은 양을 먹을 수 있어요.
사람들과 같이 먹다 보면, 함께 먹은 접시가 비워지는 것을 나의 포만감의 척도로 삼아 먹게 됩니다.
별로 많이 먹지 않은 것 같은데, 잦은 회식과 약속 자리가 반복되다 보면, 옷이 점점 끼게 되는 이유죠.
또, 텔레비전이나 영상을 보면서 식사를 하면, 눈과 귀는 화면에 집중한 채로 먹고 싶었던 음식을 계속 집어먹습니다.
정신은 이미 다른 곳에 팔려있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 많은 양을 먹더라도 ‘어, 좀 배부르네’하고 넘어가는 것이죠.
주위에 어떤 사람이 있는지도 우리의 식사에 많은 영향을 줍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나오는 송화는 항상 음식을 급하게 집어 먹습니다.
누가 따라오는 것 마냥 음식만 보면 허겁지겁 먹어서 다른 친구들에게 핀잔을 듣기 일쑤죠.
그럴 때마다 “내가 오빠가 셋이라..”라고, 얘기합니다.
어릴 적에 오빠 셋을 제치고, 맛있는 음식을 쟁취하기 위해, 항상 전투적으로 식사를 해서,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식사속도가 빨라진 것이죠.
실제로, 음식을 급하게 먹는 사람과 앉아 있으면 더 빨리 먹게 된다고 해요.
또, 같은 식탁에 앉은 사람들은 같은 메뉴를 주문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합니다.
이는 다른 사람의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따라 하는 카멜레온 효과로 설명이 가능해요.
그러므로, 앞으로 먹을 때 어떤 환경에 놓여있는 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여러분의 상태에 따라서도 선호하는 음식과 양이 달라진답니다.
제가 상담하면서 “왜 엄청 피곤하고 힘든데 살이 빠지지 않고 더 찌는 거죠?”라는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직관적으로 생각하면 바쁘고 힘들면 머리도 더 많이 쓰고, 열량도 더 많이 소모될 것 같지만, 몸은 우리 생각과는 조금 달라요.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거나 피로를 느끼면, 코르티솔 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합니다.
이 호르몬이 분비되면, 식욕은 더 왕성해지고 복부에 지방을 쌓이게 만드는 대사로 바뀌면서, 체중이 증가하는 것이죠.
여기에 휴식까지 부족하면, 세로토닌이 안정적으로 분비되지 않아 더 자극적이고 기름진 음식을 원하게 됩니다.
저도 피곤하고 힘들 때면, 꼭 과자나 빵, 라면 같은 기름진 무언가를 더 먹게 되던데,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네요.
여러분의 다이어트의 적은 게으름이 아니라 피로와 수면 부족일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특정 음식을 원하는 데에는 타고난 기질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펜실베니아 대학교의 심리학자 폴로진과 데보라 실러의 연구에 따르면, 매운 것을 잘 먹는 미국 대학생들은 과속운전, 낙하산, 다이빙처럼 모험적이고 자칫하면 다칠 수 있는 활동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해요.
즉, 매운맛을 좋아하는 사람은 변화와 강렬한 기분을 쫓는 감각 추구자에 해당되는 것이죠.
그러면, 이 모든 것을 고려해서 먹어야 한다는 말이냐고요?
아니요. 어차피 많이 알아도 통제를 다 할 수 없으니 여러분 눈앞에 있는 음식을 맛있고, 즐겁게 드세요.
가장 확실한 사실은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으면 행복해진다는 거니까요!
※칼럼제공: 누다심센터 김윤아 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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