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처음 다이어트를 했었던 청소년기에는 그냥 다이어트를 해서 예뻐지고 싶을 뿐이었어요. 흔한 청소년기 학생들과 다를 바 없이 말입니다.
하지만 체중감량 후에 사람들의 주목과 관심에 매료되어 제 삶은 언제부터인가 날씬할 때와 통통할 때로 나뉘기 시작했어요.
저는 마치 그리스 신화의 나르시스처럼 나르시즘에 빠져 살이 빠져가는 나의 모습에 스스로 반했죠. 안 그래도 성격이 가슴형(감정형)이라 타인의 시선이 중요한 제가 점점 더 아침에 보이는 제 붓기에 신경쓰기 시작했어요.
거울을 봤는데 그날 얼굴이나 몸이 부어 있으면 하루를 망친 것 같고, 어제 한 끼만 먹을 걸, 두 끼를 먹어 부은 거 같아 속상해서 스스로를 여러 번 비난하기도 했어요.
그렇게 하루 하루를 전쟁처럼 음식들을 머리 속에 생각하며 지냈어요. 식단일기 쓰기는 또 얼마나 지겨운지! 그러다 보니 이런 복잡한 제 고민이 들킬까 봐 다른 사람들과 함께 식사하는 시간이 싫을 때도 많았어요.
유명 모델의 말에 마음이 짠하더군요.
'가장 말랐을 때 난 가장 불행했다'
그게 벌써 이십 대 초반의 저의 모습이었으니, 꽤 시간이 지났네요. 지금은 자연스럽게 야식도 먹고, 과식을 하기도 한답니다. 편안하고 행복한 마음으로요. 하루 세 번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는 시간이 저에게 가장 행복한 시간 중 하나예요. 건강을 생각해서 자제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어쩌다 늦은 약속이 잡히는 날에는 망설임 없이 기름진 음식들을 먹기도 해요. 그것도 아주 기쁜 마음으로 말이죠.
다음날 얼굴이 부었는지 인식조차 못하는 제 모습을 가끔 보며 스스로가 사랑스러운 마음이 들어요. 여러분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음식과 집착하는 나만의 세계를, 타인의 시선에 나를 저울질하는 것을 내려놓고.
이젠 그저 아팠던 그 때를 회상하면 마음이 짠하고, 씁쓸하고, 그 때의 나를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면, 그 때의 나마저도 사랑스러웠으면.
한 내담자분이 상담에서 물으시더군요. 그 분도 역시 본인의 삶이 살이 빠졌을 때와 살이 쪘을 때로 나뉜다고 믿는 분이였죠.
'선생님 같으면 저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시겠어요?'
지금의 제가 그 때 힘들었던 저에게 말할 수 있다면, 어떤 말을 하는 게 좋을까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살이 빠지면 하고 싶었던 일들을 지금 당장해보세요.'
'살이 빠진다면. 이걸 먹어야지'
'살이 빠진다면. 그 옷을 입어야지'
'살이 빠진다면. 그 옷을 입고 당당하게 공원에서 운동해야지'
'살이 빠진다면. 그 남자에게 고백해야지'
이번 주 숙제에요. A씨가 그 동안 이야기했던 것들이거든요. 이 목록을 적어보고, 이 중에 한 개 이상을 다음 상담 전까지 실천해보세요. 그리고 다음 주에 우리 다시 이야기해요. 정말 '살이 쪘을 때' 할 수 없는 행동들이었는지를요.
※ 칼럼제공 : 에니어그램 심리연구소 상담심리사 이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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