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를 시작함과 동시에 내가 먹는 음식의 칼로리가 얼마나 되는지 찾아보고, 스크랩하며 식단을 맞추느라 먹는 것 자체에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PT를 받으면서, 아침, 점심, 저녁 어떤 걸 먹는지 사진공유가 시작이었다.
'이건 뭐예요.'
'오늘 많이 드셨으니 운동 열심히 하셔야겠네요.'
'튀긴 거나 매운 건 드시면 안 되세요.' '알코올은 드시면 안돼요'
지금까지 먹어왔던 걸 먹지 말라는 게 90%였다.
좋아하던 맥주도 치킨과 빵, 떡, 도넛, 치즈를 끊으려니 너무 괴로웠다.
이틀에 한 번 마셨던 맥주를 일주일에 한번으로 바꾸고, 식사 대신 먹었던 빵과 떡을 거리를 두고 대체식품을 찾았다.
영양가 없이 몸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줄 알면서도 못 먹는다고 생각할 수록 더 머릿 속을 가득 채웠다.
운동을 전혀 안 한 내가 체중감량과 근력증가로 헬스장에 방문했을 때는, 모든 것이 낯설기도 했지만 음식 조절이 가장 힘들었다.
기초대사량이 낮은 내게 트레이너가 처음 짜준 식단은 고구마 100g 또는 현미밥 70g, 닭가슴살 10g 또는 삶은 달걀 3개(노른자 1개 섭취), 요거트, 블루베리. 김치, 나물반찬과 야채가 전부였다.
그나마, 괜찮은 건 오이, 방울토마토, 브로콜리 등 야채는 괜찮고, 과일은 당이 많으니, 아침과 점심에 조금만 먹으라는 조언이 다였다.
고구마와 닭가슴살 이 두 단어만 봐도 숨이 턱 막혀왔다.
저렇게 먹어야 살이 빠지는 건강.
언제까지 먹어야 되는 걸까.
체중감량은 되지만, 3일 정도 먹으니 음식의 즐거움도 사라지고, 칼로리 따져가면서 먹는 것 자체의 피로도는 살기 위해 먹는 건지 왜 먹는 건지 의문점을 제기하게 만들었다.
주말마다 치팅데이라고 먹고 싶은 리스트를 기록해 두었다가 찾아가는 재미도 어느 순간 없어지고, 지금 아니면 못 먹는다는 생각에 오히려 과식하며 다시 요요가 오면 어떡하지란 불안감에 다시 우울해졌다.
두 달 동안은 아침은 삶은 달걀, 고구마, 그릭요거트, 견과류 그리고 가끔 라떼를 마시고, 대부분은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체중감량이 될 수 밖에 없는 저칼로리의 식단구성이었다.
가끔 어지럽고, 당이 떨어질 땐 견과류로 마음을 달래다가 주말이 되면 기다렸는 듯이, 갈비찜, 삼계탕, 피자. 치킨 등 고칼로리 음식으로 배를 채웠다.
무리한 저칼로리 식사 뒤에는 반드시 요요현상이 따라온다. 그래서, 다이어트는 평생 숙제라고 한다.
그럼에도 음식을 즐기고 싶었던 난, 다이어트에 성공한 연예인들의 식단을 보면서 연구하고, 이렇게 똑같이 먹을 수 있을까 의문을 가진 식단구성은 제외시켰다.
샐러드 체인점에서 나오는 여러 종류의 샐러드를 먹어보며, 장기간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를 생각하다가 도시락을 싸 다니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체중증가의 원인이 된 식습관을 유지하면서 양만 줄인다고 건강한 식사가 되지는 않는다.
단순히 음식의 양만 따지는 것이 아니라 질까지 생각을 해야 한다.
몸의 에너지를 만들어주는 탄수화물, 근육생성에 도움되는 단백질, 지방 외에도 비타민, 무기질 등 필수영양소를 단순히 칼로리만 보고 먹거나 영양보조제로 의지하긴에는 식사의 즐거움이 사라지기에 나만의 식단을 찾은 것이다.
이제 3년이 다 되어가는 아침, 점심, 저녁 도시락 식단구성은 매일, 매해 다르다.
영양밀도가 높은 식품을 선택하는 것은 체중감량 뿐만 아니라 건강을 유지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골고루 먹다보니, 주말에 치팅데이에 먹었던 고칼로리 음식과 디저트 슈크림 빵과 케이크, 도넛 같은 부드러운 빵류는 생각이 안 나기 시작했다.
좋은 음식인지 나쁜 음식인지 같은 양의 칼로리를 먹더라도, 설탕, 버터가 잔뜩 들어간 빵으로 먹는 것과 한식으로 먹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다이어트 제대로 하려면 잘 먹어야 된다.
단순하게 음식의 양을 줄이고, 칼로리 숫자에 연연하기보다는 질 좋은 음식을 먹어 식사의 즐거움도 찾고, 필수 영양을 채우는 것이 체중감량과 건강유지에 도움이 될 것이다.
막 먹지 말고, 잘 챙겨 먹어야 되겠다는 다짐으로 오늘도 도시락을 싼다.
※칼럼제공: 브런치 작가, yumy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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