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살이 잘 찌는 성격이 있을까요?
'네' 라고 대답하시는 분들 많으실 것 같습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듯 성격이 느긋하고 낙천적이고, 여기서 더 나아가 게으르기까지 하다면 살이 잘 찔 수 밖에 없습니다.
저는 여기에 하나를 더 추가하고 싶습니다. 바로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입니다. 물론 살이 찌거나 과체중인 모든 분들이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다이어트를 원하지만 부족한 것을 느껴서 이 곳에 와서 이 글을 읽는 당신은 거절을 잘 하지 못하는 성격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살이 쪄도 본인의 삶에 만족하는 분들은 이 글을 읽고 계시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살이 찌는 것과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은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요?
'거절' 이라는 것의 본질을 생각해보면 '남과 나의 구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거절의 반대말은 동의입니다. 다른 사람의 말에 동의를 하면 남과 어우러져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행동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오늘은 점심때 짬뽕을 먹으러 가자~' '이번 달 말일에 치맥 파티를 할 테니 모이자!' 라는 말을 들었을 때 여기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함께 어울려서 같은 행동을 하게 됩니다. 서로의 생각과 느낌을 공유하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동의가 아닌 '거절'을 한다면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게 됩니다.
대신에 거절을 하면 선택의 폭이 늘어납니다. 짬뽕을 먹는 대신에 짜장면을 먹을 수 있고, 치맥파티에 가는 대신에 본인이 원하는 취미생활을 하며 시간을 보낼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현대사회에서 '거절' 은 적절히 남과 나를 구분하고 나만의 라이프스타일을 구축하는 의미를 갖습니다.
그런데 거절을 잘 못하게 되면, 본인의 라이프스타일 없이 남들과 어울려 엉뚱한 삶의 방향을 선택하게 됩니다. 다이어트만 하더라도 어울리는 모든 사람이 다이어트를 원하는 것이 아니므로 사람들과 무분별하게 어울려서는 절대로 다이어트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게 됩니다.
또한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이라면, 본인의 잠재의식(욕망)의 제안도 잘 거절하지 못하게 됩니다.
‘먹고 싶다.’ ‘쉬고 싶다.’ ‘자고 싶다.’ 와 같은 여러 가지 욕구들의 목소리를 거절하지 못하고 욕망에 따라가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살찌는 음식과 가까워지고 게으른 생활과 친해지게 됩니다.
이것 역시도 나(건강한 자아)와 잠재의식(욕망)을 구분짓지 못하여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왜 거절을 잘 못하는 것일까요? 단순히 타고난 성격의 문제일까요?
저는 두 가지 관점에서 이 문제의 원인을 찾아봅니다.
첫째, 아직까지 확고한 삶의 철학이 없거나 부족한 경우
배가 바다를 항해하는데 선장이 나침반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어떻게 될까요?
하루 하루 살아갈 때에도 본인만의 삶의 철학이 없다면 남의 제안을 쉽게 받아들이고 거절을 잘 못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아직 나이가 어리거나 경험이 부족한 경우도 있지만 하나의 철학이나 방법을 선택한 후 오랫동안 그것을 실천하지 못하고 빨리 질리는 사람에게 생기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다이어트를 할 때에도 여러 가지 방법에 관심이 많지만, 그 방법을 꾸준히 실천하기보다 금방 질리고 다른 방법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나의 방법을 꾸준히 실천하게 되면 결과가 성공으로 끝나든 실패로 끝나든 얻어지는 지혜가 있게 되고 그것이 쌓여서 본인의 철학이 되는데 이 과정이 부족한 것입니다.
두 번째, 철학은 있지만 실천이 되지 않는 경우
두 번째 상황을 첫 번째에 이야기했던 배가 바다를 항해하는 것에 비유하자면, 나침반과 지도는 있지만 배의 연료가 없거나 핸들이 고장 나있는 경우입니다.
실제상황에서는 '몸의 문제'와 '감정 조절' 의 문제가 됩니다.
먼저 몸의 문제는 사람의 몸에 의학적인 문제가 있어서 무언가를 실천하고 달성할만한 에너지와 끈기가 부족해지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 실제로 현대 의학적인 검사를 해보면 내부 장기나 호르몬에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고, 그것이 없더라도 한의학적인 진단에서는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당연히 의학적인 도움을 받아서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최근 다이어트 한약 처방에서 식욕을 억제하는 마황 등의 약을 쓰기보다 기력을 향상시키고 호르몬의 균형을 잡는 약재를 더 많이 쓰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감정의 조절이 안 되어도 거절을 잘 못하게 됩니다.사람들이 '거절'을 잘 못하는 이유는 속한 단체의 분위기와 수입에 관련된 문제도 있지만 원초적인 두려움과 죄책감 때문인 경우도 많습니다.
'내가 이 사람의 말을 거절하면 이 사람이 나를 싫어하지 않을까?'(두려움)
'내가 이 사람을 기분 나쁘게 하면 안 되는 거겠지?'(죄책감)
'내가 이 모임에 나가지 않으면 내가 인정받지 못하고 외로워지지 않을까?'(두려움)
사실 객관적으로 생각해보면 두려움이나 죄책감을 가질 상황이 아닌데 그렇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관계에서 발생하는 감정에 대해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그것을 참는 것을 힘들어하기 때문에 거절을 하지 못하고 남들에게 휩쓸려 가게 됩니다.
또한 이렇게 본인이 느끼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자 자극적인 음식(단 것, 매운 것, 기름진 것)등을 찾게 되므로 살이 더 찌는 악순환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렇게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면 살이 찌는 것도 문제이지만 건강과 재정, 인간관계 등 여러 가지 부분에서 비효율적인 삶을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을 바꿀 수 있을까요? 사람들과 어느 정도 어울리면서도 건강하고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일까요?
본인의 확고한 라이프스타일을 가지고 적절히 세상과 어울리면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요?
다음 칼럼에서 그 방법에 대하여 이야기해보겠습니다.'파티는 즐겁지만 때론 거절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 칼럼제공: 이정환 한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