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몰아본 어떤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이 자주 이렇게 말했다.
“난 원체 무용(無用)것들을 좋아하오. 달, 별, 꽃, 바람, 웃음, 농담, 그런 것들”
자신을 모르지만, 증오하는 사람 앞에서도 사랑하지만 가질 수 없는 여인 앞에서도 자신을 무너뜨리려 하는 적 앞에서도 같은 말을 하며 그는 웃었다.
보는 시청자의 마음만 찢어졌다.
그 시절과 지금 100년이라는 시간차를 두고 있지만, 여전히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며 살기는 어렵다.
나라를 지키려 목숨을 내놓지 않아도 되고, 굶어 죽을 걱정을 하며 생보리를 씹지 않아도 되는데, 왜 여전히, 어쩌면 점점 더 아름답고 무용한 것들은 멀어져만 가는 걸까.
코칭을 할 때, 나는 회원들에게 생활패턴을 굉장히 강조했다.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고 있든 모두에게는 일상을 꾸려나가는 자신만의 루틴이 있기 마련이다.
이 루틴이 건강할수록 루틴의 주인도 건강하다.
생활패턴을 스스로 만들어놓지 않은 사람은 지루함, 외로움, 스트레스 등의 삶의 틈이 생길 때, 자신을 파괴하는 방향으로 무너진다.
밤새도록 게임을 하고, 배가 터져라 음식을 먹고,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술을 마신다.
그 틈을 어떻게 메워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지나간 어떤 시절, 나는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돈을 기준으로 하여 나누었다.
그때의 나는 나를 돈 버는 기계 정도로만 취급했던 것 같다.
그러다 불현듯, 헛헛함이 찾아오면 인생 원래 그렇지 않냐며, 먹고 마셨다.
후에 다이어트를 하려고 하는데, 식이조절이 안되고 특히 달달한 음식에 대한 집착이 심한 회원님들을 보면 데자뷰가 들었다.
나 같아서 안쓰럽고, 나 같아서 결말이 보였다.
무용한 것의 가치를 잊고 살만큼 대부분 바쁘게, 너무 열심히 살고 있었다.
그렇게 살다 보면 필연적으로 마음에 구멍이 날 수 밖에 없다.
처음에 작게 뚫린 구멍은 얼핏 비슷한 사이즈의 빵이나 초콜릿, 마카롱 등으로 메워지는 듯 하지만, 오래가지 않아 구멍은 그 존재를 드러내고 조금씩 더 커져간다.
그래서, 살을 빼려면 식단, 운동을 할 게 아니라 먼저 자신의 생활 패턴을 돌아보라고 조언한다.
그렇다고, 모두가 새벽 4시에 일어나는 미라클모닝을 한다거나 8시간씩 잘 필요는 없다.
취침 시간과 기상 시간을 규칙적으로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서, 하루 일과 중에 꼭 자신을 위한 시간을 넣는 것이 핵심이다.
이 시간은 최대한 무용한 것들과 가까이해보자.
직관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일, 돈이 되지 않아 멀리했던 일, 시간 낭비처럼 보이는 일들.
다만, 누워서 tv나 스마트폰을 하염없이 본다거나 게임을 하는 등의 행동은 중독성이 너무 강하므로, 매일의 일과에 넣지 않는다.
어떤 도구 없이 혼자 할 수 있는 일들이면 더 좋다.
차라리, 그 시간에 제대로 숨을 쉬도록 하자.
나머지 일상은 언제나 숨 돌림 틈도 내어주지 않고 바쁘기 지나가니. 무용한 것이 사치처럼 느껴진다면, 내 마음이 지금 가난하다는 증거다.
하루 딱 5분만 자신을 위해 내어보자. 삶을 제대로 세워 놓으면 불필요한 살은 저절로 빠진다.
나는 하늘이 유난히 예쁜 나라에서 살고 온 뒤, 하루에 한 번은 하늘을 보는 습관이 생겼다.
의식적으로 하늘을 본다. 흘러가는 하늘을 보고 있으면, 그냥 다 괜찮을 것이라는 위로를 받는다. 그렇게 틈이 메워진다.
여러분도 한 번 해보시길 바란다. 다이어트 중에도 위로가 되어줄 거다.
※칼럼제공: 최여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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