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공부를 하면서 비만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질병들이 많다는 것도 배웠지만, 병 때문에 살찔 수 있다는 것도 배웠다.
물론 전체 비만 인구의 90퍼센트는 유전, 환경, 생활 습관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살찐 것이기는 하지만 질병이나 약 등으로 인한 2차성 비만도 상당수 있었다.
그 중에서 비만을 동반하는 질환 세 가지만 정리해본다.
1. 쿠싱 증후군
부신 피질 호르몬 중에서 코르티솔이 과다하게 분비되어 생기는 질환으로, 특히 몸의 중심 쪽 얼굴, 등, 복부로 비만이 생긴다. 얼굴에 살이 올라서 달덩이 같은 얼굴이 되고, 목 뒤쪽에도 살이 붙어서 혹처럼 올라온다. 배에도 살이 많이 붙는데 팔 다리는 가늘어진다.
그 외에도 피부가 약해지면서 멍도 잘 들고 상처가 잘 낫지 않는다. 배나 허벅지 쪽에는 보라색 줄무늬가 생긴다.
스테로이드를 꾸준히 복용해도 이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스테로이드 성분이 포함된 건강식품을 복용하면 초기에는 입맛이 돌고 혈색이 좋아지지만 나중에 온갖 문제가 터질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2. 갑상선 기능 저하증
갑상선 호르몬이 부족하면 의욕이 떨어지고 항상 피곤하고 식욕이 별로 없고 잘 먹지도 않는데 체중은 늘어난다. 추위를 많이 타고, 피부가 건조해지거나 변비가 생길 수도 있다. 체중 증가가 같이 나타나기는 하지만 대개 비만보다는 다른 증상 때문에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3. 다낭성 난소 증후군 (PCOS)
만성적 무배란, 고안드로겐혈증, 커진 난소의 가장자리를 따라 10여 개의 난포가 염주 모양으로 나타나는 증후군이다. 체중이 증가하는데 특히 복부에 주로 지방이 쌓인다.
생리가 불규칙하고 팔다리에 털이 많아지면서도 탈모가 동반되기도 한다. 그 외에도 비만은 선천성 장애나 유전질환으로도 생길 수 있다. 또한 우울증 치료제 등의 정신과 약물을 비롯해서 당뇨병 치료제, 항염증제나 스테로이드 제제도 비만을 일으킬 수 있다.
그렇지만 혹시라도 약 때문에 체중이 느는 것 같다고 해서 마음대로 약을 끊지는 말자. 실제로 체중이 증가하는 것을 걱정해서 당뇨약을 안 먹다가 응급실로 실려 오신 분도 본 적이 있다.
약 때문에 살이 찌는 것 같으면 의사와 상담해서 약물을 바꾸거나 용량을 조절하길 바란다!
이렇게 신경, 내분비계 질환이나 약물 등으로 비만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배우면서 내 마음속에 아주살짝 '혹시 많이 먹고 안 움직여서가 아니라 병 때문에 살이 찐 게 아닐까?'하는 희망이 생겼다.
'만약 내가 병 때문에 살이 찐 거라면 내 책임이 아닐 테니까. 그리고 병 때문에 비만이 된 거라면 내가 뺄 필요없이 치료하면 되잖아?'
물론 나는 어떤 질환에도 해당하지 않았고, 아무런 약도 먹지 않았다. 역시 나는 그냥 살이 쪘었던 거다. 그리고 조금 더 공부해보니 설령 질병으로 인해 비만이 생겼더라도 대부분은 본인이 노력해서 체중을 조절해야 했다.
쿠싱이나 다낭성 난소 증후군에 걸리면 살찌는 체질이 되지만, 증상을 조절하고 더 악화시키지 않으려면 어렵더라도 열심히 살을 빼야 했다.
혹시라도 비만과 함께 위와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면 꼭 병원에 가서 확인해 보기를 바란다. 체중 감량은 본인이 노력해야 할 몫이지만, 비만 속에 자기도 몰랐던 다른 건강 문제가 숨어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출처: 책 <뚱뚱해도 괜찮아> 중 발췌
※칼럼제공: 다이어트하는 닥터, 닥터유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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