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자: 하루에 어떻게 주로 식사를 하시나요?
내담자: 아침은 요거트와 과일, 점심은 닭 가슴살 샐러드와 고구마를 먹고요. 저녁은 달걀이나 고구마, 견과류 같은 거로 먹어요. 저녁 약속이 있으면 밥을 먹기도 해요.
치료자: 근데 중간 중간에 씹고 뱉는 횟수가 많으시네요?
내담자: 네 먹고 싶은 건 많은데 살찔 것 같아서 그냥 맛만 보고 씹고 버리거든요. 토하는 건 무서워서 못하겠고. 그냥 그래서 조금 먹다가 뱉는 횟수가 많기는 해요.
치료자: 아, 그러시군요. 그런데 오히려 이런 방법이 식욕을 더 증폭시켜서 다이어트에는 장기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거든요.
내담자: 씹고 뱉는 게 좋지 않은가요?
종종 다이어트 방법의 하나로 씹고 뱉기를 사용한 경험이 있거나 현재 식욕을 조절하려는 방법으로 폭식 대신 씹고 뱉기를 사용하고 있는 내담자분들이 있습니다.
'씹고 뱉기 (Chewing and spitting)'란 말 그대로 음식을 삼키지 않고 씹기만 한 후 뱉는 행동을 말합니다. 몇몇 연구에서는 씹고 뱉는 식이 장애 내담자들의 약 20%에서 나타난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이렇게 식이 장애 내담자들 사이에서는 비교적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임에도 불구하고 연구 결과는 대단히 적은 편입니다.
씹고 뱉기를 하는 내담자들은 음식의 맛만 보고 삼키지 않기 때문에, 내 식욕은 충족시키고 체중은 증가시키지 않는 방법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또한 폭식이나 구토를 하는 것보다는 이 방법이 훨씬 안전하고 괜찮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생쥐의 위장에 관을 삽입하여 먹은 음식이 위장 이하로 내려가지 못하도록 하는 실험을 했을 때, 보통 상태에서보다 섭취량이 두 배 증가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섭취량은 더욱 늘어난다고 합니다. 사람의 씹고 뱉기 증상도 이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음식이 위장에 도달하는 자극은 포만감을 가져와 섭취 욕구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러한 조절이 없으면 음식에 대한 욕구가 오히려 더 증폭됩니다.
씹고 뱉는 행위는 욕구만 충족시킬 수 있는 안전한 방법이 아니라 오히려 욕구를 증폭시켜 더 심각한 식행동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연구에 따르면, 씹고 뱉기 증상이 있는 분들에게서 식이장애 증상이 더욱 심각하게 나타났다는 보고도 있고, 신체에 대해서 더 심각하게 왜곡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비교적 덜 알려진 증상이지만, 씹고 뱉기 증상이 현재 나의 통제 범위에서 벗어났다면 다른 섭식 문제와 마찬가지로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합니다.
겉으로 드러난 증상이 아니라 수면 아래에 있는 심리적 문제에 초점을 맞춰 다룰 필요가 있으며, 시기를 놓치지 않고 적절한 도움을 받아야 더욱 심각한 증상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씹고 뱉는 증상이 자신의 식행동 패턴에 들어있다면 현재 어떤 상태인지 점검이 필요합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칼럼제공: 마음과 마음 식이장애 클리닉 박지현 상담심리사
http://www.eatingdisor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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