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에 체지방이 쌓인다는 의미는 에너지 연소와 저장이 불균형을 이룬 결과라 할 수 있다.
과식 등의 열량 과잉이나 운동 부족이 계속되어 에너지 연소가 감소하면 나머지 에너지의 저장은 증가한다.
이것이 체지방 축적의 원인이다.
이번 호는 지방처럼 말랑말랑한 이야기로 인간의 몸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이며 동시에 비만의 원흉으로 치부되고 있는 지방에 대해 알아보자.
지구상 비만한 동물이 두 부류가 있는데, 다름 아닌 인간과 인간이 기르는 가축이다.
집을 뜻하는 한자어 집家 자를 보면 돼지 시豕 자가 지붕 변 아래 놓여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돼지와 인간은 왜 한 지붕 아래 동거를 시작하게 되었을까?
뚱뚱함과 더러움의 대명사인 돼지와 깔끔한 인간과의 동거는 아무리 봐도 잘 어울리지 않는다.
이 부분에서 우리는 지방의 역할과 특성에 대하여 잠깐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방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생체조직인데, 피부밑에 일정량 쌓인 피하지방은 방석처럼 외부 충격을 완화한다.
또한, 추위로부터 체온을 유지하는 단열재의 역할과 음식을 섭취할 수 없는 기근 시, 비축해둔 에너지를 방출하여 생명을 유지하는 에너지 저장고의 역할을 한다.
에너지 저장고 역할을 하는 만큼, 무게에 비해 부피도 큰 지방엔 혈관이 없다.
돼지는 이러한 지방의 특성때문에 뱀에 물려도 죽지 않았으며, 인간들에게 뱀을 막아주는 대신 밥을 제공 받았다.
그래서, 돼지와 인간이 함께 공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방은 운동경기 특히 수영에서 그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흑인 선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방량이 많은 백인 선수들은 올림픽 수영경기의 모든 금메달을 독식했다.
수분이 적고 부피가 큰 지방이 천연 구명조끼가 되어 수중에서 유리한 자연 부력을 그들에게 제공했기 때문이다.
열대지방의 특성상 보온의 역할이 필요 없는 흑인 선수들은 지방이 적고 근육이 많아 밀도가 높으므로 절대적으로 수영에 불리했다.
선천적으로 물에 잘 뜨지 못하는 대신 근육량이 많은 그들의 몸은 폭발적인 힘을 내야 하는 단거리 육상 등에서 백인 선수들을 능가할 수 있었다.
또, 기근이나 전쟁 등으로 식량을 구할 수 없거나 무너진 건물 속에서 장기간 버텨야 하는 극한상황이 닥쳤다고 생각해보자.
체내에 축적된 중성지방이라는 에너지 저장 시스템 덕분에“굶주림”과의 전쟁에서 인류는 살아남을 수 있었다.
조금만 과식을 하거나 운동이 부족하면 쉽게 살이 찌는 사람들의 고민은 굶주림을 견뎌내기 위해 진화한 인간의 우수한 특징 때문이다.
적당한 수준을 유지한다면 몸에 꼭 필요하지만, 지나치게 많을 때 건강의 적 또는 생활 습관형 병의 원흉으로 여겨지는 중성지방이다.
특히 최근 높아진 건강 의식과 다이어트의 열풍으로 지질의 과잉섭취에 대한 경계심이 매우 높아졌다.
다양한 천의 얼굴, 지방처럼 그 역할이 양날의 검과 같이 극명하게 나뉘는 물질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살덩어리로 괄시 받는 중성 지방은 과연 어떤 존재이며, 어떠한 과정으로 우리 몸에 과도하게 축적되는 것인지 계속 알아보자.
게시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