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를 하다 보면 탄수화물을 줄여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됩니다.
그런데 가장 힘든 것 중 하나가 바로 탄수화물을 줄이는 일입니다. 왜 그럴까요?
채식주의자와 비채식주의자 사이에서 논쟁을 일으켰던 리어키스의 책 '채식의 배신'에는 이러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일년생 작물인 쌀, 밀, 옥수수 등은 농경문화가 시작되면서, 인간이 주식으로 삼은 음식들입니다.
수렵 채집을 하던 인류가 농경을 시작하게 된 이유 중의 하나로 다년생 식물보다 성장하기에 쉽지 않은 일년생 작물들이 종족 번식을 위해서 인간을 중독되게 만들어, 지속적으로 자신의 씨를 뿌리고 경작하도록 만들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실제로 일년생 작물들에는 오피오이드 즉 마약과 유사한 성분이 있어 인간이 먹을 때 행복하게 하고 탐닉하게 만듭니다.
우리가 식물을 길러서 먹는 것이 아니라 식물이 우리를 조종하여 경작하게 만든다는 의견이 확실한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탄수화물 특히 백미, 밀, 옥수수로 만들어진 음식들에 중독되기 쉬운 것이 단순히 우리의 의지박약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은 약간 섬뜩한 기분이 들게 합니다.
우리는 탄수화물을 좋아합니다.
탄수화물 음식(밀, 쌀, 유제품, 초콜릿, 설탕)에 들어있는 오피오이드 성분은 기분을 안정시키고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만성 스트레스나 기분장애를 가진 사람들일수록 더욱 탄수화물을 좋아하게 됩니다. 우리가 힘들 때, 스트레스를 받을 때 단 것이 당기는 데에는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또한, 우리 몸에서 가장 쉽게 사용되는 에너지원은 바로 탄수화물입니다.
그래서 운동을 하거나 활동량이 많은 사람, 뇌의 에너지소모가 많은 공부하는 학생의 경우 탄수화물이 필요하고 더 당기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과도한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혈당이 치솟게 됩니다. 인슐린이 분비되어 혈당을 낮추는 기전이 작동하면, 혈당이 많이 올라간만큼, 많이 내려오게 되고, 결국 저혈당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고혈당이 저혈당을 불러오는 것이죠. 이로 인해 힘이 빠지고, 기분이 나빠지는 상황이 발생하므로 우리는 1~2시간 뒤 다시 탄수화물을 찾게 됩니다.
이것이 우리가 탄수화물에 중독되는 또 다른 이유입니다.
상대적으로 두부, 콩, 닭가슴살, 안심 등의 단백질 음식은 혈당의 오르내림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위 음식을 그 자체로 삶거나 쪄서 먹는 형태로는 중독되기 힘듭니다. '닭가슴살을 너무 먹고 싶어서 참기가 힘들어요'라고 이야기하는 분을 찾기 힘든 까닭입니다.
탄수화물은 그래서 과식을 유발하게 할 수 있습니다. 먹으면 먹을수록 끌리게 되는 것입니다.
여자들이 밥 뒤에 디저트 배는 따로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그런 이유입니다.
탄수화물을 줄이고 싶다면, 조절하겠다는 의지를 믿지 말고 아예 먹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눈앞에 디저트를 두고 난 줄일 수 있어' 하고 본인을 과신하는 행동을 하지 마세요.
한 숟갈을 입에 넣는 순간 우리는 거의 무방비상태가 됩니다. 아예 시작하지 마세요.
다만 여기서 말하는 탄수화물은 정제된 탄수화물 즉 백미, 밀가루+ 설탕, 액상과당, 콘시럽 등을 의미합니다. 즉 빵, 케이크, 도넛, 커피음료나 치킨, 족발처럼 달달한 양념과 간이 들어간 음식을 먹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이런 음식을 먹기 시작하면 정말 끊기 힘들어집니다.
복합탄수화물인 현미, 통밀, 채소들을 섭취했을 때에도 혈당은 올라가지만 그 상승속도가 빠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혈당의 변화로 인한 혈관의 손상, 기분의 장애 등이 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탄수화물을 최소한으로만 섭취하는 식단(26% 이하)의 경우에는 무력감, 피로감이 커지고 신경이 과민해지게 됩니다. 신장결석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탄수화물에 대한 갈망 때문에 저탄수화물 식이를 오래 지속하기가 힘든 경우도 많습니다.
즉 탄수화물은 우리를 유혹하는 영양분이고 과도하게 섭취하면 건강을 위협하지만, 건강한 탄수화물의 형태로 적절히 섭취할 때에는 기분을 좋게 해주고 기운을 나게 해주는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그렇다면, 탄수화물을 적절히 잘 섭취하기 위해서 무엇을 조심해야 할까요?
1. 커피를 줄여라
자판기 커피, 커피믹스 등은 카페인과 설탕의 조합입니다. 둘 다 중독성이 강한 물질이죠.커피의 섭취로 인해 우리의 탄수화물 섭취량은 높아집니다.
커피가 먹고 싶다면 아메리카노나 우유를 조금 넣은 라떼나 카푸치노의 형태로, 하루 1잔 정도만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2. 과일을 배부르게 먹지 말자
과일은 많이 먹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과일의 주된 성분인 과당은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는 과당은 췌장의 인슐린 대사를 통해서 흡수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즉 렙틴 분비를 늘리거나 그렐린을 억제 시키는 기전이 발동되지 않아 포만감이 발생하는데 시간이 걸립니다. 그렇기 때문에,과식을 유발하여 체중 증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도 과일에는 비타민, 미네랄 식이섬유가 같이 있기 때문에 음료수를 먹는 것 보다는 100배 낫습니다.
하지만 다이어터의 입장에서는 식사 이외에 과일을 배부르게 먹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또한 액상과당이 들어가 있는 과일주스 등은 먹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3. 견과류도 조심하라
요즘은 다이어트 간식으로 하루 견과를 많이 먹습니다.
견과류의 적정섭취는 매우 좋으나 요즘 나오는 포장 견과류에는 말린 자두나 건포도, 혹은 설탕이 추가된 요거트 레이즌 등이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이는 마찬가지로 단 음식에 대한 욕구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4. 한식은 탄수화물이 많은 식단이다
일반적으로 적정 탄수화물 섭취량은 총 열량의 50~60%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약 300-400g 으로 밥 한 공기에는 100-120g의 탄수화물이 들어있으므로 하루 세끼만 챙겨먹어도 적정량을 채우게 됩니다.
즉 한식 식단에서는 하루 3끼 밥을 먹고, 거기에 각종 양념된 야채를 먹은 다음, 간식으로 과일 조금, 커피한잔을 마시면 금방 탄수화물 과잉이 됩니다.
5. 건강한 단백질의 양을 늘려라
앞에서 설명했듯이 우리나라의 경우 탄수화물 섭취비율이 많고, 상대적으로 단백질, 지방의 섭취비율이 낮은 편입니다.
사실 총 섭취열량은 많은 편이라, 탄수화물이든, 단백질이든, 지방이든 과잉섭취를 하는 경우가 많지만 말입니다.
탄수화물을 줄이려면 우선 포만감이 있어야 합니다. 배가 불러야 탄수화물을 먹고자 하는 욕구가 줄어드니까요.그래서 건강한 단백질과 지방의 섭취량을 늘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식 식사에서 두부, 콩, 계란, 삶은 고기 등을 같이 먹고 밥 양을 줄이는 것이 다이어트에 좋은 이유입니다.
고탄수화물식, 저탄수화물식, 고단백식 등 여러 가지 식사 유형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어떤 것이 건강에 더 이로운지에 대한 연구결과는 매우 상이하고, 의견은 분분합니다.
특히 특정 질환에 대한 치료가 아닌 일상의 건강을 위한 식단에 대해서는 무엇이 더 좋은지 정하기가 더 힘듭니다.
하지만 적어도 정제 탄수화물 위주의 가공된 음식들은 건강에 해롭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오늘부터 나도 모르게 먹고 있는 정제탄수화물을 아예 끊어주세요.
적절히 먹을 수 있다고 믿지 마세요. 탄수화물은 생각보다 매혹적입니다.
※칼럼제공: 예가부부한의원 박지영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