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인슐린이라고 이 바보야’ 이런 말이 유행했었다.
사람들이 계산기를 들고 운동으로 소모되는 칼로리와 음식으로 섭취하는 열량을 계산할 때, 사실 어떤 면에서는 그것은 별로 중요한 게 아니었다.
실제로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실제 체중은 계산기로 예측한 것과 잘 맞지 않을 뿐더러, 미세하게 누락된 것들이 있는지 찾기 위해 노력하느라 많은 에너지를 낭비하게 만든다.
맞지 않는 이유는 대사 적응 과정 때문이다.
하루 종일 걷는 사람과 하루 종일 컴퓨터를 하는 사람처럼, 몸은 거기에 적응에 먹는 양에 알맞게 에너지를 써버리기 때문이다.
체지방이 느는 것은 칼로리가 아니라 인슐린 때문이다.
인슐린 치료를 받거나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는 약을 먹는 경우에는 물론 식욕이 느는 경우도 많지만, 칼로리 제한을 해도 체중조절이 쉽지 않다.
체중 뿐 아니라 체지방이 늘어난다. 덜 먹어도 체중과 체지방이 늘어난다는 이야기다. 인슐린 때문에!
실제로 앳킨스 다이어트(황제 다이어트)가 성공했던 이유는 그것인데, 칼로리가 높더라도 탄수화물이 적으면 인슐린이 나오지 않고, 그래서 체지방으로 저장이 되지 않는 것이다.
돈이 넘쳐나는데 저금하라고 잔소리하는 사람이 없는 상황이랄까.
게다가 앳킨스 다이어트를 하면 많이 먹지도 못한다. 단백질은 포만감이 크기 때문이다.
비슷한 칼로리를 가진 립아이 스테이크 600g과 짜파게티 3개 중에 어떤 게 더 먹기 힘들까?
폐경 후 인슐린 저항성
폐경 후 에스트로겐의 감소에 의해 인슐린 효율이 떨어지게 되면, 인슐린이 점점 더 많이 필요하게 되고, 이것이 체중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이것을 극복하는 방법은 탄수화물을 더 많이 줄이는 것이다.
보통, 인슐린 저항성이 진행되면서 혈당이나 체중이 증가하고, 복부비만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실제로는 반대로 하는 경우가 많다.
기름진 음식을 피하다 보니 단백질을 줄이게 되고, 이것은 탄수화물 섭취의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옥수수나 고구마 같은 간식이나 과일주스를 건강식으로 먹게 되는 데, 사실 이런 것들은 대부분 혈당이나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는 음식들이다.
'떡 밖에 안 먹어요.' '밥이랑 나물만 먹어요.' '고구마만 먹어요.' '과일이랑 샌드위치만 먹어요.' 00 주스만 마셔요. 하는 것들은 모두 혈당과 인슐린을 높이는 습관들이다.
오히려, 근손실을 막기 위해 충분한 단백질을 섭취하고, 과일이나 탄수화물, 주스와 같이 칼로리가 있는 모든 액체는 피하는 게 좋다.
스트레스 호르몬, 코티솔
좁은 골목 한쪽에서 험상궂게 생긴 덩치 큰 아저씨가 걸어오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뛰고, 식은땀이 나고, 호흡이 빨라진다.
몸에서는 이 때, 혈당을 높이는 반응이 나타난다.
혹시 에너지가 필요할지도 모르니까 미리미리 준비하는 셈. 수학시험을 앞두고도, 100m 달리기 출발 앞에서도, 몸에서는 이런 반응이 계속된다.
이런 반응들은 단기간에 누적될수록 역치가 낮아지는데, 가령 전에는 아주 조폭처럼 무시무시한 아저씨를 봐야 무서웠다면, 반복되면서 텅빈 골목을 지날 때도 가슴이 두근거리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에스트로겐은 이런 스트레스 호르몬의 반응을 감쇄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폐경이 되면서 이런 작용이 없어져, 스트레스 반응이 더 심하게 나타난다.
그래서, 감정의 기복도 심해지고 예민해지는데, 혈당도 그렇게 된다. 코티솔이 늘어날소록 혈당이 높아진다.
코티솔과 인슐린의 시너지!
높아졌던 혈당의 운명은? 혈당이 높아지면, 인슐린이 출동한다.
책상 위에 지저분한 물건들을 서랍에 쑤셔 넣듯이 혈관을 채우는 당분들을 가져다가 근육이나 간에 집에 넣는다.그리고, 지방으로 저장한다.
이 과정에서 혈당이 떨어지고 혈당이 떨어지면 식욕을 자극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코티솔이 나와서 혈당을 올리게 된다.
그리고, 다시 인슐린이 나와서 저장하는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이건 특별한 건 아니고, 늘 있던 일이지만, 갱년기에는 조금 더 과장되어서 나타나게 된다. 인슐린도 코티솔도.
마찬가지로 조금 더 신경쓰면 된다. 늘 있던 일처럼.
1. 과당과 당분을 줄이고,
2. 적정량의 단백질을 먹고 (일반적인 적정 체중이라면, 1kg당 1g정도)
3. 적당히 숨찬 운동을 하고(운동이 직접적으로 도움주진 않지만,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한다)
4. 스트레스를 줄여라
※ 칼럼제공: 대전선병원 검진센터 소장, 김기덕 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