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김세현(37세, 가명)씨는 2개월에 걸쳐 6kg을 감량하여 62kg이 되었습니다. 식이요법은 물론 운동도 게을리 하지 않아서인지 체지방량은 7kg이 줄고, 근육량은 오히려 1kg이 늘었습니다.
누가 봐도 다이어트의 정석이라고 할 정도로 열심히 그리고 꾸준히 관리해왔습니다. 밥도 이전보다 한 두 숟갈 덜 먹고, 훨씬 규칙적으로 생활하며 운동도 열심히 했습니다.
그래서 남들이 걱정하는 요요도 자신과는 거리가 먼 얘기일거라 믿었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3년이 채 지나지 않아 세현씨의 체중은 3kg이 다시 늘었습니다. 과연 세현씨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항상성과 세트포인트
모든 생명체는 외부 환경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움직입니다. 혹독한 추위가 몰아치는 극지방에서도, 뜨거운 햇볕이 작렬하는 덥고 건조한 사막에서도 사람이 생존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외부의 환경과 관계없이 체내환경을 똑같이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우리는 36.5℃의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더우면 땀을 내서 열을 식히고, 추우면 근육을 오들오들 떨게 해서 열을 만듭니다.
갑자기 많은 양의 포도당이 체내로 들어올 경우 인슐린을 분비하여 혈당을 낮춥니다. 땀이 나거나, 짠 음식을 먹으면 갈증반응이 나타나 물을 마셔 삼투압을 유지합니다.
그 외에도 혈압, 혈액 내의 pH, 산소와 이산화탄소 포화도, 산과 알칼리 균형, 체액 등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몸은 끊임없이 움직입니다. 이처럼 환경의 변화나 스트레스 상황하에서도 신체의 생리기능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조절하는 인체의 속성을 항상성이라 합니다.
세트포인트란?
체온, 혈압처럼 체중이나 지방을 현재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기준점(고정점) 또는 시작점이 존재한다고 보는 견해가 있습니다. 다이어터라면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세트포인트 관한 이야기입니다.
세트포인트 이론은 이미 뇌 속에 '내 체중은 몇 kg'으로 인지하고 늘 체중을 유지해주는 제어 시스템이 존재한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몸무게가 60kg인 사람이 잘 먹지 못하고 큰 걱정 근심이 있으면 54~59kg로 몸무게가 줄어들기도 하지만 역시 시간이 지나면 60kg로 다시 돌아오게 됩니다.
왜냐하면, 음식을 적게 먹거나 운동을 통해 일정량의 지방이 줄어들게 되면 더 이상 지방이 빠지지 않도록 갑상선호르몬의 분비가 적어지고 대사율이 떨어지는 등 신체 자체가 체중감량에 저항하게 되는 일련의 적응 기전이 활발하게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즉, 몸이 지방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소비에너지를 줄인다는 뜻입니다.
식욕과 신진대사에 영향을 주는 렙틴(Leptin)
렙틴은 세트포인트 이론의 핵심이 되는 호르몬입니다. 렙틴은 뇌가 아닌 지방조직에서 분비되는 독특한 녀석입니다. 흔히 렙틴은 식욕을 억제하고 체지방을 분해하여 비만을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렙틴이 단순히 식욕만 억제하는 호르몬은 아니란 점입니다. 렙틴은 몸의 체지방량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여 체지방이 결핍되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체중 감소를 막는 역할도 합니다.
만약 체지방량이 줄어 렙틴이 부족하다는 신호가 전달되면 뇌는 근육의 대사를 줄이고 신진대사 속도를 급격히 늦추어 에너지를 아끼게 됩니다.
또한 식욕을 촉진하는 호르몬을 내보내 음식섭취를 자극하여 몹시 허기진 듯한 반응이 나타납니다. 실제로 1995년 록펠러 대학의 연구진은 체중이 만약 10%정도 감량되면 신진대사가 억제되어 기초대사량이 200~440kcal정도 줄어든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반대로 체내 지방량이 많아지면 뇌는 렙틴이 충분하다는 신호를 받게 되어 에너지 소비를 늘리고 식욕을 억제하여 섭취량을 줄입니다. 이렇듯 렙틴은 체지방량의 증감에 따라 식욕과 신진대사에 영향을 주어 체중을 일정하게 유지합니다.
체중 감량에 대처하는 렙틴의 자세
렙틴이 식욕을 억제하고 체지방을 분해하는 기능이 강조되어 비만을 해결하는 호르몬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오히려 극심한 굶주림 상태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달된 호르몬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렙틴은 굶주림 상태에서는 극도로 민감해지고 악착같이 달려들지만 지방이 넘치는 상황에서는 '뭐 그럴 수도 있지'라며 다소 너그러워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약간은 편파적이죠.
체중감량에 대한 이런 신체의 저항은 어찌보면 매우 당연합니다. 식량이 부족했을 때 우리 조상들은 에너지를 절약하고 축적하여 생존해왔고 음식이 넉넉하면 몸무게를 불려서 부족할 때를 대비해왔습니다.
체지방이 부족하면 면역기능이 떨어져 감염성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고 성호르몬에 영향을 줘 종족번식에 큰 문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불과 4~50년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에겐 보릿고개가 있었고 굶주림은 큰 생존의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우리 몸은 체중증가에 신경쓰기보다 굶주림과 체중감소에 더 비중을 두어 적극적으로 방어합니다.
체중이 감량되기 시작하면 식욕을 촉진하는 호르몬인 그렐린의 수치는 증가하고, 렙틴은 감소하며, 체지방을 축적하는 호르몬의 분비는 증가합니다. 전반적으로 대사율이 떨어지는 등 신체 자체가 체중감량에 저항하는 작용이 활발해집니다.
몸이 지방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소비에너지를 줄이는 것입니다. 바꾸어 말하자면 살찌는 습관을 바꾸면 살이 찌지 않게 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겠지만 살이 빠지기는 그만큼 쉽지 않으며 빠졌다 할지라도 다시 원상태로 돌아갈 확률이 그만큼 높다는 뜻입니다.
리셋 포인트
통계적으로 봤을 때 체중의 10% 감량시 세트포인트와 세트포인트를 조율하는 호르몬이 비교적 관대하게 체중감량을 허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물론 10%이상의 감량이 일어나는 경우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처럼 보입니다.실제 지금까지 10여년간 누적된 다이어트 경험과 통계를 비추어봐도 10% 내의 체중감량은 비교적 어렵지 않게 나타났습니다.
반면, 10%이상 체중감량을 시도하는 경우 그 속도가 현저히 느려지며 저항이 나타납니다. 또한 10%이내의 감량이 일어난 경우보다 10%이상 감량된 경우 훨씬 빠르게 체중 재증가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연구자들은 보통 감량 후 6개월 이상 체중을 유지하면 세트 포인트가 리셋되므로 이후에도 체중이 비교적 안정상태를 이룬다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6개월 지난 시점에서 또 5~ 10%의 체중감량이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그렇지만 새롭게 설정된 고정점은 처음의 셋 포인트에 비해 견고하지 못합니다.(Reset 포인트, 특히 체중이 감량된 경우)
리셋 포인트는 일정시간이 지나면 견고하게 굳는 시멘트 같은 것이 아니라 아주 천천히 어는 얼음과도 같습니다. 그리고 이 얼음은 언제든 녹을수도, 깨질수도 있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러워야 합니다.
※칼럼제공: 다솜한약국 김상민 한약사
http://blog.naver.com/panaxosdi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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