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직에 종사하는 28살 진아씨는 요새 집에 들어가기가 겁납니다.
자꾸만 폭식으로 마무리되는 하루가 끔찍하게 느껴지기 때문이죠.
진아씨가 일어나서 가장 먼저하는 생각은 ‘아, 오늘은 적당히 먹고, 과식하지 말자’는 다짐입니다.
하지만, 퇴근길에 텅 빈 집을 떠올리면, 적막감과 공허함이 한꺼번에 밀려옵니다.
‘나는 오늘 뭘 위해서 이렇게 열심히 산 거지?’, ‘왜 사람들한테는 그렇게 웃고 친절하게 대하면서, 정작 나 스스로는 힘들게 하는 걸까?’
오늘은 음식이 아닌 다른 것으로 위안받고 싶지만, 가족에게도 친구들에게도 힘든 얘기를 하면서 징징거릴 자신은 없습니다.
나만 유난 떠는 게 아닐까 불안하고, 부모님도 힘든데 나까지 보태는 건 아닐까 걱정되는 마음이 앞섭니다.
SNS를 들어가보니, 대학동기들, 고등학교 친구들은 나완 달리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것 같습니다.
지하철에서 친구들의 카톡 프로필만 몇 번이고 들여다보다가 진아씨가 선택한 것은 매운 곱창볶음과 소주입니다.
또, 다시 폭식으로 마무리한 하루를 돌아보며, 진아씨는 의문을 가집니다.
“나만 이렇게 힘들게 사는 건 아닐텐데 다른 사람들은 대체 어디서, 어떻게 외로움을 달래는 걸까?”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1/3을 차지하고 있는 요즘, 외로움은 우리가 느끼는 너무도 당연한 감정이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혹시 ‘혼자있는 것 같은’ 공허하고 외로운 감정을 자주 느끼시나요?
영국에서는 2018년 1월부터 체육 시민사회부 장관이 ‘외로움 담당 장관’을 겸직한다고 합니다.
국가 전체가 다루어야 할 하나의 사안이 될 정도로 외로움이 미치는 파급력이 강력하다는 뜻이겠죠.
하지만, 여러분도 그랬듯 많은 사람이 외로움이 우리 삶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크게 인식하지 못합니다.
저도 책을 쓰기 위해 여러 연구결과를 찾아보기 전까지는 외로움에 대해 막연히 생각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얼마만큼 주는지는 알지 못했으니까요.
‘주관적으로 외롭다고 느끼는 감정’인 사회적 고립감은 실제로 고혈압이나 운동부족, 비만이나 흡연에 버금갈 정도로 건강에 해롭다고 합니다.
또한, 사회적 소외감이 비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사회적 소외감으로 고통을 받도록 유도된 참가자들은 모두가 같이 일하고 싶어한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참가자들보다 초콜릿 쿠키를 두 배나 많이 먹었다고 해요.
이처럼, 외로움은 우리의 심신에 많은 영향을 줍니다.
우리가 외로움을 고통이라고 느끼는 데에는 진화론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어디서 어떤 짐승들이 나타날지 몰랐고, 천재지변이 난무하는 야생에서는 서로 뭉쳐야 안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었습니다.
외로움을 고통이라고 느끼는 사람들이 더 많이 살아남아 그 유전자가 후대로 대물림됐죠.
그래서, 우리가 유대감이 없어졌을 때, 빨리 다른 사람들과 뭉치고,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라고 외로움이라는 신호를 받습니다.
이는 마치 안전을 위해 당장 이에 대응하는 행동을 하라고 독촉하는 비상벨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죠.
지금 여러분들 앞에는 수많은 장애물이 있을 거예요.
언제든지 클릭만 하면 문 앞까지 오는 배달음식과 누군가를 만나러 나가기엔 피곤하고 찌뿌둥한 나의 몸뚱이, 힘든 얘기를 하면 나를 이상하게 보거나 싫어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까지….
이 모든 것들을 박차고 나가서, 내 얘기를 들어줄 수 있는 단 한 명에게라도 내 마음을 꺼내 보이면 어떨까요?
※칼럼제공: 누다심센터 김윤아 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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