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욕이 어떤 느낌인지는 모두 잘 아실 겁니다. 입맛이 당기고 막 보기만 해도 먹고 싶고, 주변에 음식이 없다면 맛있는 음식을 상상하면서 먹고 싶어지는 그런 느낌이죠.
그럼 반대로 식욕이 없는 느낌은 어떤 느낌일까요? 입맛이 없고 음식 생각이 나지 않으면서 맛있는 걸 봐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기분이겠죠. 우리가 다이어트에 관한 책이나 글을 보면서 식욕이란 단어를 보고 떠올리는 개념은 주로 이런 것들이죠.
적어도 다이어트에 관하여, 의학적 의미로 사용하는 식욕이란 단어는 우리가 생각한 것과는 좀 다른 의미로 사용됩니다. 진짜 야생이 부르는 우리 몸이 나에게 말을 거는 그런 느낌의 식욕이죠.
우리 생각보다 훨씬 원초적인 감각입니다. 내가 생각하고 판단하고 그런 범주의 것이 아니라 때리면 아프고 불을 만지면 뜨거운 것처럼 감각적으로 느끼는 것이죠. 입맛과는 좀 다른 진정한 식욕은 어떤 느낌인지 이야기해볼게요.
식욕이 왕성할 때는 ‘맛있는 게 먹고 싶다’ 이런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그냥 배가 고프죠. 우리가 생각하는 ‘배고프다’는 느낌이 식욕이 증가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실제로 배가 비어있고 음식을 넣어줄 때가 되어서 그런 느낌이 드는 것 같지만 사실 공복상태는 식욕을 만들어내는 여러 요소 중 하나일 뿐이지 '속이 빈 느낌'이 배고픈 느낌은 아닙니다. 배가 고프지 않으면서 '속이 빈 느낌'을 느낄 수 있다면 보통의 상태는 아니니 위장에 병이 있을 가능성이 높고요.
간단한 예를 들어 볼게요.
분명 뭔가를 먹은 지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배에 음식이 있을 텐데, 참기름 냄새나 내가 좋아하는 음식 냄새를 맡으면 배고파지는 느낌 받아보셨나요? 아니면 밥 먹고 운동한 후에 금방 또 배가 고픈 느낌 받아본 적 있으시죠?
냄새를 맡는다고 갑자기 빨리 음식을 소화시킬 리도 없고, 운동한다고 소화기가 더 활발하게 소화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사실 우리가 밥 먹고 운동하면 소화기는 오히려 적게 활동하기 때문에 음식은 천천히 비워지게 됩니다.)
우린 냄새와 신체 운동을 통해 식욕이 증가한 건데 배고프다는 느낌이 들게 되죠. 이러한 식욕이 많이 상승하게 되면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다이어트하다 요요를 경험하신 분들은 한 번쯤 해본 경험일 수 있겠네요. 바로 '통제되지 않는 폭식'이죠.이건 마치 화장실이 급해서 나오는 것을 막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참을 수 없는 음식에 대한 유혹이 몰려오게 됩니다.
내 몸이지만 말을 안 듣고 이성으로 제어할 수 없는 부분이죠. 주변에 음식이 없고 음식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정말 뭐라도 뜯어먹고 싶어지는 강렬한 배고픔, 허기짐입니다.
그렇게 내 의지와 상관없이 폭식하고 자신을 책망하며 다시 안 그러겠다 다짐하거나 우울감에 빠지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경험을 하신다고 자책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어차피 내 맘대로 안 되는 거니까요. 많은 사람의 생각과 달리 의지와는 상관없는 부분입니다.
반대로 식욕이 떨어지면 우린 어떤 느낌을 받을까요?
네, 배가 부릅니다. 음식을 잘 먹은 후의 포만감과 정확히 일치하진 않지만 대체로 배가 부른 느낌을 받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저탄수 고지방 다이어트를 하는 분들의 공통적인 이야기도 식욕 억제 효과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음식을 몇 점 먹지 않았는데도 배가 불러서 못 먹겠다', '음식을 많이 먹으려 해도 탁 걸려서 안 넘어가는 느낌이다', '배가 고파지는 느낌이 잘 오지 않는다' 이런 이야기들이죠.
입맛이 없어서 탄수화물 들어간 달달한 음식이 먹고 싶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것과는 별개인 이런 현상들이 나타나는 것이죠. 위가 쪼그라들고 음식이 천천히 소화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식욕이 저하되면 느끼는 것들입니다.
우리는 먹을 수 있는 음식량이 위장의 크기에 따라 정해진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더 큰 변수는 식욕입니다.
우리의 위장은 생각보다 거대하고, 음식물은 씹어서 삼키면 생각보다 부피가 얼마 나가지 않습니다.
그리고 몹시 빠른 속도로 먹지 않는 한은 위장이 차기 전에 포만중추가 그만 먹으라는 신호를 보내며 식욕을 떨어뜨리게 되죠. 그럼 우린 '배가 부른' 느낌을 받게 되고 위장이 꽉 찼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어찌 보면 좋은 일이죠. 더 채울 수 있지만 그만 먹어도 될 것 같다고 느끼는 것보다는 그냥 꽉 차서 더 안 들어간다고 느끼는 게 적게 먹는 데는 도움될 테니까요.
식욕이 우리에게 주는 신호를 알아봤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강력하고 따를 수밖에 없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식욕입니다. 그분이 한 번 움직이면 우린 맘대로 하기가 몹시 어려우니 식욕이 과하게 활동하기 전에 그러지 못하도록 잘 다스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칼럼제공: 통합의학자 Dr.U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