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의학 통계에 따르면 그 중 50~90%는 2년 이내에 원래 체중으로 돌아간다고 합니다. 이렇게 다시 체중이 증가하는 이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식욕의 의미는 '먹는 음식'이 아니라 '위로'와 '관계'가 필요하다는 신호라는 것인데요.
저는 이것을 일반적인 식욕과 구별하여 ‘가짜 식욕’이라고 정의내렸습니다.
정신과 의사가 비만에 대한 얘기를 하면,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배고픔을 어디서 느끼나요? 배고픔은 위장이 아니라, 뇌에서 느낍니다. 기분과 스트레스에 따라 배고픔이 생기기 때문에 체중조절의 핵심은 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자 사우나에 가보면, 뱃살이 빠지라고 배를 마구 쳐서 멍들게 하거나, 팔을 마구 꼬집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루 종일 굶거나 쉐이크만 먹는 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살이 빠지지 않습니다. 단지 자신의 몸을 학대하고 미워하는 거예요.
어떻게 해야 스트레스 받지 않고,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다이어트를 실패하게 하는 원인부터 점검해봐야 합니다.
1. 배가 고픈 것은 위장이 아니라 뇌!
배고픔은 위장이 아니라, 뇌에서 느낍니다.
식욕을 일으키는 뇌의 부위는 분노와 성욕을 일으키는 본능의 뇌에 위치합니다.
스트레스나 기분을 뇌의 시상하부에서 좌지우지하는 것처럼 이 모든 것들이 식욕에 영향을 줍니다.다이어트가 어려운 이유는 식욕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혹시 이런 경험해 본 적 있으세요?
좋아하는 사람이 알고 봤더니 결혼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 데도, 더 좋아지는 경우가 있어요.본능은 억누르고, 억압하고, 금지됐다고 하면 더 생각나기 마련인 거죠.
예를 들어, 파란색 코끼리가 있다고 생각해봅시다. 그런데 머릿 속에서 그 코끼리의 파란색을 지워보세요. 잘 안 되시죠?
파란색 코끼리를 내가 생각하지 말라고 하는 순간 계속 ‘파란색 코끼리, 파란색 코끼리’ 하고 떠오릅니다.
'오늘부터 햄버거, 피자, 라면은 안 돼. 살 빼야 돼' 하는 순간, 햄버거가 둥둥 떠다닙니다. 다이어트할 때 금기 음식이 있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겁니다.
“전 먹는 것 하나 조절을 못해요. 다이어트 한다고 병원까지 다니는 제 자신이 한심해요.”
저는 이런 분들에게 본능의 뇌와 이성의 뇌가 싸우면 본능을 이기기가 원래 힘들다는 것을 이야기해 주면서, 차라리 한 끼는 원하는 것을 다 먹고, 나머지 끼니 중에서 불필요한 커피믹스, 음료수, 과자 등을 줄이라고 말합니다.
낮에는 참고 먹지 않다가 집에 돌아와서 아무도 없을 때 혼자 먹고 자는 그런 습관들만 고쳐도 2~3kg는 빠질 수 있어요.
2. 마음의 허기 ('설탕중독은 나쁜 남자')
<나는 초콜릿과 이별 중이다>이라는 책에 써있듯이, 단맛에 중독된 사람들을 상담하면서 그들이 정말 필요로 했던 것은 단맛이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그들에게는 사랑과 위로, 관심과 따뜻함이 필요했던 거죠.
엄마와 얘기하지 않고, 식구들과 밥을 먹지 않는 데 어디서 그런 위로를 받을까요? 그래서 찾는 곳이 편의점이고, 초콜릿을 사고 젤리를 사먹게 되는 거예요.
프랑스의 보르도 대학에서 쥐로 실험을 했는 데, 코카인에 중독된 쥐들에게 코카인을 섞은 물과 설탕의 대체물인 사카린을 섞어 놓은 물을 주었어요.
사실, 코카인에 중독된 쥐들이 찾는 것은 코카인이 아니라, 사카린을 섞어 놓은 물이었죠. 설탕 중독이 마약중독과 같은 중독의 기전을 증명한 유명한 실험이었어요.
인간도 마찬가지에요.
게임중독 아이의 뇌와 설탕에 중독된 아이의 뇌를 PET로 찍어보면, 동일한 부위인 ‘측핵’이 활성화 된 것을 볼 수 있어요. 이것은 중독을 일으키는 원인이 설탕에도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초등학교 주변의 자판기에 콜라나 설탕 음료를 판매 금지하는 법을 통과시켰고,
아이들이 아무 생각없이 콜라와 음료수를 마시는 것을 국가 차원에서 예방하기도 하고요.
설탕에 중독된 아이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자꾸 찾게 돼요.
저는 한 방송에서 '설탕중독은 나쁜 남자다'라고 말한 적이 있는 데, 나쁘다는 것을 본인이 알지만 끊지 못한다는 말이예요.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음식에 쉽게 중독되고, 나쁜 남자에게 빠지는 분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어요. 나쁜 남자인 것을 알면서도, 위로받고 싶기에 달콤한 말에 넘어가는 거였죠.
3. 다이어트 강박 (식이장애)
‘씹뱉’이라는 말은 음식물을 삼키면 살이 찌니 씹다가 뱉는 것을 말해요.
또, 음식을 먹다가 중간에 그냥 버리거나, 변비약을 먹거나 운동을 미친듯이 하는 등 그렇게 살찌는 것들에 대한 강박이 흔해졌어요.
날씬해야 된다는 강박은 이제 초등학교 때부터도 나타나는 것 같아요.
여대생의 20%가 식이장애를 앓고 있다는 통계도 있어요. 수능 끝나고 제일 먼저 하는 것이 다이어트와 쌍꺼풀 수술이라고 하잖아요.
살을 빼야 한다는 강박이 오히려 더 먹게끔 만들어요.
병원을 찾아오는 여대생들의 말을 들어보니 요즘 대학의 화장실에는 “토하지 마세요”라고 써 붙어 있다고 해요.
식이장애라는 것은 먹는 양을 극도로 제한하거나 폭식을 한 뒤에 일부러 구토하는 이상 증상도 있지만, 가벼운 증상은 배가 부른데도 계속 먹는 경우죠.
배고픈 게 아니라 입이 심심해서 먹는 데, 진짜 식욕이 아니라, 가짜 식욕인 거예요. 살찔까 봐 많이 먹고 나서 후회하고, 기분이 나빠져서 학교수업을 빠지거나 친구들조차도 피하게 되죠.
자신의 몸매나 외모를 비하하면서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은 순식간이에요.
계속해서 다이어트에 실패하고 있다면, 위의 세 가지를 점검해보세요!
다이어트는 평생하는 거라고 하잖아요. 이왕 평생할 거라면, 자신을 사랑하는 다이어터가 되시길 바래요!
※ 칼럼제공: 서초 좋은 의원, 유은정 원장 (정신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