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이 되기를 바라며
나는 걷기 중독이다. 하루라도 걷지 않으면, 몸이 근질근질하다.
기본적으로 하루에 1만 2천 보 정도 걷고, 많이 걸으면 1만 5천 보에서 1만 7천 보 정도를 걷는다.
나는 걷기가 최고의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돈도 들지 않고, 큰 의지가 필요하지 않으며 그냥 나가서 걷기만 하면 되는 단순한 운동이다.
지금은 하루에 만 보 이상 걷는 게 습관이 돼서, 더우나 추우나 밖에 나가서 하염없이 걷고 온다.
특별한 것도, 정해진 것도 없다.
그냥 운동화를 신고 나가서 걷는다. 휴대폰도 보지 않고, 음악도 듣지 않는다. 귀에 들리는 모든 소리를 다 들으며, 그냥 발이 이끄는 대로 걷는 것이다.
같은 걷기라도 해도 공원을 도는 건 재미가 없어서 길거리를 걷는다.
어느 날은 이쪽 길로, 또 어느 날은 저쪽길로 걷는 길은 매일 다르다. 정해진 건 없기에 내 마음대로 가고 싶은 곳에 간다.
처음에는 만 보 걷는 것도 힘이 들었다.
기껏해야 삼천 보, 사천 보, 많이 걸으면 오천 보 걷다가 만보 라니. 조금 걷고 쉬고, 조금 걷고 쉬고를 반복했다.
매일 걷는 것도 힘들어 쉬고 싶을 때가 많았지만 그래도 힘을 내서 걸었다.
신기하게도 처음에는 그렇게 귀찮았는데 매일 걸으니 적응이 됐는지 점점 힘들지 않았다. 체력이 는 것이다.
전에는 한 시간만 걸어도 다리가 아팠는데 지금은 두 시간 넘게 걸어도 괜찮다.
그 다음부터 걷기는 내게 꼭 필요한 운동이 되었다.
걷다 보면, '이렇게 짧은 거리를 왜 예전에는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다녔지 싶은 생각이 든다.
충분히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인데, 예전에는 그 짧은 거리도 걸어갈 체력이 부족해 버스를 타고 다녔던 것이다.
걸으면 걸을수록 기본적인 체력을 많이 기를 수 있다.
지금은 지하철로 두 정거장 거리도 그냥 걷는다. 체력도 기르고 혈당도 낮추고 일석이조다.
나는 매일 만 보 이상을 걷지만, 사실 하루에 만 보 이상을 걷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나도 그랬다. 많이 걸었다고 생각했는데, 걸음 수를 확인해보면 겨우 오천보 정도가 찍혀 있었던 적도 있었다.
생각만 해도 힘이 빠지지. 하지만, 그럴 수록 포기하면 안된다.
만 보를 걸으려면 적어도 두 시간 이상을 걸어야 한다.
쉬지 않고 아주 빠른 속도로 걸으면 한 시간 반. 나 같은 경우는2 시간 정도 걷는 편이다.
걷는 게 습관이 되면 지루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매일 걸어도 아무렇지 않다. 오히려 즐겁다.
처음에는 걷는 걸 운동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산책 정도, 그냥 길거리를 구경한다고 생각하면 쉽다.
내가 걷는 걸 좋아하는 이유도 그거다.
내가 어딜 가느냐에 따라 내가 보는 게 달라진다. 주변 건물도, 풍경도, 길도 달라지니까 재미있다.
어떤 길은 오르막길이 많고, 어떤 길은 사람이 많지 않아 조용하고.
내가 걷는 길이 항상 같지 않고 다양하니까 걷는 재미가 있다.
나도 그냥 아무런 생각하지 않고 앞만 보면서 걷는 건 못한다. 걸으면서 이런 저런 생각도 정리하고 주변 건물로 구경하니까 걷는 재미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실내 자전거를 타는 걸 그만두었다,
다리 근육을 키워준다고 하는 데, 같은 자리에 앉아서 계속 다리만 움직이니까 재미가 없는 것이다.
타면서, 예능도 보고 노래도 들어보고 오래 타기 위해 별 걸 다 해봤지만, 재미가 없어서 금방 그만두게 되더라.
역시 나에게는 걷기가 최고야. 30분을 걸어도 실내 자전거를 타는 것보다 걷는 게 훨씬 좋았다.
걷기의 장점은 정말 많다.
첫번째로는 머릿속이 편해진다.
내가 가지고 있었던 고민, 당장 오늘 저녁엔 뭘 먹고 집에 가면 뭘 할까 이런 현실적인 고민부터 이건 어떻게 해결하고, 이 일은 어떻게 처리하는 게 좋을지 머릿속으로 고민이 많은데, 걸으면서 다 해결된다.
휴대폰도 하지 않고,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하며 오래 생각하다 보니까 고민도 자연스럽게 해결이 된다.
걸으면서 아이디어도 정말 많이 떠오른다. 그럴 경우 바로 휴대폰 메모장에 적어 놓는다.
한번은 그냥 평소처럼 걷다가 배우고 싶은 일이 갑자기 생각나서 바로 휴대폰에 적어놓은 적도 있었다. 분명 집에 있었으면,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을 텐데.
그렇게라도 갑자기 떠올라서 다행이었다.
걸으면서 정말 많은 걸 발견할 수 있다.
우리가 다 놓치고 사는 것 뿐이다.
나는 걸으면서 맛있어 보이는 음식점 뿐만 아니라 카페, 옷, 가게 등 괜찮아 보이면 전부 적어둔다. 그리고 정말 다음에 그 가게에 찾아간다.
이러한 소소한 즐거움이 있다. 그곳까지 걸어가지 않았으면 계속 모르고 살았을 거니까 그런데서 뿌듯함과 계속 걸어야겠다는 의지가 마구 생기는 것 같다.
그리고, 처음부터 만 보를 걸으려고 무리하지 않는 게 좋다.
하루에 오천보도 걷지 않다가 갑자기 만보를 걸으려고 하면 힘들고, 쉽게 그만둘 확률이 높다.
처음엔 오천 보, 그다음에는 칠 천보, 그 다음에는 팔 천보, 이렇게 서서히 걸음 수를 늘리는 것이 좋다.
그래야 안 지치고 꾸준히 걸을 수 있다.
욕심이 나서 갑자기 걸음 수를 늘린다면, 며칠 걷다가 지쳐 그만두게 될 것이다.
※ 칼럼제공: 고은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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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브런치 작가 다른 칼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