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은 ‘차’라고 하면, 보통 오미자차, 한라봉차, 녹차, 홍차를 구분짓지 않고 이야기합니다. 한방차인 쌍화차, 대추차도 있고요. 그런데 엄밀히 따지자면, 오미자차, 한라봉차, 쌍화차, 대추차는 차가 아닙니다.
그래서 김숙씨가 '서울메이트'에서 프랑스 손님들에게 한라봉 티를 대접했을 때 '이게 차라고?'하는 반응이 나왔던 것이죠.
특히 우리가 떠올리는 차의 이미지와 다른 나라 사람들이 떠올리는 ‘차’의 이미지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분들 또한 많지 않을 것입니다.
▶ 차(茶), 얼만큼 알고 계시나요?
얼마 전 차에 대해 깊게 공부하고 싶은 마음에‘티소믈리에 과정’을 이수하게 되었습니다.
첫수업 때 강사분께서 “알고 있는 차 이름을 모두 적어보세요”라고 하셔서 써내려갔는데, 알고보니 제가 쓴 차 대부분이 ‘차’가 아니었다는 사실! 나름 차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하나도 알지 못하고 마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어사전에 ‘차’의 기본 의미는 차나무의 잎을 따서 만든 음료의 재료 혹은 그것을 달이거나 우린 음료' 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여기에서 차나무는 '카멜리아 시넨시스(Camellia senensis)'라는 학명을 가지고 있는 식물이며, 중국이 원산지이지만 전세계적으로 카멜리아 시넨시스 시넨시스, 카멜리아 시넨시스 아사미카 등 여러 품종이 재배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차(tea)의 의미입니다.
그 외의 잎, 줄기, 뿌리, 열매 따위를 가공하여 달이거나 우려서 마시는 음료,오미자차나 대추차 같은 것들을 인퓨전이나 약탕이라는 티잰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보다 정확합니다.
▶ 어디까지가 차야?
차나무에서 수확된 찻잎들은 어떻게 산화되고 발효됐는지 등의 가공과정에 따라 백차, 녹차, 홍차, 청차, 흑차, 황차로 분류됩니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게 녹차, 다음이 홍차일 것 같습니다. 다질링, 아쌈, 우바 등이 여기에 속하며, 얼그레이나 잉글리시 블랙퍼스트, 실론티는 각기 다른 홍차를 혼합해 만들거나 홍차에 향을 더해 만든 차입니다.
청차는 우롱차로, 최근에는 지방분해 효과가 있어 다이어트 차로 인기를 얻고 있는 보이차는 흑차의 한 종류입니다. 실제로 보이차는 중국 윈난성 남서부의 보이시에서 생산 유통되는 흑차만을 지칭하는 용어랍니다.
황차는 흑차처럼 발효과정을 거치되 경미하게 발효시킨 차랍니다. 흑차는 중국 내에서도 예약 주문하지 않으면 구할 수 없는 귀한 차이며, 백차는 어린잎을 따서 인위적으로 산화나 발효시키지 않고 그대로 건조시켜 만든 차입니다.
▶ 홍차는 카페인 많고, 보이차는 카페인 없다?
앞서 이야기한 6가지 종류의 차들은 모두 차나무(카멜리아 시넨시스)에서 수확한 잎으로 만들어집니다.따라서 주요 성분들은 모두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항산화 작용을 하는 폴리페놀의 일종으로 성인병과 암예방 기능을 가진 카테킨, 감칠맛 내는 아미노산의 테아닌, 글루탐산, 아스파르트산, 아르기닌 그리고 비타민, 무기질, 카페인이 있습니다.
이 중 차에 든 카페인에 관한 몇가지 오해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홍차에는 카페인이 많다’입니다. 특히 쓴맛이 강할수록, 차 색깔이 진할수록 카페인이 많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카페인이 약간 쓴 맛을 내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실 쓴맛에 영향을 더 미치는 성분은 카테킨이랍니다.
특히 에스테르형 카테킨은 찻잎을 수확하는 계절에 따라 함유량이 달라집니다. 반면에 카페인은 색이나 냄새가 없어 차의 색깔이 진하고 연하고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또한, 찻잎 100g에는 2~3%의 카페인이 들어있지만, 실제로 한번 마실 때 차의 양은 1~2g 정도여서 실제 차 한잔으로 섭취하는 카페인은 20~40mg밖에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차에 함유된 카페인은 커피에 든 카페인에 비해 흡수속도가 느리고 생리작용도 훨씬 부드럽게 합니다.
그렇지만, 홍차 외에 녹차, 황차, 심지어 백차와 흑차(보이차)에도 카페인이 존재해 카페인이 민감하신 분들은 낮시간 동안만 섭취하거나 카페인 없는 허브티나 곡물티, 꽃차 등으로 대체하시는 게 좋습니다.
▶ 다양하게 즐기는 허브티, 효능과 주의점!
허브티 중에서도 카페인을 가진 허브가 있는데, 바로 ‘마테’입니다. 남미에서는 마테차를 즐겨 마시는데,커피, 녹차와 함께 세계 3대 차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마테에는 비타민, 칼슘 등 영양소가 풍부해 육체적 피로를 풀어주는 차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지방 분해를 돕는 다이어트차로 더 유명합니다.
그렇지만 마테에는 카페인이 함유돼, 카페인을 피하고 싶으신 분들은 유의하셔야 합니다.
더불어 허브에는 다양한 약리적 효능이 있어 대부분 몸에 이롭지만 임신중이거나 약물복용 중이라면 허브의 주의사항을 알고 드시는 게 좋습니다.
특히, 임신중이거나 수유중이라면 안젤리카, 홍화, 시나몬, 생강, 감초, 레몬그라스, 로즈마리, 마테는 피하시는 게 좋습니다. 국화과 식물에 알레르기가 있으시면 캐모마일은 피하시고, 그외에 민들레잎과 뿌리, 우엉, 밀크시슬도 주의하세요.
또한, 감초가 들어간 인퓨전이나 티잰은 고혈압, 신장질환, 간질환이 있다면 유의해서 음용하셔야 합니다.
그 외에 약리작용이 강하지 않은 대부분의 허브들은 플라보노이드, 타닌, 비타민, 미네랄 등 몸에 유익한 성분들이 많아 건강하고 편하게 마실 수 있습니다.
그 중 로이보스는 색과 향이 홍차와 비슷해 홍차 대신 많이 마시며, 홍차의 카페인이 걱정될 때 선택하기 좋은 차입니다. 서양에서는 레드티로 불릴만큼 친근한 차로, 항산화 기능이 뛰어나고, 아토피 피부염에도 좋다고 합니다.
히비스커스는 안토시아닌이 풍부해 눈의 피로를 풀어주며, 갈증해소에 좋아 여름철 마시기 좋은 차입니다.
▶ 내 몸에 맞게 즐기는 한방차
한약재를 이용한 한방차도 허브 인퓨전(허브티)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마찬가지로 약리적인 성질 때문에 부작용이나 체질을 고려해 음용해야 합니다.
체질에 따른 대표적인 차들을 말씀드리면, 먼저 목체질(태음인)에 맞는 차는 국화차입니다.
국화는 머리와 눈을 맑게 해주는 효능이 있어 피로를 풀어줍니다. 점심후 머리가 무거워지고 눈이 침침해지는 늦은 오후에 먹기 좋은 차라 ‘오후의 국화차’로 기억하셔도 좋습니다.
국화과 허브로 앞서 언급한 캐모마일은 소화기 질환에 효과가 있어 식후의 복부팽창감, 속쓰림, 소화불량을 완화해줍니다.
금체질(태양인)에는 메밀차가 좋습니다.볶은 메밀에 따뜻한 물만 부으면 구수한 맛이 납니다.
장의 노폐물과 열을 내려주는 효과가 있어 장에 가스가 많이 차고 소화가 잘 안되는 분들께 좋습니다. 단, 찬 성질 때문에 설사가 잦은 분들은 조심해주세요.
소화기를 따뜻하게 해주는 생강차는 수체질(소음인)에게 잘 맞습니다.
멀미나 입덧있는 초기 임산부들에게 좋으며, 감기예방 효과도 좋습니다. 열이 많이 나는 감기나 급성염증 질환, 위염, 위궤양에는 주의!
물처럼 마시는 구기자차는 토체질(소양인)에게 좋습니다.
특히 구기자는 고지베리라고도 불리는데, 항산화 효능이 많아 노화예방 효과도 있다고 합니다. 특히 비뇨 생식계가 약한 성인이나 허약한 소아의 성장에도 좋은 약재입니다.
알면 알수록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차는 알고 마시면 더욱 건강하고 다양하게 즐기실 수 있습니다.
* 참고도서: 티소믈리에 이해, 한국 티소믈리에 연구원 *
※ 칼럼제공: 신수림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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